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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의 현대적 시풍 확립한, 가람 이병기 선생
  • 황나은 기자
  • 등록 2016-08-03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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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서지학자·국문학자·조선어학회 독립운동가로 활동 펼쳐
업적 기리는 가람문학관 8월 착공, 2017년 말 완공 예정 ‘관심’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별-가람 이병기>

 

 

■우리말과 얼을 지킨 국문학의 선구자


가람 이병기 선생(1891-1968)은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 태생이다. 이병기 선생은 시조의 현대적 혁신과 부활 운동을 전개하고 고전 발굴과 연구에 힘쓴 시조시인이자 근대문학의 선구자로 이름이 높다. 가람 선생은 국문학사를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했으며, 시조시인으로서 현대적 시풍을 확립한 업적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현대까지 이병기 선생이 역사적 인물로 인정받는 이유는 우리 말과 얼을 지켰음은 물론 국문학 연구와 시조를 중흥시켜 국문학의 참된 올과 날을 세웠다는 점이다.

‘별’, ‘난초’, ‘냉이꽃’ 등 문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며 교육되고 있다. 문학계는 가람 선생을 위대한 스승으로 삼고 가람이 겪어온 삶의 업적을 매년 가람시조문학상과 가람문학제를 통해 기리고 있다. 가람문학관도 올 8월이면 착공한다.


이병기 선생은 16세까지는 익산에서 한학을 공부한 후 20세에 서울 관립한성사범학교 재학 중 조선어강습원에서 주시경 선생으로부터 조선어문법을 배웠다. 주시경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 말과 얼을 지키기 위해 힘썼던 이병기 선생은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1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후 그의 시처럼 고향인 익산으로 돌아온 뒤에는 전북대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며 제자 양성에 힘썼다.

 

 

 

 

■소박한 품성 엿볼 수 있는 가람 선생의 생가


여산면 원수리에 위치한 이병기 선생의 생가(가람1길 64-6)는 1973
년 6월, 지방기념물 제6호로 지정됐다. 초가지붕을 얹은 목조 가옥과 소박한 정자, 화려하지 않은 연못 등 소박하면서 검약한 가람 이병기 선생의 품성을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은 고패형식의 안채와 ‘-’자형의 사랑채, 고방채, 모정만 남아 있고 가옥 입구에 있던 행랑채 3칸은 철거됐다. 생가 옆으로는 이병기 선생의 동상과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동상 옆 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이병기 선생 묘지가 자그마하게 자리하고 있고 계단을 올라서면 사각 연못과 오래된 배롱나무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규모가 크지 않은 직사각형의 연못이지만 배롱나무에 꽃이 활짝 피는 시기가 되면 나름 운치있는 모습이 될 법하다. 연못을 지나면 4칸짜리 사랑채와 그 옆에 ‘승운정’이라는 모정이 서있다. 빛바랜 툇마루가 오랜 시간을 견뎌온 인고의 시간을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채를 지탱하고 있는 굵은 나무 기둥들이 인위적이지 않아 생가 뒤로 펼쳐진 대나무 밭과 조화를 이루어 자연스러움을 자아내 선비 가옥의 기품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가람시조문학관 8월 착공…고서·훈장·생활용품 109점 전시 예정


시는 이병기 선생의 생가를 찾는 관람객에게 가람의 발자취를 느끼고 그의 정신과 업적을 느낄 수 있도록 ‘가람문학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여산면 원수리 생가 옆 인근에 오는 8월 가람시조문학관이 건립을 위한 착공이 시작된다.


가람문학관은 연면적 996㎡에 1층 규모로 들어선다.


시는 가람문학관 설립을 위해 지난 2015년 가람 선생의 유족, 제자, 문학인, 지역기업 등과 건립 자문위원회를 구축했다. 또한 이병기 선생의 후손과 제자들에게 기증받은 고서와 훈장, 생활용품 등 총 23종 109점을 모두 전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에서는 가람 선생의 책과 유품들을 기증받기 위해 1년 동안 선생의 후손과 제자들을 일일이 만나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오는 9월 23~24일 가람문학제·가람시조문학상 시상 열려


오는 9월 23일부터 24일간 ‘2016가람문학제’가 원광대 숭산기념관과 가람 이병기 생가 수우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9월 23일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가람 이병기 학술대회’로 서막을 열어 가람 이병기 선생의 정신과 사상을 계승해나가는 장이 되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9월 24일에는 가람시조문학상 시상식과 전국가람시조백일장이 가람 이병기 선생 생가 수우재에서 진행된다.


올해로 36번째를 맞는 가람시조문학상은 이병기 선생의 문학작품 세계의 높은 정신을 기리고, 시조문학의 발전과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국내 문학상 중 권위있는 상으로 인정받는 가람시조문학상은 지금까지 42명의 우수시인을 발굴하여 시상한 바 있다.


익산시는 올해 가람시조문학상 시상금을 기존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가람시조문학신인상은 5백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전국에서 최고의 명성과 시조문학 발전을 선도하는 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가람 이병기 선생은 시조시인, 서지학자, 국문학자, 조선어학회 독립운동가 등으로 우리 지역의 자긍심”이라며 “관심있는 모든 이들의 각종 문학 창작 활동과 교육을 전개하는 활동을 통해 그의 일생과 업적이 전국에 더욱더 알려져 전국을 대표하는 문학관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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