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논배미
얼음 꼬챙이 날카롭게 벼리고 선 그루터기 사이
붙잡고 일어서다 넘어지고 또 일어서다 넘어지던 눈사람
거센 눈보라가 고샅을 지나는 길손조차 돌려세우는데
언제부터 저러고 계셨던 것일까?
한 손엔 자그마한 짚단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필생으로 붙들고 있다,
혹시나 하고 와 보길 다행이지.
미심쩍어 달려와 아버지의 동사를 막았다.
보일러 놔 드려 아랫목 윗목 없이 뜨끈한데
아궁이 불 지피지 않아도 설설 끓는데
장작이며 짚단은 이제 그만 얻어 오시라 누누이 올린 당부는
어느 얼음골로 날아가 박힌 것일까?
온전하지도, 아닌 것도 아닌 울 아버지
노인성질환이 와 있었던 것인데 몰랐다.
반나절 전에 성성한 말씀 나누던 아버지
묵은 지 쫑쫑 썰어 기름에 둘러낸 김치전을
고기 한 점 들지 않은 김치전을
고기로 알고 드실 때 행복하셨을까?
나 도착했다네! 대문 열고 오는 줄 알았던 노인성질환
가시고 나서야 이웃 노인의 자녀에게 일러줄 밖에
사방이 휑한 마당에서 배변하던
흉으로 알고 질색했던 날들이 용서가 될까?
세모에 어른들 계신 가정들 다시 한 번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