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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교사가 50대 남교사 ‘성희롱 가해자’로
  • 정용하 기자
  • 등록 2022-12-02 10: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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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산시 모 사립 중학교 보기 드문 ‘성희롱 가해’ 결정
  • 전교조, 권력 이용한 성폭력 구제절차 악용 ‘엄벌 해야’


익산지역 모 사립재단 중학교에서 20대 여교사(B씨)에 대해 ‘성희롱 가해’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이와 관련 성폭력 구제절차를 악용한 갑질 교사 50대 A씨를 엄벌할 것을 해당 학교와 학교법인에 촉구했다.


전교조 전북지부(이하 전교조)는 지난 30일 “익산 ○○중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지난 11월 1일 B교사에 대해 ‘성희롱 가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하며, 성폭력 구제절차를 악용한 갑질 교사 A를 엄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교조에 따르면 성희롱 결정 판단 근거는 지난 9월 21일 B교사(20대 여성)가 교무실 내의 정수기 앞을 지나가면서 발생했다. A교사(50대 남성)가 교무실 내 정수기 앞 통로를 막고 있었고 이 앞을 지나가야 하는 B교사가 A교사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요구했지만 들은 체하지 않아 “지나갈게요”라며 틈새로 지나는 순간 두 사람 간 신체 부딪힘이 발생했다. A교사는 B교사에게 ‘성희롱 당했다’고 성고충 신고를 했고, 성고충위원회가 ‘신고인이 불쾌감을 느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성희롱 인정’ 결정을 내린 것으로 지부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맥락과 상황, 권력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먼저 신고한 사람의 호소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주장했다.


심의위 관계자들은 “피해자 관점에서 처리했다”고 설명하겠지만, 조직 내의 상황, A와 B교사 당사자 간 발생한 전후 맥락(A교사의 상습적인 폭력의 시그널행동, 협박, 위협 등 괴롭힘), A교사가 가진 다양한 권력(학교 내 재단과의 관계, 나이, 성별 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관점’ 개념을 오용하는 것은 오히려 그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고 전교조는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번 사안은 신고 행위 자체가 지속적 괴롭힘의 실제 피해자인 B교사를 되려 ‘성희롱 가해자’로 만든 또 다른 가해행위이자, 오랜 세월 성폭력 근절을 위해 싸우며 닦아놓은 성폭력 구제절차를 무력화시키는 ‘백래시’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애초 성희롱 심의 사안으로 다루어질 문제가 아님에도 A교사가 성고충 신고를 하고 경찰서에 ‘강제추행’으로 B교사를 신고한 것은 자신의 지속적인 괴롭힘 행위를 감추고 B교사를 괴롭히기 위한 ‘의도된 신고’로 보인다”며, “이는 A교사가 10월 5일 B교사를 ‘강제 추행’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에 대해 경찰이 ‘고소인의 진술만으로도 혐의 없다고 판단된다’며 각하 처리한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A남성교사는 B여성교사보다 20살 이상 나이가 많다는 것이 전교조의 설명이다. 전교조는 교무실 내 정수기는 공공의 장소인데 A교사가 정수기 앞을 막고 비켜주지 않은 행위는 위압적 행동이자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B교사가 지나갈 때 몸에 힘을 주면서 신체를 B에게 몸을 부딪친 것, 지나간 이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컵에 물을 계속 받은 것, A교사가 자리로 돌아가 “왜 인사를 안 하느냐”며 큰소리를 친 점, 손목시계를 풀면서 B교사에게 가까이 와 몸을 위아래로 훑고 노려본 점 등은 전형적인 폭력행위이며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학교라는 공간과 구성원들의 네트워크에서 A교사가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관리자가 이러한 폭력적 행동들을 막지 않고 방조한 것을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며, “당시 교감인 C가 있었지만 폭력을 방조하고 A교사의 폭력 행동을 묵인한 것은 관리자로서 직무를 유기한 것이며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A교사의 괴롭힘이 이번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에게도 동일한 수법으로 폭언, 고성, 협박, 욕설 등을 일삼아 왔고 참다 못한 D교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해 ‘괴롭힘’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같은 재단 내 고등학교에서도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재단의 임용권자인 이사장과 이사회, 징계위원회, 인사위원회에 “이 사건의 본질은 지속적인 A교사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시작된 것으로,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이러한 상황과 맥락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신체 부딪힘 사실과 불쾌감 주장만을 인용하여 잘못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다”며, “심의 과정에서 당사자가 겪은 여러가지 절차적 문제나 내용적 부당함을 인권위원회와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해당학교와 법인의 재조사와 처벌, 전북교육청에 특별감사와 성고충심의위 교육청 내 설치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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