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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시원 왕궁면의 현재와 미래
  • 편집국 기자
  • 등록 2023-02-09 12:07:30
  • 수정 2023-02-09 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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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산의 미래, 이제는 왕궁이다’ 2
왕궁면은 새해 초부터 ‘익산의 미래, 이제는 왕궁이다’란 주제로 왕궁면민 혁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은 왕궁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역사와 문화, 물류와 교통, 그리고 미래 6차산업까지 모색하는 장이어서 그 의미가 깊다. 이 행사를 후원하는 <익산투데이>는 왕궁면민 혁신교육을 진행되는 6주간 지면을 통해 교육내용을 현장 중계한다.

                      2019년 왕궁탑 아래 백일장대회에 임하는 익산의 초등학생


# 함벽정과 보석박물관  

동용리는 왕궁면에서 가장 핫한 공간이다. 젊은 엄마들이 자주 찾는 보석박물관 뒤쪽에 자리하는 왕궁저수지 주변은 봄날 벚꽃이 장관이다. 왕궁저수지는 용화산에서 시작된 물줄기를 한데 가두어 막는 보의 기능을 통해서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수리조합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이름으로 지어진 이 저수지는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1928년 착공하여 1931년 완공하였다. 왕궁면 일대 농민들의 안정적 물 사용 뒤에는 동척을 통한 일본으로의 쌀 수출이 깔려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왕궁의 부호 송병우는 1930년 이 물가를 완상할 저수지보다 아름다운 정자를 짓는다. 가두어진 저수지의 물빛이 깊어 푸른 빛이 감도니 그 이름을 함벽정(涵碧亭)이라 했다. 푸를 ‘벽(碧)’ 자는 더러 알지만 젖을 ‘함(涵)‘자는 잘 안 쓰는 어려운 글자다. 중국의 고사에도 나오고 전국적으로 이런 이름을 가진 정자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서는 단연 압도적이다. 1920년대 후반이라면 어려운 시기였을진대 거기 물가 경치를 완상하기 위해 호사스러운 정자를 지은 송병우의 부가 짐작된다. 함벽정에서 바라보는 경치의 아름다움도 빼어나지만 장쾌한 정자를 지어 올리기 위한 50여 미터 높이의 석축은 지은 사람의 장대함이 읽힌다. 좋은 높이와 2층 기단 위에 얹힌 누각의 화려한 단청 그리고 무엇보다 푸른 물빛에 젖은 정자는 지은이 송병우의 안목과 품격 그리고 고집을 느끼게 한다. 좋은 위치다. 만석꾼이 지은 별장답게 팔작지붕에 단청을 칠한 누각은 화려하다. 해방 전후 익산지역의 각급 기관에 종사한 신사들이 야유회를 가서 찍은 사진의 배경이 함벽정인 사진들이 적지 않다. 특히나 저수지 주변의 벚꽃이 만발하여 물에 비치면 그 아름다움이 장관이다. 


세월은 벚나무를 비롯한 키 큰 나무들을 뽑아 올려 아름다운 그늘을 만들어 1986년 함벽정은 전라북도유형문화재 127호로 지정되었다.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익산지역의 건축물 중에는 가장 아름답다할 것이다. 이 아름다운 경치를 담은 아래쪽 용남리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보석박물관이 있다.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에서 가깝다. 11만여 점의 보석 원석을 소개하는 전시공간과 주얼팰리스가 함께 하는 곳으로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같은 공간에 위치한 놀이터인 공룡랜드는 돗자리 펴고 김밥 먹기가 좋다고 소문난 곳이다. 옆에 화석 박물관도 있다. 익산은 보석이 나오는 곳은 아니지만 보석 가공업이 발달한 도시로서 왕궁리 유적에 있었던 백제왕실의 장신구를 만들었던 공방을 익산의 보석 가공업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 백제왕궁박물관과 야행(夜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왕궁리 유적은 처음에는 백제 무왕 대의 왕궁터였다. 발굴과정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이곳은 오래도록 탑 하나만 덜렁 자리한 고요의 공간이었다. 


1989년부터 20여 년 진행된 왕궁리유적은 발굴조사 결과 백제 무왕대에 진행된 익산 천도에 맞게 왕궁으로 건립되어 일정 기간 경영되었고 백제의 멸망 후에는 사찰이 건립된 복합유적으로 확인되었다. 백제 왕궁은 우리나라 고대 왕궁으로는 처음으로 왕궁의 외곽 담장과 함께 왕이 정사를 돌보거나 의례, 의식을 행하던 정전 건물지를 비롯한 14개의 백제 건물지와 백제 최고의 정원유적과 후원, 금·유리 등 백제 최고 귀중품을 생산한 공방지, 우리나라 최고의 위생시설인 대형화장실 유적 등이 조사되어 왕궁의 축조 과정과 왕궁에서의 생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백제왕궁은 공간 활용과 배치, 당시 선진문화 교류를 나타내는 출토 유물 등을 통해서 고대 동아시아 한국, 중국, 일본과 문화교류 사실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유적으로서 가치와 의의를 세계가 인정하여 2015년 7월 8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백제왕궁박물관은 왕궁리유적 남측에 자리한다. 출토유물로 보는 화장실 유적 등 왕궁에서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된 박물관이다. 왕궁을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금사뭉치, 오색이 영롱한 유리 제품과 유리 도가니는 오늘날 익산이 왜 보석도시인가를 증명하는 유물들이다. ‘수부(首府)’라는 도장이 새겨진 기와, 귀가 달린 토기, 연화문 수막새, 금과 유리 제품을 생산하던 도가니 등이 오늘날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지난해 박물관이 리모델링하였다. 내부에서 왕궁의 들판의 아름다움을 조망할 수 있도록 자연조망 설계가 눈에 띈다. 왕궁리유적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옥상 전망대에서는 용화산을 품은 왕궁리유적과 동쪽으로 제석사지를 볼 수 있다. 특별전시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 1910년부터 최근까지 왕궁리유적을 담은 사진 약 70여 점을 전시해 왕궁리유적과 박물관의 변화상을 보는 것도 작은 재미일 수 있다.


백제 무왕의 천도지인 왕궁리 유적은 이제 밤을 밝힌다. 백제문화의 숨결을 느끼고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익산 문화재 야행(夜行)’ 프로그램을 4년째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익산시에서 주관하는 행사는 취타대 행렬을 시작으로 오케스트라와 무용단 공연에 이어 이리향제줄풍류를 비롯하여 익산목발노래, 익산기세배, 익산성당포구 농악 등 무형문화재의 공연 등이 3일 동안 계속된다. 



# 김신기 박사의 인술과 맑아지는 환경

한국전쟁 중 각종 질병이 만연하자 당국에서는 국민의료령을 공포하고 이는 1954년 전염병예방법, 1956년 보건소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전시에 발생한 각종 질환 가운데 나병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당국은 익산군 왕궁면에 임시 국립소생원(國立蘇生園)을 설치하여 나환자를 격리 치료하게 되었다. 이들의 생활 터전은 전국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익산농장을 비롯한 주민이 3천 명이 넘던 시절이 있었다. 


이곳 정착촌에 1985년부터 의사 부부 김신기와 손인실이 자원한다. 김신기는 1952년 세브란스 의대를 졸업하고 전주 예수병원에서 근무한 엘리트 의사로 왕궁면의 한일기독병원에서 나환자를 돌보기 시작한다. 이들 부부 의사는 나환자들과 한 가족처럼 지냈으니 왕궁면의 자랑을 넘어 대한민국의 슈바이처라 이를만하다. 김신기 박사의 부친은 독립운동가이자 의사로 이리시 중앙동에 삼산의원을 설립하였던 김병수 선생이다. 


한때 논에 물을 대던 주교제는 왕궁 축산단지의 하류 부분에 있던 저수지로 가축분뇨와 축산폐수로 하여 수질 오염원이자 악취의 근거지였다. 그러나 생태복원 공사와 수질개선을 진행한 결과 맑은 물과 하얗고 고운 모래가 조금씩 드러났다. 버드나무군락과 갈대군락에는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가 날아왔고 갈대군락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다수 관찰되었다. 보호종으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으로 2급 새매와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가 관찰되었다. 수달과 삵을 비롯하여 붕어·미꾸라지가 서식하고 여러 철새가 도래하는 기적이 일어나 맑은 동네가 된 것이다. 


# 왕궁면의 개요

익산시 동쪽에 자리한 왕궁면은 북고남저(北高南底)로 마치 긴 물고기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저 위쪽은 신령한 이름의 용화산(龍華山)에서 만경강으로 이어지는 비옥한 농토를 이루는 쪽은 온수리(溫水里)까지는 15km 남짓이다. 


왕궁면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지만 호남고속도로와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 JC가 위치한 교통의 요충지이다. 또한 마한·백제의 옛 궁터로 다수의 문화 유적과 보석박물관이 소재하고 왕공농공단지,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있다. 2022년 기준으로 57개 마을에 총 2,556세대, 총인구 4,690명이 살고 있다. 왕궁면은 지금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나아가 식품수도로서의 중심지가 바로 왕궁면이다.


왕궁면은 익산시 읍면동 중에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 여기 농업과 축산업과 상공업과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다양성으로 활력이 넘치는 곳이 왕궁면이다. 왕궁리 유적과 익산보석박물관 등 역사문화적 자산이 풍부함은 면민의 자부심이다. 


호남고속도로 나들목을 지나 익산시로 향하는 무왕로의 초입은 왕궁면을 남북으로 나눈다. 북쪽에는 함벽정과 보석박물관이 자리하고 남쪽에는 왕궁리유적이 있다. 탑 하나만 외로웠던 왕궁리의 30여 년의 지난한 발굴은 이곳이 왕성(王城)이었음을 증명해냈다. 백제 무왕의 궁전이었던 궁의 남쪽 전방은 정무를 돌보는 공간이고 북쪽 후원(後園)은 자연 완상(玩賞)과 휴식공간임을 밝혀냈다. 물고기 형상의 왕궁면의 모습도 크게 보아 왕궁성의 모습과 비슷하다. 쉽게 말해 위쪽은 경치가 아름다운 휴식공간이고 가운데 부분은 생산과 일터로서 만경강에 이르며 아래쪽은 일하는 공간이란 말이다. 우연에 따른 해석일 것이다. 익산시를 가로지르는 무왕로에 이어 왕궁면을 가로지

지난해 박물관이 리모델링하였다. 


내부에서 왕궁의 들판의 아름다움을 조망할 수 있도록 자연조망 설계가 눈에 띈다. 왕궁리유적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옥상 전망대에서는 용화산을 품은 왕궁리유적과 동쪽으로 제석사지를 볼 수 있다. 특별전시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 1910년부터 최근까지 왕궁리유적을 담은 사진 약 70여 점을 전시해 왕궁리유적과 박물관의 변화상을 보는 것도 작은 재미일 수 있다.

 

# 주민 중심 왕궁면지(面紙) 제작 그리고 야행

근대의 경쟁력은 교통이다. 고대의 만경강 물길이 상류로 이어지던 왕궁면은 열차 중심의 근대화에서 소외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호남고속도로가 왕궁면을 관통하고 나들목이 생기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연결되는 교통망과 지리적 위치는 이곳의 입지적 장점을 보여준다. 호남고속도로 익산IC와 순천완주고속도로, 논산천안고속도로, 새만금포항고속도로와의 접속 그리고 왕궁로로 서쪽으로 달리면 군산에 가까운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해 서해안지역으로 접근이 용이하다. 


『왕궁면지』처럼 옛날의 역사와 현재를 오롯이 담는 작업은 익산시에서는 처음이다. 특별히 기억할 일은 절차를 중시하면서도 왕궁면민의 현재를 담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다. 


민간으로서의 주민자치회와 관으로서 면사무소의 행정 사이의 전문 조사 및 집필위원들은 직접 발로 뛰면서 자료를 수집하였다. 앞으로 익산시의 면지와 동지를 만드는 데 귀감이 될 일이다. 왕궁면의 문화와 유적 그리고 많은 기록유산들은 익산 시내에서 문화 면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높은 품격을 오래도록 자랑하리라 믿는다. 익산 역사의 시원이자 미래인 왕궁면은 바야흐로 새로운 시절이 열리고 있다.


백제 무왕의 천도지인 왕궁리 유적은 이제 밤을 밝힌다. 백제문화의 숨결을 느끼고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익산 문화재 야행(夜行)’ 프로그램을 4년째 진행하고 있다.  


# 주민과 대화하는 사업실행

왕궁면 주위에서는 가히 개벽에 가까운 공사들이 시행되거나 계획되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1조원 가까이 비용이 든다고 한다. 익산에서 평택까지 고속도로 건설,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및 푸드파크 구축사업, 왕궁면 기초생활거점 조성사업, 왕궁보석테마대표관광지 육성 및 용역사업, 국가식품클러스터 공동주택 신축사업, 왕궁 명품힐링숲 조성사업이 벌어진다고 사업설명 기관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했다. 


왕궁중학교 앞에는 700세대 가까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 초기에 미달이 많았으나 현재 분양도 백 퍼센트를 채웠다고 한다. 밤에 밝은 빛이 왕궁면을 감쌀 것이다. 대우건설에서 간단한 소개를 했다. 인구가 천여 명 이상 불어나는 셈이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생겨난다 한다. 이통장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적 농촌공간의 면민들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유대와 화합이 필요할 것이다. 면민의 날에 과연 그들이 함께해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소통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코스트코가 들어온다고 마냥 좋은 일이라 말할 수 없다. 익산시 혹은 전라북도의 중소상공인들을 눈물을 뺄 수 있는 일이다. 


왕궁저수지를 기준으로 식물원 포레스트에서 함벽정으로 이어지는 물 위를 짚라인을 설치하는 계획이 있다. 축사에서 무참한 냄새를 풍겼던 그 자리에 에덴프로젝트로 하여 힐링숲이 들어선다고 한다. 거기 고생한 사람들의 눈물과 기독의원에서 환자를 돌 본 김신기 박사와 손신실 원장을 기억해야 한다. 


끝으로 플로어에서 농민 두 분의 말씀을 소개한다. 생강농사를 짓는 한 어르신은 식품클러스터가 들어서서 기대가 컸다고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한 번도 어떻게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상의할 곳도 상의한 적도 없다하였다. 또한 토마토를 키우는 비교적 젊은 농민은 앞으로 10년을 바라보고 왕궁의 힐링숲과 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만경강에서 익산천을 지나 부상천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길을 조성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옳으신 말씀이다.



글쓴이 신귀백<익산근대문화연구소장>

문학박사. 『영화사용법』, 『전주편애』, 『이리역의 까마귀떼』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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