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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로컬푸드 전망과 미래 6차 산업의 방향- 완주군 선진 사례를 중심으로
  • 편집국 기자
  • 등록 2023-03-09 14:29:14
  • 수정 2023-03-09 14: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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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산의 미래, 이제는 왕궁이다’ 6
행정의 경계 완주‧왕궁의 인연



익산시 왕궁면 최근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지역 스스로 면지를 발간하더니 이제는 ‘익산의 미래, 이제는 왕궁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왕궁면민 혁신교육’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채수훈 왕궁면장은 참 부지런하다. 행정공무원 누구나 꿈꾸는 사무관으로 승진했고, 2021년 7월에 왕궁면장으로 발령을 받자마자 내게 전화 연락을 해왔다.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채수훈 면장은 ‘완주군 농촌활력 추진과정’을 익산시청 주무관 때부터 유심히 지켜봐 왔으며 완주군 견학도 많이 다녀갔다. 필자가 완주군 의회사무국장으로 재직할 때는 왕궁면지편찬공동추진위원장 두 분과 함께 오셨고, 완주군 의회사무국장실에서 완주군 지역활성화 과정을 한참 동안 듣고 가셨다.

그 후 ‘왕궁면지’를 발간하겠다고 했고, 많은 수고로움이 더해져 작년 9월에 ‘왕궁면지’를 발간했다. 쉬어갈 만도 한데 ‘왕궁면민 혁신교육’이 필요하다며 ‘왕궁 로컬푸드 전망과 미래 6차 산업의 방향’이란 주제로 강의를 요청해 왔다. 지역 활성화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공무원임에 틀림이 없다. 올해 2월 21일에 익산시 왕궁면 백제왕궁박물관 별관 세미나실에서 그 주제로 강의했고, 핵심 내용으로 ‘완주군 공동체 육성과 로컬푸드 추진사례’를 들려주었다.

 

# 완주의 농업수도정책 발상 대전환

20여 년 전, 완주군은 면적(821㎢, 전북 면적의 10.2%, 서울시 면적의 1.4배)만 넓고, 인구는 정체되고, 예산은 턱없이 부족(2006년도 예산은 2,260억원, 86개 군 지역 중 74위)한 전주시 인근 존재감 없는 시골 지역에 불과했다. 또한 완주군은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봉동읍을 중심으로 활력 있는 복합 산업도시 면모를 갖추고 있었지만, 고산 6개면은 위기의 농업, 농촌지역이었다. 특히 농촌경제는 고령화, 인구감소, 소농 몰락으로 활력이 저하되었고, 마을공동체는 붕괴되어 자립적 발전역량이 부족했다. 도시만 지원하면 농촌이 죽고, 농촌을 지원하면 도시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생각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고 새로운 지역발전 구상이 필요했다. 지금까지의 지역발전은 중앙정부에서 기준을 마련해 주면 지방에서 그 기준과 지침에 따라 운영하고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자연환경이 다르고, 지역 여건이 다르기에 획일적인 지역발전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이 중심이 된 지역발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역을 새롭게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을 세웠다. 첫째는 ‘종합적인 지역 공동체 경영의 관점’, 둘째는 ‘새로운 가치 창출의 관점’, 셋째는 ‘지역주민을 지역 활성화 사업의 주체로 세우는 관점’이었다. 또한 ‘완주군을 농촌 수도로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고, 농촌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찾고 만들자. 지역공동체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자. 지역의 미래는 지역커뮤니티의 역할에 달려 있다’며 생각을 전환했다.




# 농업‧농촌발전 전략 수립

2008년도 시민단체인 희망제작소와 함께 지역의 자원과 자산을 조사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사업명도 ‘신택리지 사업’이라 칭했다. 1년여 간의 완주군 지역 현장 조사를 기초로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발굴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사업을 도입하는 기반을 만들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기초를 다졌다. 완주군에 있는 483개 마을 중 291개 마을을 조사하여 역사축, 공간축, 자연축, 활동축으로 나누었고 내부 평가를 통해 등급(A부터 E)을 결정하였다. 자연생태, 역사․문화, 경제, 공동체. 인적자원으로 자원평가 기준을 마련하였고 445개 자원을 도출하였고 가능한 사업도 60여 개를 발굴했다. 또한 농업농촌활력을 위하여 종합대책 추진을 통한 지속 가능한 지역농업 환경 조성이 필요했다. 5개 정책분야(생산, 유통, 복지, 부채, 농촌활력증진)별 농업농촌발전 전략을 수립하였고, 12가지 세부 시책을 개발 추진했다.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약속 프로젝트에 필요한 소요 예산을 완주군 예산으로 충당하였고, 2009년부터 5년 동안 매년 100억씩, 총 500억 원을 완주군 예산에 편성했다.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 토대 마련을 위해 ①마을회사 100개소 육성, ②커뮤니티비즈니스 촉진, ③도․농 순환 촉진, ④전면적인 로컬푸드 실현 등 네 가지 차별화된 농업 농촌 활성화 정책을 수립 추진하였다. 첫째, 마을회사 정책은 20년 뒤에도 유지되는 도·농 교류형 거점 마을을 발굴 육성하는 것이며, 둘째,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지역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비즈니스모델과 주민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며, 셋째, 도농 순환 촉진은 과소화, 고령화로 침체일로에 있는 지역에 도시의 인적자원을 적극 유치하는 사업이며, 넷째, 로컬푸드 정책은 농업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고 지역의 3,000여 소농과 인근 65만 전주시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것이었다. 


# 농촌지역 활성화 조례제정과 조직 신설  

조례제정, 전담조직 신설로 정책과 지원을 통합했다. 지역활성화와 농촌활력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했고, ‘완주군 지역공동체활성화사업(커뮤니티비지니스) 육성조례’ 제정(2009. 12월)을 통해 마련하였다. 또한 분야별로 필요한 조례(로컬푸드 관련 5개 조례, 도·농 순환 관련 1개 조례, 사회연대경제 관련 2개 조례, 커뮤니티비지니스 관련 3개 조례)도 만들어 사업을 추진했다. 

여러 부서에서 추진했던 농촌활력사업이 효과적으로 지속되려면 정책과 지원을 통합 추진할 수 있는 부서가 필요했고, 완주군청에 별도 전담 조직인 농촌활력과를 신설(2010년 7월) 했다. 마을회사 육성, 로컬푸드, 도·농 순환, 지역일자리(이후 사회연대 경제로 명칭 변경), 커뮤니티비즈니스 등 5개 담당 20여 명의 전담 공무원(계약직공무원 포함)으로 구성되었다.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도 설립했다. 2010년 6월 폐교된 초등학교(고산면 삼기초등학교)를 보수해 지역경제순환센터를 만들고 재단법인 커뮤니티 비즈니스지원센터 등 민간조직이 입주하여 주민과 행정의 가교역할을 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중간지원조직 전국 최초 사례다. 



# 10년의 준비와 추진성과

10년의 준비와 실천을 통해 마을회사 육성, 커뮤니티비지니스, 도·농 순환 촉진, 로컬푸드활성화를 완주군 내에서 활발하게 추진하였고, 덕분에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 나타났다. 

① 다양한 마을상품과 공동체들이 생겨났다. 지역 특산물(가공품)과 체험 거리가 없었던 완주군에 다양한 지역(마을) 상품들이 생겨났고 100여 개 마을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상품들은 로컬푸드, 마을여행과 연계하였다. 서계마을(부스개, 조청), 도계마을(두부, 김치, 누룽지), 원용복마을과 요동마을(두부), 평치마을(두부, 콩물, 순두부, 쌈채), 부평마을, 정산마을, 상호마을(된장, 청국장), 안덕마을과 경천애인권역(숙박), 소양오성 한옥마을(관광, 숙박)이다. 신봉마을(민요 체험), 창포마을(다듬이 체험, 숙박)은 관광과 체험으로 소득을 창출했다. 

② 다양한 농민 가공 상품들이 만들어졌다. 농민이 생산해서 판매하고 남은 농산물이나, 판매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은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농민 가공을 막는 저해 요인이 두 가지 존재했고,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농민 가공은 그림의 떡이었다. 첫째, 9단계에 이르는 까다로운 행정절차를 농민이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둘째, 농민이나 마을공동체가 까다로운 행정절차 요건을 갖추려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완주군은 두 개의 가공센터(고산, 구이)를 직영하면서 통해 완주군 농민들의 가공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품목제조보고서 작성 및 제품 인허가를 위한 제품화를 위한 행정업무, 포장용기 구입(구매), 제품 스티커, 제품 바코드(라벨화), 자가품질검사 실시(식품 유형 주기별로 1~6개월 단위), 직매장 대금 정산, 세금계산서 발행(매입), 부가세․종합소득세관련 회계 업무, 간이 농약잔류 검사기, 금속검출기 자체검사 실시 등이다. 농민 가공 촉진과 가공 기술 향상을 위한 교육(8개 과정 240명)도 매년 병행 추진했다. 

③ 로컬푸드를 선도적으로 추진했다. 완주군 로컬푸드 직매장은 현재 12개소가 운영 중이며, 직매장은 전주시와 완주군 접경지역에 위치시켜 생산자와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을 전국 최초로 개장(2012. 4. 27.) 하였다. 완주군 로컬푸드 직매장(12개소) 2021년도 매출액은 613억원으로, 익산시 로컬푸드직매장(4개소) 2022년 한 해 매출액 175억원보다 3.5배가 많다. 

④ 완주군 귀농 귀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완주군 귀농 귀촌 인구는 2012년까지 연평균 100세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완주군 농촌활력정책이 자리를 잡으면서 완주군 귀농 귀촌 인구는 수직으로 상승하였고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완주군 귀농 귀촌 세대수는 530세대로, 2012년까지 완주군 연평균 귀농 귀촌 100세대 대비 5배 증가하였고 2018년도 2,697세대가 귀농 귀촌했다. 완주군에 귀농 귀촌해서 로컬푸드 교육을 받으면 로컬푸드 직매장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었고 귀농 귀촌 초기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 지역활성화 정책추진시 고민할 것들

지역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효과를 거두자면 ① 정책을 어떻게 통합해 갈 것인가? ②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 ③ 지역 리더, 주민, 공무원 등 주체 역량을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강화할 것인가? ④ 지역사회 통합과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동시에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 

2009년 ‘약속프로젝트’를 통해 완주군 지역 농업과 농촌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영역을 아우를 수 있도록 5대 정책과제와 12대 농정혁신시책을 추진했고, 약속 프로젝트에 필요한 소요 예산 500억을 국비와 도비에 의존하지 않고 5년 동안 매년 100억씩 완주군 자체 예산을 확보하여 사업을 추진하였다. 만일 국비와 도비에 의지했다면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 왕궁, 미래 농업의 방향 

완주군이 신(新) 택리지 사업을 통해 완주군 13개 읍‧면 지역기초자산을 추진했다면 왕궁면은 ‘왕궁면지’ 발간을 통해 방대한 왕궁면 자원을 조사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왕궁면지’ 발간을 바탕으로 역사, 문화뿐만 아니라 농업, 교통, 물류 허브로 국가에서 마을사업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예산 투자가 예정되어 있다. 왕궁지역이 정책통합, 지원통합, 지역사회통합을 통해 농촌활력정책을 추진했던 완주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 로컬푸드나 미래 6차 산업이 지역활성화를 위한 좋은 방향이긴 하나, 로컬푸드를 면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제약요인이 너무 많고, 미래 6차 산업을 지역주민이 독자적으로 따라가기에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빨리 가고 싶은 욕심을 잠시 접어 두고 왕궁면 미래 발전 방향을 명확하게 수립하고, 농민 가공 촉진은 완주군이 두 개의 가공센터를 직영하면서 완주군 농민들의 가공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사례를 참고했으면 좋겠다. 또한 로컬푸드나 미래 6차 산업 방향은 익산시와 연계하고 통합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왕궁은 향후 익산의 미래 발전을 선도할 거점이기에 지역발전계획과 추진 방안을 마련할 주민들의 혁신 의견이 잘 모였으면 한다”는 채수훈 왕궁면장의 소망이 ‘왕궁면민 혁신교육’을 통해 꼭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글쓴이

강평석 완주군 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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