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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고택, ‘함라 삼부자집’
  • 편집국
  • 등록 2018-04-18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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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규모 자랑하는 ‘김안균 가옥’

아름다운 돌담길이 있는 ‘조해영 가옥’
전통의 향수가 가득한 ‘이배원 가옥’

<김안균 가옥 전경>


‘고택(古宅)’ 말 그대로 오래된 옛날의 집을 말하며 우리 한옥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고택을 한옥으로만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한옥만큼 익숙하게 떠오르는 고택이 있을까?


고즈넉한 모습과 향긋한 나무냄새에 취해 한껏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한옥이지만 도시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는 불편함, 껄끄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어린 아이들도 학습이나 체험, 견학으로만 한옥을 접하고 있고 주위의 관심도 크지 않아 그동안 한옥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로서만 인식되고 문화재라는 느낌만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예스러움의 향수를 찾아 너도나도 한옥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또 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옥의 생김새, 한옥에서의 일상생활 등이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되고 SNS에 한옥에 대한 정보공유가 빠르게 이루어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를 잘 활용한 전주 한옥마을은 연간 약 1천만 명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옥은 단순히 고택의 의미 보다는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고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재밌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익산의 삼부자집이 입소문이 나고 있는데 이를 만나보고자 함라에 위치한 세 가옥을 찾아가 보았다.


▲ 최고 규모 자랑하는 상류가옥, ‘김안균 가옥’


<김안균 가옥 안채>


익산시 함라면 수동길 20번지에 위치한 김안균 가옥은 지난 1986년 9월 8일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삼부자집의 가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김안균 가옥의 안채와 사랑채는 1922년에, 동·서 행랑채는 1930년대에 건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의 전통적인 상류가옥의 면모를 보여주고 조선 말기 양반가옥 형식을 기본으로 구조와 장식에 일본식 수법이 가미된 특징이 있다. 현대식처럼 거실과 침실을 구별했고 사랑채 가장 깊은 곳에 별도의 침실을 마련했다. 사랑채와 안채 앞뒤로 복도를 두르고 유리문을 달아 채광을 조절한 게 눈에 띈다.


사랑채는 팔작지붕으로 대청은 누마루 형식으로 정교한 아자(亞字) 난간을 둘렀다. 안채는 비교적 전통적 기법을 유지하고 있다. 1920년대에 지어진 만큼 우리나라의 전통적(傳統的)인 상류가옥이 이 무렵에 어떻게 변천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중요한 문화재이다.


▲ 아름다운 돌담길, ‘조해영 가옥’


<조해영 가옥>


조해영 가옥은 익산시 함라면 수동길에 위치해 있으며 김안균 가옥과 같은 1986년 9월 8일에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21호로 지정됐다.


여러 채의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는 안채와 본채, 별채만 남아있다. 안채는 상량문에 ‘대정(大正)7년’이라 명기되어 있어 1918년에 건축된 것으로 보이고 별채는 안채보다 조금 늦은 1922년이나 그보다 조금 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가옥은 정남향에 가까운 남서향이며 안채와 별채는 모두 남북으로 길게 서로 평행하게 배치되어 있다. 안채는 남쪽으로, 별채는 서쪽으로 향해 자리 잡고 있으며 대문채 안쪽으로는 아름다운 돌담길이 정갈하게 서있다.


담장은 붉은 벽돌로 쌓고 그 중앙에 화려한 그림을 그려 넣었다. 네모나게 흰 회칠을 하고 돋아나게 그린 그림 속으로 학, 사슴, 구름, 연꽃과 산삼 등 십장생의 벽돌꽃담이 있다. 경복궁 대조전 뒤뜰의 굴뚝꽃담을 모방해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 전통의 향수 가득, ‘이배원 가옥’


<이배원 가옥(함라교당)>


가장 최근에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이배원가옥은 함라면 천남1길에 위치해 있다. 2012년 11월 2일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37호 지정됐다.


삼부자집 중 가장 먼저 지어진 이배원가옥은 김안균가옥과 조해영가옥의 모델로 적용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평면의 구성에서도 서로 연관성을 찾아 볼 수 있다.


건립 당시에는 안채, 사랑채, 행랑채, 문간채, 곳간채 등을 비롯해 이 집안의 부를 이뤘던 여러 채가 있었으나 현재는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주위의 토석 담장만이 남아 있다.


사랑채는 내부가 개조되어 1959년부터 원불교 교당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안채는 입식부엌으로 개조하여 활용하는 안방 뒤쪽 공간을 제외하고 비교적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배원 가옥은 함라면의 한옥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전통 가옥으로 인근 조해영 가옥, 김안균 가옥과 토석 담장, 한옥 기와지붕 등이 어우러져 전통적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



위 세 가옥의 주인들은 특이하게도 한 마을의 만석꾼들이다. 당대 우리나라에는 90여 명의 만석꾼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세 명의 만석꾼이 작은 한마을에 모여 살았다는 것을 보면 옛 함라지역 명성과 풍요로움이 어땠는지 알 수 있다.


본인들의 이익에 치중하지 않고 넉넉했던 수확만큼 동네 주민들에게 나눔을 실천한 함라의 삼부자들은 우리나라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시대 양반계층의 분화, 해체 이후 근대기 부농계층의 등장, 그 단면을 잘 보여주는 근대화된 부농가옥. 고택으로써 가지는 의미와 각각 세 가옥에 담긴 스토리텔링이 풍부해 역사적인 문화재로 활용가치가 크다.


또한 세 곳의 고택과 근처에 위치한 ‘함열 향교’, 현재 운영중인 ‘함라 한옥체험관’이 어우러져 마을 전체가 한옥체험단지로서 유명한 관광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현재 김안균 가옥은 개인 소유로 항시 개방이 되어있지 않아 내부관람은 어려우며 다른 가옥들 또한 관리가 더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주변의 고즈넉한 담벼락 사이를 걸으며 한옥의 정취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조금 더 가꾸고 다듬어 우리지역의 역사·문화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관광지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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