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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시리즈] 2. 화병이 만든 공황장애
  • 편집국
  • 등록 2018-01-24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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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 이재성 한의원 원장


40세 여자 ‘완득이 엄마’.

필리핀에서 살다가 10년 전 익산으로 시집왔다.

한국은 다 잘 사는 줄 알고 왔다.

와서 고생 많이 했다.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다.

식구 중 누구와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남편은 술을 많이 마셨다.

경제적 능력도 떨어졌다.

술 마신 날, ‘완득이 엄마’를 때렸다.

학교 들어간 아이는 공부에 적응을 못했다.

선생님 호출로 불려갔다.

한글 모르고 들어온 아이 없다고 했다.


필리핀으로 도망갈 수도 없다.

필리핀은 카톨릭 국가다.

카톨릭에서는 이혼을 못하게 한다.

필리핀으로 돌아가도 고향으로는 못 간다.


몇 년 전부터 가슴에 응어리가 생겼다.

탁구공만한 게 가슴 속에서 느껴졌다.

목에 걸린 거 같아 뱉어보려고도 했다.

아무것도 없다.

혹시 먹다 걸린 건가 해서 삼켜 봤다.

없어지지 않는다.


어느 날 솜뭉치 같은 게 숨을 막았다.

죽을 거 같았다.

더운 방에서 시원한 밖으로 뛰쳐나갔다.

없어졌다. 몇 개월이 멀다 하고 반복됐다.

솜뭉치가 숨 막은 날은 밥맛이 뚝 떨어졌다.

화병이 심해져 생긴 공황장애다.

화병은 화내서 생긴 병이 아니다.

힘든 데 얘기할 곳이 없어서 생긴 병이다.


공황장애는 몸이 너무 긴장해서 공포 상태가 되는 병이다.

극심한 공포에 떨고 나면 몸 긴장이 풀린다.

일종의 보호 반응 같은 거다. 

화병은 스트레스가 몸에 증상을 남긴 병이다.

화병 걸린 사람들은 처음에 몸이 아픈 줄 안다.

병원 간다. 심장 정상·폐 정상·식도 정상 진단받는다.

그리고 스트레스라는 설명을 듣는다.

말 못하게 하는 동네에서 잘 생긴다고도 듣는다.


한의학에서는 매핵기라고 한다.

가미사칠탕이란 처방이 잘 듣는다.

4주 정도 침 맞으면서 한약 먹으면 목 안에 탁구공 같은 응어리가 없어진다.

주된 한약재에 보라색 깻잎이 있다.

자소엽이라 한다. 또 귤껍질, 안 익은 탱자가 있다.

이 글에 언급한 한약들은 부작용 없는 것들이다.

혹시 억울한 일로 가슴에 응어리 들었으면 차로 달여 마시면 된다.


‘완득이 엄마’가 여러 군데 병원을 돌아다닌 이유는 말이 안통해서였다.

그러다가 통역 가능한 필리핀 사람을 만났다.

식량 과학원 박사였다. 한의원에 같이 왔다.

말이 통했다. 몇 년간 괴롭혔던 응어리가 눈 녹듯 사라졌다.

식량 과학원 박사를 만난 곳은 창인동 성당이었다.

창인동 성당에 노동자의 집이 있었다.

노동자의 집에서 한글을 가르쳤다.

의사, 한의사들이 번갈아 와서 무료 진료도 했다.

그 봉사자 중에 식량 과학원 박사가 있었다.

행정 서류 같은 것도 도와주었다.

아픈 사람들 병원 따라가 통역도 해주었다.


익산에 외국인이 5천 명이다.

60명 중 한 명. 적지 않다.

한국말을 모르고 익산에 왔다.

그래서 5년쯤 살면 대부분 가슴이 답답하다.

근데 관심만 가지면 마음이 통한다.

진료실에서 분명히 말한다.

‘시어머니.. 있어요.. 말.. 막 해요..’

그래서 가슴에 응어리 들었다 설명하면 눈물을 쏟는다.

그렇게 쏟은 눈물이 치료를 한다.


그래서 농촌의 다문화 가정 화병은 옆집 할머니들도 치료한다.

할머니들이 몸짓 섞어 설명한다.

‘가슴에.. 쌓아 두면.. 병 돼야.. 막 울어 부러..’ 가르쳐 준다.

한국인의 병이라고 소문난 화병이 외국인에게도 생기는가.

그렇다. 서양 사람에게도 생긴다.

현대 정신과를 만든 프로이트가 밝혔다.

가슴의 응어리가 몸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 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말문 트이면 낫는 걸 보여줬다.


한국인에게 화병이 많았다.

며느리는 며느리답게 살라 해서 그랬다.

며느리는 3년 눈 감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닫으라 했다.

남편이 잘못해도 참고 시부모가 잘못해도 참으라 했다.

그래서 화병이 많았다. 이제는 고부가 같이 살지 않는다.

당연히 한국에 화병이 줄었다. 설날에도 맞벌이 며느리는 면제된다.

직장 다니면 명절에 일 대충 해도 혼나지 않는다.

오히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주 학원비 걱정을 한다.

그래서 돈 버는 며느리가 1순위다.

이렇게 서로 걱정해주는 가정에 화병은 없다.


새로운 화병 발생지가 데이트 폭력이다.

숨기고 연애하는 경우.

데이트 폭력이 발생해도 말할 곳이 없다.

2~3년 고생하다 가슴에 응어리 들어앉고 숨 막힌다.

들어주는 부모가 필요하다.

어떤 말도 비난하지 않고 죄를 묻지 않을 부모 있으면 데이트 폭력 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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