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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 암 발병 장점마을…범인은 비료공장 때문
  • 문명균 기자
  • 등록 2019-06-21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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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장점마을 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
“인과관계 밝히는 데 한계” 발표에 주민 불만
주민 피해 요구 지자체 외면…골든타임 놓쳐

 

 ▲ 지난 20일 모현동 국가무형문화재통합전수교육관에서 익산 장점마을 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익산투데이
▲ 지난 20일 모현동 국가무형문화재통합전수교육관에서 익산 장점마을 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익산투데이

 

주민들이 암에 걸리는데 비료공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민들 손을 들어주는 정부의 결론이 나왔다.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에 대한 공식 조사 결과가 암에 걸린 주민이 나오고 13년 만에 발표가 됐다.

 

반면 주민들은 아무 내용도 없는 결론이라며 조사를 할 골든타임을 놓친 것에 정부와 지자체에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 20일 모현동 국가무형문화재통합전수교육관에서 익산 장점마을 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용역기관인 (협)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역학조사 결과 비료공장인 (유)금강농산 사업장과 장점 마을 주택의 침적먼지에서 1군 발암물질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시물레이션 결과 비료공장에서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을 불법으로 태웠고, 여기서 나온 1군 발암물질이 공기를 타고 마을로 퍼진 것으로 봤다.

 

아울러 마을로 몰려온 이 연기가 집단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최종 판단이다.

 

이는 비료공장 내부와 마을에서 채취한 먼지에서 1군 발암물질을 포함한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이 나온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주택 옥상 침적먼지에서는 PAHs가 먼지 1g 당 680.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 검출됐으며, 마을의 15개 지점 중 5개 지점에서 TSNAs가 검출됐다.

 

검출된 TSNAs 4가지 중 NNN(Nicotine-nitrosamine nitrosonornicotine), NNK(N-nitrosamine ketone) 등 2가지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은 “전국 평균이라든가 전라북도라든가 익산시 함라면을 비교했을 때 장점마을에서 모든 암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비료공장에서 300도 고온으로 연초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TSNAs가 마을까지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공장에서는 평소 30명 안팎이 일했는데, 공장 직원 중에서도 5명이 암에 걸렸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실제로 2001년에 비료공장이 설립된 이후 2017년 말 기준으로 주민 99명 중 22명에게 암이 발생했다.

 

이 중 14명은 사망했고 2017년 당시 장점마을에는 99명이 거주, 43%가 60세 이상이었다.
  
당초 주민들은 31명에게 암이 발병했다고 주장했으나, 국립환경과학원은 2001년 이전 암 발생자 3명과 양성종양 등 2명, 자료 미제출 4명을 제외하고 총 22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표준화 암 발생비를 분석한 결과, 전국 대비 모든 암은 2.05배, 피부암은 21배, 담낭·담도암은 16배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하지만 김 소장은 “가해 비료공장의 파산으로 가동 당시 배출량과 노출량 파악이 곤란하고, 소규모 지역에 사는 주민에 대한 암 발생 조사로 인과 관계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결과 발표를 들은 주민들은 비료공장과 주민의 암이 관련이 있다고 추정했을 뿐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히지는 못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전우용 장점마을 주민은 “인과관계 자체도 모호하고, 아무 내용도 없는 말만 늘어놨다”고 질타했다.

 

최재철 장점마을주민대책위원장은 “이정도 가지고는 주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런 조사내용으로는 다시 살아갈 수 없는 마을이 될 수 있다”고 성토했다.

 

이를 토대로 환경부는 장점마을 주민들에게 나타난 피부암, 담낭암 등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발생한 1군 발암물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주민건강 관찰 모니터링과 피해구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치료비는 실비로 지급되고 이미 숨진 피해자들에게는 700~4000만 원의 유족보상비가 지급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장점마을 주민들이 지난 2017년 4월에 인근 비료공장으로 인한 건강영향을 파악해 달라고 정부에 청원하면서,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안전건강연구소에 의뢰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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