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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선거 ‘참패 자초’, ‘오만 공천’ 익산의 민주당
  • 김도현 기자
  • 등록 2018-06-20 12: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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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문재인 지지율 기대, 시민 눈높이 못 미친 후보공천이 패인

본선 초반 기울던 판세 토론회 이후 뚜렷해져, 민주당 자업자득

익산지역(갑·을 지역구) 민주당은 이번 시장선거에서 참패를 ‘자초’했다. 정헌율(민주평화당) 시장은 김영배(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인물론이 통했다는 평가도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지만 그보다는 시민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민주당 시장 후보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의 오만과 오판이 주요 패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80%에 근접했던 정당지지율,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인기도, 선거 전 북미회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갑을지구당 사실상 합동공천, 현 정부 들어 잘 나가는 익산출신 정치인 등 선거의 호재는 차고 넘쳤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226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무려 151개 기초단체장을 쓸어 담았다. 그러나 중앙당 선대위원장과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청와대 정무수석 직위에 있으면서 문재인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한병도, 이리고 출신 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 등 전대미문의 중량감을 자랑하는 인물 군의 민주당이었지만 익산은 예외가 되고 말았다.


익산 시민들은 정당보다 인물을 선택했다. 선거전이 벌어지면서 정헌율 시장은 정당론과 인물론으로 프레임을 짰다. 그리고 ‘2년 반쪽짜리 4년 더’라는 문구로 시민의 정서를 자극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정치권 관계자 A씨는 “민주당은 시장 경선 시작부터 잘못됐다”며 “도의원과 시의원을 십 수 년 간 역임하며 인지도를 높여 온 두 후보와 정치신인들의 게임은 누가 봐도 결과는 자명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경선결과가 뻔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당 경선이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의중이 반영되고 그 배경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고 말하며 “결국 후보 공천이 예상대로 확정되자 유권자들은 실망감을 표출하며 민주당 후보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배 후보는 불참과 참석을 번복하며 토론회를 기피하는 행태가 연출됐다. 이러한 행태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김영배 후보에 대한 자질과 능력에 의문부호를 갖게 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참석한 토론회에서 유권자들은 김 후보가 토론회를 왜 기피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정치권 관계자 B씨는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후보자가 확정되자 무게 중심은 민주당 후보로 쏠렸다. 그러나 그도 잠시 본선이 시작되고 토론회 기피후보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무게 중심은 정헌율 후보에게 기울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결정적인 시기는 6월4일 법정토론회 이후 개최된 3번의 토론회로 판세가 기우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관계자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민주당 패인은 명확하다. 시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후보를 내고 찍어달라는 ‘오만 공천’이 부른 참패라는 것이다. 


유권자 C씨는 “민주당 지지율에 편승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는 익산의 민주당은 심판 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민주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덕인데, 익산의 민주당은 이번 공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반영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역행하는 수구적 태도를 보였다”고 일갈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유권자 D씨는 “토론회 이후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모임이 있어 갔는데 시장 토론회가 화제가 됐다”며 “참석자들 거의가 그냥 웃기만 했다. 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의 정치의식은 전에 비해 크게 향상됐는데 정치권은 아직도 과거를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익산시민의 자존심을 이렇게 상하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민주당의 공천실패에 정헌율 시장은 이를 호재로 활용했다. 대 시민 접촉은 물론 토론회와 간담회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차별화에 나서는 한편, KTX전북혁신역을 선거 쟁점으로 활용하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지난 10여년 쌓여온 문제점을 정리하는 행정가의 모습과 도시재생뉴딜사업, 익산시 신청사 건립 물꼬, 부채문제 일정부분 해결 등도 재선의 동력이 되었다는 평가이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언론 관리에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정 후보 측은 매일 후보 일정표를 보내고 적극적인 접촉에 나섰지만 김 후보 측은 막판 판세가 기우는 선거 며칠 전부터 겨우 일정표 정도만 보내는 한계를 드러냈다”며 “이번 익산시장 선거는 현역 정헌율이라는 산을 넘어야 할 ‘도전자 민주당’이었지만 선거운동은 ‘수성 김영배, 공성 정헌율’이라는 이상한 선거판을 만든 민주당의 ‘자업자득’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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