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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밝힌 천태만상 언론비리… ‘난립이 원인’
  • 정용하 기자
  • 등록 2018-06-27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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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익산지역 모 주간신문 편집국장 구속 등 14개 언론사 간부, 기자 등 26명 기소

전북민언련, “기소된 언론사 지면에 실상 보도·사죄” 등 4가지 사항 촉구하는 성명 내
전북지역 언론사 전국 최다 일간지 16개 주간지 29개, 난립으로 인한 문제가 원인


지난 18일 전주지검이 전북언론사 비위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 전북 민언련이 “지역 언론사들은 현재 기소된 대표, 편집국장, 주재기자 비리 문제에 대해 지면을 통해 그 실상을 명명백백히 보도하고 즉각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전주지검은 지난 5월3일 익산지역 언론사인 S주간신문 편집국장을 구속하고 기소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전주지검은 편집국장이자 실제 사주인 A씨가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전북 소재 11개 기업체 등으로부터 광고비 수수를 가장하여 15회에 걸쳐 3,546만원을 수수하여 청탁금지법을 위반하고, 2012년 6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폐기물 재활용 업체를 상대로 비방성 기사를 계속 보도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며 6회에 걸쳐 합계 5,500만원을 갈취(공갈)한 혐의를 적용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편집국장 A씨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주지검은 지난 해 11월부터 7개월간 전북지역 언론사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결과 전북지역에서 처음으로 김영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었던 S일간지 대표를 포함해 전북 지역 14개 언론사 간부 10명(대표, 부사장, 편집국장)과 기자 13명 등 총 26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 익산지역 모 주간지 편집국장이자 실사주인 A씨 등 3명은 구속 상태.


전주지검은 크게 네 가지로 범죄 유형을 분석해서 발표했으며 이 보도자료에는 전북 지역의 언론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청탁금지법 위반 및 배임수재 행위가 드러났다. 


홍보성 기사를 게재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 광고 없는 광고비를 수수한 행위, 민원 발생 업체로부터 해외여행 경비를 수수한 행위, 지역 행사 개최 후원금 명목 금품수수 유형이 있다고 분류했는데 대표적으로 부안군 주재기자 6명이 해상풍력단지 건설 과정에서 해당 업체로부터 약 226만 원의 공짜 해외취재 연수 경비를 제공받았으며 이후 10명이 우호적 기사를 게재하고 그 대가로 지역 언론사가 이득을 취했다는 범죄 사실을 밝혔다.


사이비 기자의 금품갈취 범행도 드러났다.


지역 언론사 간부가 특정 업체를 상대로 경영과는 관계없는 약점을 잡거나 악의적인 기사 게재 후 해당 기사 보도 자제를 요청한 업체 측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했다고 적시했다. 


이러한 사이비 기자들의 금품갈취 범행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저해시키는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S일간지는 지역 은행 경영자가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악의적인 기사를 게재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지역 언론사의 보조금 횡령 범행도 있었다. 


J신문의 축제행사의 경우 보조금을 지자체로부터 지급받은 후 비용을 과다 계상하여 거래업체에 지급한 후 그중 일부를 되돌려 받아 회사 운영경비 등으로 유용한 사례가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북민언련은 “그동안 지역일간지에서 다른 단체들의 보조금 횡령 문제, 의회의 재량사업비 문제 등을 매섭게 비판했다는 점을 돌아볼 때 모순적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언론사의 구조적 비리가 확인되는 지점이다. 


열악한 재무구조로 인해 다수의 지역 언론사들이 소속 기자들에게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주재기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되지 않아 일부 지역 언론사들은 주재기자를 고용하는 대신 대가 없이 형식적인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근로자로 등재하고 국가로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경영 형태가 확인되었다. 


전북민언련은 이에 대해 “검찰의 자료는 일선에서 소문으로만 돌던 주재기자의 현실을 재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지역 기자의 광고 협박 및 횡령 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남원 주재기자들이 광고비 횡령으로 인해 무더기로 입건되었고 J신문 주재기자는 비리 문제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해임되는 등 사이비 기자들의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역사회에서 소문으로만 돌던 최저임금도 안 되는 지역 기자 임금 지급 실태와 주재기자 무임금 계약 등 지역 언론사의 구조적 비리 문제가 전주지검에서 구체적으로 파악되면서 지역 언론사의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북민언련에서는 기자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언론사의 행태가 기자들을 무리한 광고 수주로 몰아가고 결과적으로 광고 협박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지자체 이권사업에 개입하려는 주재기자들의 문제를 언론사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함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역 언론사들은 문제가 된 기자를 재고용하면서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북민언련의 입장으로 언론과 지자체에 4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첫째, 지역 언론사들은 현재 기소된 대표, 편집국장, 주재기자 비리 문제에 대해 지면을 통해 그 실상을 명명백백히 보도하고 즉각 사죄하라.


둘째, 해당 지자체에서는 문제 언론사에 지급했던 보조금을 즉각 회수하라. 전주지검은 향후 계획으로 “지역 언론사 횡령 보조금은 환수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할 예정”임을 밝혔다. 


전북민언련에서는 향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자체의 보조금 회수 조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반드시 확인할 것이다.


셋째, 지자체는 언론사 임직원이 언론사의 지위를 이용해 부정한 행위를 했을 경우 해당 언론사에는 홍보비 지급을 일정 기간 중단하라. 다른 보조금 사업의 경우 검찰의 기소 단계부터 지급 여부를 재검토하거나 일시 중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홍보비의 경우는 예외로 다뤄졌다. S일간지 창간 광고가 대표적 사례다. 다수의 지자체와 의회는 S일간지 대표가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도 수천만 원을 창간 광고비로 지급하기도 했다.


넷째, 지역 언론사 종사자들과 전북기자협회 차원에서 스스로 자정 대책을 마련하라. 지역 일간지들의 언론 윤리 위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가뜩이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지역 신문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지역 독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마저 각종 비위 문제로 인해 훼손된다면 지역 신문의 존립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사의 행위라 치부하지 말고 지역 언론사 종사자들과 기자협회 차원에서 퇴출을 포함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여 비위 행위에 연루된 언론사가 다시는 지역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하길 바란다.


한편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난립한 전북지역 언론사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전북지역에는 현재 16개 일간신문과 29개 주간신문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인구 340만이 넘는 부산광역시((일간신문 7개, 주간신문 16개)와 도세가 비슷한 인구 160만인 충북(일간신문 6개, 주간신문 28개)보다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북지역 일간지 숫자는 광역단체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많아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번 검찰 수사로 증명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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