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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의회 조례개정권 무기로 언론사 길들이기
  • 김도현 기자
  • 등록 2017-11-15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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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의회 “정정보도 결정 시 1년간 홍보비 미집행” 통과

언론 취재·보도 환경 심각히 위협, 언론 중재위 존립의미 무색


익산시의회가 조례개정권을 무기로 제 4부로 지칭되는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익산시의회는 지난 10일 송호진(정의당) 의원 대표 발의로 언론사 본연의 기능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송 의원이 발의한 ‘익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용에 관한 조례’는 언론매체가 보도 이후에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해당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 결정이 단 한차례라도 내려질 경우 그로부터 5년 동안 익산시의 홍보비를 지원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또 잘못된 기사로 인해 벌금형이 확정되면 10년간, 금품수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20년간 홍보비 지원을 중단하도록 했다.


익산시의회는 송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언론중재위 정정보도 결정시 5년 동안 익산시 홍보비 미지원에 대해 1년으로 조정 ▲잘못된 기사로 인해 벌금형 화정시 10년간 미지원에 대해 3년으로 조정 ▲금품수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 확정시 20년간 미지원에 대해 5년으로 수정 가결했다.


이에 따라 익산시에서 홍보비를 받는 언론사는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결정만 나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어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 할 표현의 자유 등이 위축받게 됐다.


송 의원은 최근 익산지역 한 주간지와 재량사업비와 관련하여 갈등을 빚은 바 있으며 이로 인해 언론중재위 제소와 형사고소가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익산의 한 주간지는 ‘송 의원이 올해 초 전체 시의원들에게 배정된 소규모주민숙원사업비(재량사업비) 1억원이 배정되었지만 편성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추경에 은근슬쩍 편성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익산시의회의 이번 조례 개정은 특정 언론사와 의원 개인의 갈등 관계를 지나치게 확대해 언론의 취재 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언론 중재위 2017년도 10월 말 현재 언론조정신청 처리현황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언론조정신청은 2,710권이 접수되어 정정 1,269건, 반론 299건, 추후 182건, 손배 960건이 처리됐다.


전북지역은 언론조정신청 63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정정보도 처리되고 나머지는 반론보도 처리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익산시의회가 이번에 통과시킨 조례안대로라면 전북지역에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언론사는 해마다 30개 정도가 제재를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익산지역은 언론중재위 제소 건수가 도내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익산이 없으면 언론중재위 기동이 없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여서 “언론중재위 전주 중재부가 익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농담 섞인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례안 개정은 익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사에게 심각한 위협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3일 익산시청 출입기자단은 성명서를 통해 “익산시의회의 언론악법을 규탄 한다”며, ‘언론 길들이기’ ‘언론 재갈물리기’로 규정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출입기자단은 “정정보도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나 반론권 보장이 되지 않아 피해를 보게 된 보도를 신속히 바로 잡기 위해 준사법기관인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담당한다”며, “언론과 구제를 신청한 당사자는 상호 합의를 통해 정정 보도를 하게 되면 보도 사안에 대해 상호간 이견이 해소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출입기자단은 이와 함께 “익산시의회는 이 같은 정정보도에 대해 1년간 홍보비 지원중단 범주에 포함시킨 것은 초법적 발상”이라며 “상호간 합의를 해도 처분하겠다는 상식을 벗어난 언론 악법이 아닐 수 없다”고 진단했다.


출입기자단의 이러한 설명은 언론중재위의 중재 결정(정정 또는 반론)은 양측의 주장을 듣고 합의를 본 것으로 법적 절차가 완성된 것을 다시 처벌하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익산시의회가 개정한 조례가 시행되면 언론은 언론중재위의 권고나 합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해당 언론사로서는 정정보도 수용 시 홍보비를 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경영압박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정정보도는 민·형사 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해지게 되어 언론중재위의 존립 의미가 상실되는 것은 물론, 중재위 제소자와 언론사는 법적 비용과 더불어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시민단체에 근무하는 A씨는 “언론사 난립과 함께 지역 언론의 폐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전제하며 “그렇다고 시민의 눈과 귀가 되고 집행부와 의회를 견제 감시하는 언론사 본연의 기능인 취재와 보도 기능을 위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익산시의회 한 의원도 “언론사 관련 조례안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장치가 있는데 너무 과도하게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례는 헌법과 법률에 정렬되어야 하는 데 익산시의회의 이번 개정이 여기에 부합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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