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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제일문은 여산의 ‘황화정’, 재건해야
  • 김도현 기자
  • 등록 2018-01-31 13:02:00
  • 수정 2018-01-31 1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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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첫 고을 여산 황화정은 신구 전라감찰사 인수인계 상징적 장소

경상도 문경새재 ‘교귀정’은 재건, 전라도 정도 1천년 맞춰 황화정도 새로 세워야

<연무읍 황화정>


“노성 입술막 지내어 풋개 사다리 지낸 후, 은진읍 얼른 지나 ‘황화정’을 당도허니 전라도 초입이라 양재 역마 갈아타고 여산읍을 들어가니, 셔리 역졸 문안커늘 뇌성 풋가 사다리 은진 간치당이 ‘황화정’ 장인 고개 여산읍으 숙소 참하고 잇튼날 셔리 중방 분부하되”


판소리 춘향가에서 암행어사를 제수 받고 남원 행에 오른 이몽룡이 삼남대로(은진-여산-삼례-태인-나주-강진-제주) 전라도 초입인 지금의 여산에 들어서는 대목이다. 이 대목에는 익산시민도 생소해 하는 ‘황화정’이 언급되고 있다.


황화정(皇華亭)은 지금은 충남 논산에 속하지만 조선시대와 1960년 초까지만 해도 전라도 땅 여산에 속했다. 이곳 황화정은 전라도 첫 고을인 여산 초입에 세워져 전라도 신구 관찰사가 전주에 부임하기 전 부신(符信)을 주고받으며 인수인계를 하던 상징적 장소였다. 다시 말해 ‘호남 제일문(湖南 第一門)’이 황화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만 상태.


조선조 삼남대로 전라도 첫 고을 여산에 황화정을 새로 세워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요일이던 지난 28일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인 신정일 문화사학자가 익산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신귀백 익산 민예총 회장, 탁이석 익산투데이 대표, 전창기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연구위원, 이종진 만경강의 숨은 이야기 작가 등 다수의 지역 인사가 함께하며 논산 연무읍의 황화정 옛터와 여산지역을 돌아봤다.


이날 신정일 사학자의 익산 방문은 전라도 정도 1천년인 2018년에 맞춰 황화정을 삼남대로 전라도가 시작되는 1번 국도 여산 초입에 새로 세우자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경상도가 시작되는 문경새재의 교귀정(交龜亭)과 같이 전라도가 시작되는 여산에 같은 기능을 하는 황화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경새재 교귀정>


문경새재에 있는 교귀정은 전라도 여산과 같이 경상도 초입으로 조선시대 경상감사가 한양을 출발해 부임할 때 신구 경상감사끼리 업무 인수인계를 하던 곳이다. 신임 경상감사가 이곳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구 경상감사가 관인과 인계인수 물목을 적은 서책을 건네며 교인식(交印式)을 거행했다. 경상감사 도임 행차는 취타대를 선두로 해서 총 300명가량의 큰 행렬이었다고 한다.


교귀정은 조선시대 후기 소실되었다가 지난 1999년 경북 개도 100년을 맞이하며 다시 지어졌다. 이에 따라 황화정도 전라도 정도 1천년을 맞이하여 새로 세워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신정일 사학자는 “전라 관찰사가 관인을 주고받으며 임무 교대를 하였던 황화정이 조선이 역사의 그늘 속으로 사라진 뒤 어느 사이에 그 정자도 사라졌다”며 “196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라도 땅이었던 이곳이 5,16이후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금산군과 함께 충청도 땅으로 편입되었다”고 회고 했다.


신정일 사학자는 이와 함께 지금 논산 연무읍 터의 황화정 재건에 대해 “지금의 연무읍 황화정 터는 충청도로 편입돼 거기에 새로 세울 수는 없어 지금의 1번 국도인 여산면과 연무읍 경계에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 후보지를 둘러봤다.


후보지로 물색하고 있는 곳은 여산면과 연무읍 경계인 1번 국도(사진)이다. 이곳을 둘러 본 결과 여산-연무읍 1번 국도 남측 야산이 지대도 적당히 높아 답사자들로부터 적지로 평가 받았다.


신정일 사학자는 “황화정을 세우자! 그 말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실현되어서 옛 시절 전라도 영역이었던 전라도의 전북 지사, 전남지사, 광주시장, 제주 특별자치도 지사 등이 이곳으로 와 임무교대를 하면서 문화행사도 펼치는 그런 날이 하루 속히 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또 기원할 뿐이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여산과 연무읍 1번국도경계>


황화정 재건을 위해서는 익산 정치권뿐만 아니라 전북도지사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귀백 익산 민예총 회장은 “황화정 재건에는 30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집권 여당 사무총장인 이춘석 의원과 전북 도지사가 협력해 국비와 도비 시비를 매칭해 사업을 추진한다면 전라도 정도 1천년인 2018년은 매우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이다”고 정치권의 노력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이와 함께 “만약 황화정이 재건된다면 여산 지역의 동헌, 백지사 터, 가람문학관과 함께 금마 미륵사지, 왕궁리 유적 등도 삼남대로 답사 코스로 각광 받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탁이석 익산투데이 대표는 “5,16이후 서슬 퍼렀던 군부정권이 들어서면서 당시 실세였던 김종필이 강경 연무 일대와 금산을 충청도에 편입시키며 전라도의 자존심을 구기게 했다. 이제라도 전라도의 자존심이자 익산의 상징물로 황화정을 재건 해 호남의 제일문이자 사통팔달 익산의 위상을 재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황화정은 현재 논산시 연무읍 황화정리 봉곡서원 앞에 자리했다. 그러나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쓴 비문이 담긴 비석은 지난 2017년 황화 3리 경로당(육군제2훈련소 입소대 뒤편)이 신축되면서 봉곡서원에서 옮겨져 경로당 간판으로 쓰여 지는 상황이 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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