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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지역인재 지원 자격 변경…상산고 염두?
  • 문명균 기자
  • 등록 2019-01-09 11:35:00
  • 수정 2019-01-09 11: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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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2020 전형, 수도권 등 60% 차지 상산고에 문호 개방
지역인재 전형 대부분이 의·치대, 전북 토종들 경쟁열세 불 보듯

전북대가 오는 2020년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안)에 지역인재 전형 규정에 대한 변경안을 내놓자 전북지역 학부모와 일선고교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반발의 요지는 2020년 전북대 지역인재 선발규정이 적용될 경우 수도권 등 도외 지역출신 학생들이 이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고, 선발 규정 변경의 이면에는 전국단위 모집 자율형 사립고인 상산고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

 

전북대가 지난 해 9월 공개한 2020년도(현재 고3 입학예정) 지역인재 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전라북도 소재 고등학교’에서 전 교육과정(입학부터 졸업까지 재학)을 이수한 졸업예정자”로 규정했다.

 

이는 종전 2018년까지 적용하던 규정과 차이가 있다. 2018년 지역인재 전형은 “전라북도 내 고등학교에서 부모와 학생 모두가 전라북도 지역에 거주하거나 전라북도 소재 중·고등학교 전 과정을 졸업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2018년과 2020년 전형계획은 얼추 보면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북지역 학부모와 일선교사들의 주장으로, 핵심은 전북대가 전국의 인재를 선발하는 상산고를 염두에 두고 2020년 지역인재 전형 안을 냈다는 것이다.

 

전북대는 올해까지 전라북도에 ‘거주’하는 학생만 지역인재 전형 자격을 부여했다.

그러나 2020년 전형 자격에는 ‘전라북도 소재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로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전라북도에 ‘거주’하지 않는 전라북도 소재 고등학고 재학생도 지역인재 전형 자격이 부여되게 된다. 이는 상산고 재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 반발 주체들의 주장이다.

 

일선고교 교사들에 따르면 “상산고는 전국단위모집 자율형 사립고로 상산고 입학생 60% 정도가 수도권 출신”이라고 한다.

 

그런데 전북대가 내놓은 변경 안을 적용하면 상산고도 전라북도 소재여서 여기서 졸업한 수도권 학생도 해당이 돼, 전북거주 토종 학생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된다.

 

전북 도내 한 신문은 지난 해 12월 5일자 보도에서 전북대의 지역인재 전형 문제를 다뤘다.

 

이 기사에는 “전북지역 학생들이 지역거점대학인 전북대 입학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이 타 지역 거점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밝혔다.

 

전북대 2019년 수시모집 모집요강에 따르면 지역인재 전형은 89명에 그치고 있다. 89명 중에는 수의예과 5명, 의예과 46명, 치의예과 18명이 차지해 대부분 의·치대 계열임을 알 수 있다.

 

전북대가 2020 변경 안을 그대로 시행하게 되면 상산고 출신 수도권 학생들이 지역인재 지원 자격을 얻게 된다. 그나마 89명에 그친 인원과 의·치대가 대부분이 지역인재 선발에 상산고 출신 수도권 등 도외 지역 학생들이 대거 전북대를 지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전북출신 토종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전북대의 지역인재 선발 규정 변경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2019학년도 대입전형에서 수도권 출신에게도 자격을 부여하려고 했으나 지역 여론과 민원에 가로막혀 결국 지역 실거주자에게만 자격을 부여했다”며 “그런데 또 다시 2020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안)에 수도권 출신에게도 지원 자격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전북대가 밝힌 지역인재 선발이 시행되게 되면 전북지역 병원들의 의료 인력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원광대 병원 관계자는 “현재 의·치대 재학생 상당수가 수도권 등 도외 지역 출신이다”며 “외지 출신 재학생들은 졸업 후 대부분이 자신의 거주지로 돌아가게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턴 수급에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학생들이 인턴 과정을 자신의 출신지(수도권 등) 병원으로 정하면서 지역병원들은 인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원광대 병원 관계자는 “등급이 낮더라도 지역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지역 의료 인력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전북지역 학부모와 고교 일선 교사들은 전북대의 변경 움직임에 “전북대는 지방 국립대로서 의무를 버리려 한다”고 비판하며, 국민권익위 민원 제기 등 다각적인 반대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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