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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매의 화려한 마술쇼! 수리수리 마수리 젊어져라~얍!
  • 고훈
  • 등록 2014-02-12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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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버마술봉사단, 유치원·노인대학 등 무료방문 공연 펼쳐

 ▲    ⓒ익산투데이

▲  홍남매 공연 모습 ⓒ익산투데이

 


◈제2의 인생, 마술의 매력 속으로~
“여기 빨간 스카프 보이죠? 감쪽같이 사라질 거니까, 황소처럼 눈을 크게 뜨고 봐요!”


지난 4일 익산시 신동 뽀뽀뽀 유치원. 백발의 마술사가 주먹에 작은 천을 밀어 넣자 60명 아이들이 일제히 그의 손을 바라본다. 입김을 불어넣고 ‘하나, 둘, 셋~’을 외치자 천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우와! 신기하다~” 유치원이 들썩거릴 만큼 큰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이날 무료 마술공연을 선보인 이들은 익산노인종합복지관 실버마술단원들. 2011년 1월 결성된 실버마술단은 현재 10여명이 활동 중인데 그중에서 능숙한 솜씨를 뽐내는 이가 단장 홍인식(76, 남) 씨와 총무 홍신자(73, 여) 씨다. 마술 경력 3년차의 두 사람은 친인척 관계로 일명 ‘홍남매’로 통한다.


노년에 배운 마술에 푹 빠져 지역 도서관과 노인대학, 어린이집, 유치원, 축제현장 등을 누비며 무료공연을 펼치고 있다.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보이지만 알록달록 모자를 쓰고 반짝이 옷을 입는 순간 눈빛부터 남달라진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아마 마흔세 번 공연을 했을 거야.” 얼추 맞을 거라며 홍인식 씨가 입을 연다.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자원봉사 확인서 덕분. 두 사람은 매번 봉사를 나갈 때마다 자원봉사를 증명서를 발급받는다. “이게 종이 한 장이고 받아서 큰 혜택을 누리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얼마나 공연 했나 세어보면 괜히 마음이 뿌듯해지거든.”


언뜻 보아도 홍인식 씨는 끼 충만한 할아버지다. 자영업을 하다 은퇴한 후 연극, 인형극, 마술 공연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일까 허리도 굽지 않고 목소리도 카랑카랑 힘이 넘친다. 특히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성인대상 공연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3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홍신자 씨는 손주들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마술에 입문하게 됐다. “요즘 아이들 스마트폰만 좋아하지, 노인들과 얘기하려고 하나요? 재미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마술을 시작하게 됐죠. 아이들 웃음은 활력소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힘을 준답니다.”


그녀는 마술이 노인들에게 꽤 매력적인 취미라고 말한다. “마술의 세계는 끝이 없어요. 계속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되고 손에 익을 때까지 연습해야 되고. 가만히 있으면 뭐해요, 늙기밖에 더하겠어요?” 홍신자 씨는 무대에서 어색함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거울을 보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그녀의 주특기는 사실 마술이 아닌 구연동화다.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할머니’ 과정을 수료한 홍신자 씨는 공연 전 동요도 부르고 구연동화를 맛깔나게 들려주며 아이들과 친밀감을 쌓는다.

 

◈까르륵~웃음 소리에 없던 힘도 불끈
어느 재능기부가 그렇듯 마술공연도 쉽지만은 않다. “마술도구는 수요가 많지 않아 비싼 편이에요. 아까 유리상자에서 꽃이 나오는 마술 있죠? 그게 가격이 30만원 쯤 할 거에요. 서너 명 모아놓고 하는 마술은 재료비가 저렴한데 오늘 유치원에서처럼 몇 십 명 아이들에게 선보이려면 규모가 커지기 마련이죠.”


마술도구 구입이 부담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 내용은 매번 비슷해 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한 번 본 마술을 잘 기억해요. 어 나 저거 지난번에 본 건데... 그럼 김이 빠져버리는 거죠. 그래서 안 다녀본 어린이집, 유치원들을 찾아갑니다.”


난이도 높은 마술은 아니지만 꼬마 청중들의 반응은 언제나 압도적이다. 이날 할아버지, 할머니의 공연을 숨죽이며 지켜본 아이들은 공연이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세례를 보냈다. 아이들의 웃음에서 생의 활력소를 찾는다는 은발의 홍남매, 이들의 따뜻한 공연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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