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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혹시 건강에 해로운 건 아닌지요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03-12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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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상파 방송에 간헐적 단식이 소개되었다. 방법은 매일 아침 거르기 또는 일주일 중 화·금요일 아침 점심 거르기였다. 한의학 입장에서 봐도 이 정도 간헐적 단식은 현대인에 맞는 훌륭한 단식 프로그램이다. 단식은 한의학의 ‘더 건강해지기 위한 방법들’ 중 하나다. 손사막이라는 선배 한의사가 1400년 전에 단식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벽곡(?穀)’이라 한다. 음식을 피한다는 말이다. 대사 과정에서 몸 안에 남는 찌꺼기인 담음(痰飮) 배출이 주된 목적이다. 이후 길고 짧은 기간의 단식들이 구상되고 시행되었다. 지상파에 나왔으니 간헐적 단식이 한 번은 유행할 것이다. 좋긴 한데 주의할 점이 있다.


‘쓰림’ 님은 속이 비면 아프거나 쓰리거나 아리거나 먹먹하거나 윗배에 뭔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급만성 위염이다. 만성 위염으로 늘 소화장애가 있고, 술이나 자극적 음식이 들어가면 급성 위염이 겹쳐 쓰림이 도진다. 빠른 성격을 지녔다. 간헐적 단식 소개하는 텔레비전을 보고 매일 아침 거르기를 바로 실천하였다. 한 달간 아침을 거른 후 속쓰림이 도졌다. 자극적 음식 없이도 오전 내내 약간씩 위가 아팠다.
오전에 심한 일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침 단식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저체중은 아니어야 한다. 아침 거를 시간쯤 검은 콩 작은 것을 볶아서 대추살과 함께 가루 내 물에 타 먹으면 속쓰림 도지는 거 예방된다.


‘요요’ 님은 식욕의 왕이시다. 비만하신 몸에서 늘 먹거리를 부른다. 간헐적 단식을 보니 딱 느낌이 왔다. 일주 중 화·금요일.. 그것도 아침 점심만 걸러 살 빠진다니 정말 좋았다. 한 달간 화, 금요일 단식 뒤 체중이 불었다. 심한 배고픔 때문이었다. 끼니 거른 다음 끼니는 꼭 폭풍 흡입으로 포만감을 즐겼다.


배고픔 참기 1차 처방은 침 삼키기와 물 마시기다. 침을 하루에 수백 번 삼키면 배고픔이 잊힌다. 더럽다 생각 말고 1400년 역사를 믿으라. 실제 효과 있다. 물은 하루에 네 컵 정도 마시면 된다. 그리고도 배고픔이 해결 안 되면 솔잎, 잣나무잎을 말린 후 갈아서 물에 타 먹으면 된다.


‘과로’ 님은 ** 중학교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이면 편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선생님과 담임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다. 수업 말고도 담임 맡은 30명 남자아이들 뒤치다꺼리로 늘 바쁘다. 볼록해진 배를 없애 보려고 아침 단식을 시작했다. 2주 지났는데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수업 시간에 농담까지 세팅되었던 용의주도함이 흔들렸다. 아이들이 졸기 시작했다.


‘과로’ 님처럼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면 매일 아침 거르기가 무리다. 단식 중 과로는 금물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거르기보다 일주일에 이틀 단식이 좋다. 일요일과 오전 수업 없는 평일을 골라 아침 점심 거르면 된다. 그래도 선식을 먹는 게 필수다. 원래부터도 한의학 정통 단식법은 선식 먹으면서 하였다. 응용해볼 만한 것을 나열한다. 가능한 대로 골라서 먹으면 된다. 솔잎, 잣나무잎, 잣, 둥굴레 뿌리, 마(익산의 특산품인 마), 칡, 하수오, 참나리 비늘줄기, 느릅나무 뿌리껍질, 도토리, 황랍(꿀의 집, 즉 밀랍), 밤, 연뿌리, 대추, 가시연밥, 토란, 검정참깨, 흰 참깨, 작은 검은콩, 멥쌀을 볶아서 가루 낸 것, 찹쌀 쪄서 말린 가루, 순무의 싹? 잎? 줄기? 뿌리, 들깨를 쪄서 말린 가루가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단식 후 첫 끼니는 신경 쓰는 게 좋다. 죽이 좋다. 죽이 싫으면 자극적 음식, 단단한 음식이라도 피해야 한다. 자극적 음식은 술, 겨자 그리고 김치라도 매운 것은 포함한다. 단단한 음식은 떡, 약밥, 마른 오징어를 말한다.


간헐적 단식이라면 일을 적당히 하는 게 좋다. 과로하면 안 되지만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아무 일도 안하면 몸의 에너지 대사가 쳐진다. 한의학에서는 기(氣)가 쳐진다고 한다.

<참고 논문 : 손사막의 양생 사상에 관한 연구. 이병욱, 김용진>
<참고 문헌 : 동의보감 잡방편>

 

/글 이재성(모현동 이재성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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