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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노화인가?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03-19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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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180cm·75kg·복근짱·만능 스포츠맨, ‘훤칠 님’은 정말 멋진 남자다. 완벽한 신체의 그에게 딱 하나 모자라는 게 있다. 모발이다. 설날에 아버지 삼형제 둘러앉아 덕담 나누던 오래전부터 걱정은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서른 되던 해에 머리카락이 한 줌씩 빠지더니 지금 머리는 ‘M’자가 되었다. 개수를 세어보니 100개씩 빠진다. 누가 봐도 대머리다. 좋아하는 운동도 하필 배드민턴이다. 모자도 가발도 다 젖는 운동이라 늘 난감하다. 위축된다.


남성형 탈모다. 유전 때문이다. 다른 탈모와 달리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다. ‘신체 건강한데 머리만 빠졌다’는 점이다. 다른 탈모들은 대부분 병적이다. 건강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남성형 대머리는 별 문제 아니다. 근데 동의보감 시대에도 구구절절 치료했던 노력들이 적혀 있다. 더 자연스러워 보이고 싶은 심정이야 어찌 다르리요.


양의학에서는 남성 호르몬 때문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남성 호르몬이 넘친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화가 타올라 피를 말렸다고 한다. ‘화염 혈조(火炎 血燥)’. 여기서 말하는 화(火)는 화병이 아니다. 남성 호르몬을 말한다. 피를 말렸다는 건 피를 말려서 사람 죽어간다는 말이 아니다. 머리카락은 원래 피의 영양을 받아 자라는 데 피가 말라서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거다. 그래서 화를 누르고 피를 보충하는 약재를 선택한다. 생지황, 천문동이 있다.


23세 ‘사사 님’은 대학 4학년이다. 여자다. 4·4 사이즈를 지향한다. 극도로 안 먹는다. 뼈대는 6?6인데 4·4를 지향하니 생리 안온 지도 6개월 되었다. 그래도 면접을 위해서는 굶은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익산에서 인서울 대학 온 지 4년째. 취업 못하면 익산으로 내려가야 하는 데 무섭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다 깨는 일이 허다하다. 요즘은 머리 감고 나면 욕실에 머리카락이 한 줌씩 빠져 있다. 남자들처럼 어디 딱히 머리 빠진 부분이 있는 건 아닌데 머리숱이 얇아지고 숫자가 줄어간다.


영양 결핍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허손(虛損)’이라 한다. 보약이 답이다. 체중이 늘어야 한다. 빨리 취직 합격하고 바로 치료 시작해야 한다. 영양 결핍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잘 안 된다. 가장 흔히 쓰는 보약을 쓴다. 3개월 이상 복용해야 한다. 더 심해지면 피부 노화까지 진행된다. 전신 쇠약도 올 수 있다.


35세 ‘고민중 님’은 사업가다. 잘해오던 사업이 2년 전 꼬이기 시작하더니 풀리지를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초등 2학년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성장판까지 상했다. 많이는 아니어도 술을 늘 마셨다. 1년 전부터 머리가 동전 모양으로 빠졌다. 10원짜리 만하게 빠진 곳이 두세 곳에다 500원짜리 만한 곳도 하나 있다. 머리를 길러 잘 가리고 다니면 흔적이 없지만 사람 만날 때마다 긴장한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 기전에 혼란이 발생한 때문이다. 자가 면역이라고 한다. 세균 공격하라고 만들어진 면역 군대가 내 몸을 파괴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화병이다. 꼬인 인생에 대한 분노가 불이 되어 타오른다고 한다. 병명은 ‘귀체두(鬼剃頭)’다. 이렇게 화가 타올라도 피가 마른 정도까지 되어야 머리가 빠진다. 그래서 한약은 화를 가라앉히는 약뿐 아니라 피를 보충하는 보약을 꼭 같이 쓴다. 몸도 마음도 쉬어야 한다. 평생 일만 했으면 쉬는 방법을 배워서라도 쉬어야 한다. 원형 탈모증은 더 진행되면 전체 머리가 다 빠질 수 있다.


샴푸는 좀 간접적 치료법이다. 유전, 영양결핍,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 모두 한 가지 원리를 적용한다. 모든 원인의 탈모는 결국 두피의 혈류량을 감소시킨다. 샴푸의 치료 기전은 두피의 혈액량 증가다. 샴푸란 게 겉에서 바르는 방법이라 그렇다. 샴푸 구성 한약을 열거한다. 국화, 만형자, 측백나무 잎, 천궁, 백지, 세신, 뽕나무 뿌리껍질, 구절초, 석류 껍질, 모과껍질, 하수오 등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한방 샴푸 구성 약재를 보면 여기 열거한 것들과 많이 겹친다. 골라서 쓰면 된다. 당연히 치료에 도움된다.
 
 /글 이재성 (모현동 이재성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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