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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기미가 생겼습니다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04-15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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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아줌마라는 호칭이 언제부터 자연스러웠을까. 45세 ‘아주머’ 님은 세 번의 기미를 겪고 난 40세쯤이었다.


스물일곱에 첫 애를 임신했다. 임신 6개월쯤 얼굴에 기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양쪽 눈 밑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동전 크기만 한 게 양쪽에 너댓 개씩 생겼다. 피부과 갔는데 출산하면 좋아질 거라 하였다. 약 안 먹고 그냥 출산까지 했다. 출산 후에 좀 옅어졌다. 출산 1년이 지나도 깨끗하게 없어지지는 않았다. 한의원을 찾았다. 3개월 치료 후 거의 깨끗해졌다.


임신으로 인한 기미다. 임신하면 여성 호르몬 수치가 높게 유지된다. 높아진 여성 호르몬은 피부에 검은 색소량을 늘린다. 외음부도 검어지고 얼굴도 검어진다. 갈색 반점 같지만 검은 색소다. 황인종의 피부가 갈색 톤이라 진한 갈색처럼 보인다.


한의학 병명은 여흑반(?黑斑)이다. 원인은 담이 장기에 쌓여 그런다고 한다. 담지장부(痰漬臟腑). 담은 임신으로 인해 변화된 장기 상태를 말한다. 얼굴 피부가 속한 장기는 위다. 위에 담이 쌓이니 소속 경락인 얼굴이 검게 변한다. 먹는 한약이 더 중요하다. ‘승마위풍탕’이라는 한약을 복용한다. ‘홍옥산’을 저녁에 바르고 아침에 씻어내는 방법도 쓴다. ‘옥용서시산’을 세수할 때마다 물에 타서 세수하는 방법도 쓴다. 출산 후 기미 치료 효과는 좋은 편이다.


첫 애 돌 지나 젖 띤 후 ‘아주머’ 님은 피임했다. 하는 일이 속옷 가게라 남편 혼자 가게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다. 피임약을 먹었다. 머리도 좀 아팠지만 둘째 낳을 생각에 참았다. 피임약 먹은 지 1년쯤 지나 기미가 다시 생겼다. 임신 때 생겼던 기미와 색깔은 같은 데 범위가 좀 더 넓었다. 원래 생겼던 눈 밑에다 이마 콧등까지 검어졌다. 한의원을 다시 찾았다. 피임약 때문이라 했다. 임신 때 많아지는 여성 호르몬이 피임약 성분과 같아서 피임약 먹으면 임신 때처럼 기미가 생길 수 있다 하였다.


단골 된 한의원의 우선 처방은 ‘피임 교대’였다. 기미가 있는 상태로 피임약 길게 먹으면 나중에 피임약 끊어도 기미가 안 없어진다 하였다. 머리도 아픈데 잘됐다 싶어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이 흔쾌히 ‘남편 피임법’으로 바꿔주었다. 피임약 끊고 3개월의 한의원 치료를 받았다. 그런대로 좋아지기는 했는데 전보다 조금 더 얼룩이 남았다.


사십 넘어 운동을 시작했다. 배산 체육공원 가는 길이 꺽정스러워 피했었는데 주택 개발하고 나니 너무 편해졌다. 오전이 ‘아주머’ 님의 주요 활동 시간. 햇볕이 뜨거웠다. 즐겼다. 햇볕 한 번 기분 좋게 못 보고 지낸 시간이 출산과 육아기였다. 선글라스에 코만 뚫린 마스크하고 다니는 분들 보면 한심해 보였다. 봄여름 민낯으로 걸었다. 기미가 또 도졌다. 햇볕에 약간 검어진 얼굴이라 기미가 더 진해보였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천상 아줌마였다. 그래 이렇게 아줌마 얼굴이 되어가는 거구나.


자외선 A·B 차단 크림을 발랐다. 두 시간에 한 번씩 발랐다. 왕눈이 선글라스에 코만 뚫린 마스크, 그리고 목폴라를 장착했다. 그리고 또 치료했다. 또 3개월 치료기간을 거쳐 겨울쯤 뽀얀 얼굴을 되찾았다.
햇볕 중 자외선이 검은 색소를 자극한다. 자외선은 길고 짧은 두 종류가 있는데 자외선 A와 자외선 B라고 부른다. 썬 크림 고를 때 길고 짧은 자외선 둘 다 차단하는 걸로 골라 써야 한다. 햇볕의 검은 색소 자극을 한의학에서는 풍이 피부에 들어왔다고 한다. 풍객피부(風客皮膚). 그래서 햇볕 쏘인 후 막 짙어지려는 기미라면 세수하는 약, 바르고 자는 약이 먼저 쓰인다. 바깥에서 자극되어 온 거라 몸 안의 장기 변화는 없다.


한의원에 가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도 있다. 살구씨를 찧어 가루 내어 달걀 흰자위에 타서 잠잘 무렵에 발랐다가 다음 날 아침에 따뜻한 술이나 알코올로 씻어내면 기미가 좋아진다. 복령이라는 한약도 있다. 땅속에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큰 버섯 같은 생물이다. 복령을 곱게 가루 내어 꿀에 반죽해서 늘 얼굴에 바르면 기미와 주근깨가 없어진다. 또 백강잠이라는 한약이 있다. 죽은 누에다. 가루 내어 우유에 개어 늘 바르면 기미도 없어지고, 얼굴의 흉터도 옅어진다. 살구씨, 복령, 백강잠 모두 얼굴 피부 고와지는 효과도 있다.

 
 /글 이재성(모현동 이재성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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