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숭림사 가는 길, 보물 한 번 찾아볼까요?
  • 고훈
  • 등록 2014-04-15 10:49:00

기사수정
  • 가로수터널~재래식농기구전시장~천년고찰, 걸으며 만나는 보물 세 가지

 

 ▲    ⓒ익산투데이
▲숭림사 전경 ⓒ익산투데이

 

아래 녘부터 서울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꽃의 향연이 절정을 넘어섰다. 온 힘 다해 피워놓은 꽃을 내려놓는 나무 모습이 애틋하지만 그렇다고 매양 쓸쓸한 것은 아니다. 봄꽃 떨구고 난 나무들은 이제 가지마다 연둣빛 녹음을 뿜어낼 것이다. 벚나무, 매실나무... 이즘 불러보는 나무이름이 입에 착 감긴다. 개화시기 맞춰 떠나는 꽃구경도 좋지만 꽃 진 자리 피어난 녹음은 몸과 마음을 깨운다. 35번 버스를 타고 신촌마을에서 내려 숭림사까지 2km를 걸어봤다.

 

 

 ▲    ⓒ익산투데이
▲웅포 송천마을 가로수길    ⓒ익산투데이

 

 

# 꽃 지는 자리, 신록이 피어나고...
송천의 봄은 이번에도 늦게 찾아왔다. 4월 초 벚꽃물이 일기 시작한 다른 지역과 달리 지난 주말에야 붉은 물이 올랐다. 개화가 늦은 만큼 뒤늦게 꽃구경에 나서는 이들로 근처 음식점에는 연일 꽃 안부전화(?)가 이어졌다. 웅포캠핑장과 곰개나루터, 숭림사를 정점으로 함라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다른 계절보다 봄과 여름이 으뜸이다. 만개한 꽃터널도 좋지만 가지 끝에 물드는 신록이 봄 뒤안길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벚꽃이 화려하게 멋 부린 여인이라면 초록잎 드러낸 나무는 소박한 시골소녀 같달까.


주민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분주하다. 웅포면 고창, 진소마을 주민들은 약 20만㎡에 유기농 블루베리를 재배하는데 5월 중순이면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간다. 초여름 웅포에 들르면 블루베리 묘목심기와 수확체험, 생과를 직접 구입할 수 있다.

 

 ▲    ⓒ익산투데이
▲재래식농기구전시장(외부전경)ⓒ익산투데이

 

 

# 손 때 묻은 보물 가득 ‘재래식농기구 전시장’
신촌마을에서 숭림사로 향하는 길, 오른편에 ‘재래식농기구 전시장’이란 간판이 눈에 띈다. 토끼탕과 닭, 오리탕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이지만 가게 곳곳은 시간여행을 떠난 듯 옛 물건들로 가득하다. 모두 대표인 김규중 씨가 15년 전부터 수집, 전시해 놓은 것들로 민속품과 전통농기구, 생활용품 등 약 5,000여 점에 이른다.


차곡차곡 깔끔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둘러보니 향수를 자극하는 물건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손 때 묻은 카메라와 휴대전화, 텔레비전, 추억 자극하는 풍금과 기타, 축음기, 흡사 ‘아날로그’의 집결체를 보는 듯 하다.


내부가 자잘한 물건들 위주라면 외부는 농기계와 민속용품들이 전시돼 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궁금증 자아내는 농기구부터 놋그릇, 종, 주판, 요강, 재봉틀까지 먼지 덮어쓴 물건 위엔 시간이 그대로 멈춰있다. 주인장 꿈은 그간 수집한 물건을 정리해 그럴듯한 전시장소를 꾸미는 것이라는 데 꼭 식사가 아니더라도 슬쩍 들러 추억에 젖어봄직하다.

 

 

 ▲    ⓒ익산투데이
▲숭림사보광전(닫집)   ⓒ익산투데이

 

# 보광전 속 ‘또 하나의 집, 닫집’
송천저수지 앞에서 길은 갈린다. 오른쪽이 함라, 왼쪽은 웅포대교, 곧장 걸으면 숭림사다. 사찰 입구까지 차가 진입할 수 있지만 되도록 걸어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만끽하고 시원한 약수도 맛볼 수 있다. 마침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해 걸어둔 연등이 운치를 더한다.


숭림사는 인근 웅포와 함라, 성당 초중생들의 소풍지로도 유명하다. ‘숭림사’라는 이름은 달마대사가 9년 만에 득도한 후 창건했던 최초의 선종사찰인 중국 하남성 숭산(崇山)의 ‘숭(崇)’자와 소림사(小林寺)의 ‘림(林)’자를 따서 지은 것으로 ‘익산군지’에 의하면 고려 충목왕 1년(1345)에 창건하였고, ‘지정(至正)5년’이라 새겨진 기와가 출토돼 고려시대에 건립된 사찰임을 알 수 있다. 사찰 가운데 자리한 보광(普光)전은 숭림사의 가장 중심 건물로 조선 광해군 5년(1613)에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1984년 보물 825호로 지정됐다.


보광전 내부 불상 머리 위 천정에는 섬세한 용 조각이 있는 닫집이 설치돼 있다. 닫집은 궁전 안의 옥좌 위나 법당의 불좌 위에 만들어 다는 집 모형을 가리키는데 천장에 똬리를 틀고 부처를 수호하고 있는 용은 금세 꿈틀거리며 하늘로 치솟을 듯하다. 보 끝에 용머리를 조각해 놓았고 기둥 윗부분에 설치된 건축 부재들은 연꽃, 용의 몸, 용 앞발이 여의주를 쥐고 있는 모양으로 돼 있다. 어두워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볼 수 없지만 드러내지 않고 부처의 영광을 위해 지키고선 닫집의 모습이 웅장한 감동을 준다.


더불어 포벽에 그려진 피리 불고 춤을 추는 2명의 천인이 등장하는 주악비천도와 수묵화인 송화환담도, 매화와 까치, 화조도와 동자상까지 소박한 절집에서 뜻밖의 보물을 만날 수 있다. 한편, 숭림사는 가족과 함께 참가할 수 있는 휴식형 템플스테이(1박2일 성인 5만원, 미성년 3만원)를 진행 중인데 공사관계로 7월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 블루베리 묘목체험 및 구입 (산들강웅포마을) 861-6627
# 재래식농기구 전시장 (주말농장가든) 861-4559
# 숭림사 템플스테이 862-6394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