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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온몸이 아프다는 섬유근통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05-06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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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님은 익산군에서 태어나 익산시에 사는 사십대 엄마다. 태어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정서가 더 안정되더라는 통계처럼 ‘캔디’님은 어렸을 때 밝은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살았다. 적어도 2년 전까지는.
2년 전 어느 날 친정아버님께서 암 진단을 받으셨다. 대장암 2기라 수술만 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너무 젊은 친정아버님의 수술과 항암 과정 몇 개월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친정 아빠의 항암 치료가 채 끝나기 전에 시아버님도 암 진단을 받았다. 시아버님은 이미 말기 암이었다.


그렇게 양가 아버님의 암 투병을 돕고 있는 와중에 6학년 딸이 가출했다. 공부 잘해서 예쁜 딸 되고 싶었는데 공부 못해 죄송하다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딸이 없어졌다. 3시간 만에 돌아오기는 했지만 ‘캔디’님은 그때부터 딸의 말 한 마디에도 가슴을 졸였다.


그렇게 2년을 보낸 겨울, 감기에 걸렸다. 그냥 콧물, 몸살이었다. 근데 2주가 지나도 몸 아픈 것이 낫지 않았다. 한 달쯤 지났을 때는 아예 환자가 되었다. 온몸이 다 아팠다. 삭신 아프다는 말이 뭔지는 모르지만 딱 ‘삭신 아파요’ 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심지어 귓불이 아프기도 했다. 발목이 아프다가 없어지기도 했다. 머리도 아팠다. 뒷머리부터 눈까지 멍~하고 아팠다. 잠자는 것도 불편해졌다. 깊이 잔 날이 적었다. 자고 나도 깨끗한 기분이 안 들었다. 대변보면 개운치 않아 또 갔다.


아! 그리고 피로.. 정말 피곤했다. 처음 겪어 보는 심한 피로였다. 기억력도 집중력도 좀 떨어진 느낌이었다. 직장 일은 참 꼼꼼한 편이었는데 빼먹는 것도 생겼다.


감기 걸린 후 넉 달 동안 들른 병원만 네 곳이다. 감기 걸리자마자 내과 갔었다. 콧물 개고 통증이 안 나아서 한의원. 한약 2주 먹어도 안 낫길래 혹여 갱년기인가 하고 산부인과 가서 호르몬 검사했는데 정상. 계속 아파서 통증클리닉 주사. 사진과 피검사 정상.


나중에 병원들이 내린 결론은 같았다. 섬유근통이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온몸이 아픈 병이란다. 섬유근통이라고 그냥 아픈 것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아픈 것, 피로, 정신력 저하가 한 세트 질환이란다.

한의학에서는 구기(九氣)라 한다. 구기는 아홉 가지 기운이다. 일곱 가지가 감정 스트레스 기운이고, 두 가지는 날씨 변화다. 감정 스트레스는 놀람, 분노, 이어지는 생각, 슬픔, 두려움, 과도한 정신사용이다. 한자로 설명하면, 놀람 경(驚), 분노 노(怒), 이어지는 생각 사(思), 슬픔 비(悲), 두려움 공(恐), 과도한 정신사용 노(勞)이다. 큰일을 만났을 때 감정은 이런 순서로 변화한다. 놀라는 일을 만나면 분노하며 부정하다가 깊은 생각으로 타협한 뒤 길고 긴 우울에 빠진 후 수용한다.


수용하고 끝나면 좋은데 과도한 정신사용을 계속하면 결국 몸이 약해진다. 그래서 약간의 날씨 변화(한寒, 경炅)에도 감기에 걸려 온몸에 숨어 있던 통증들이 솟구쳐 나온다. 피로가, 집중력 저하가, 불면이 따라온다. 고마운 것은 더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점.


침과 한약 효과 좋은 편이다. 하지만 치료 기간은 기본 3개월 걸린다. 쓰이는 한약 중 대표적인 것이 향부자와 강황이다. 향부자는 생소한 한약이지만 강황은 카레의 원료다. 스트레스받는 기간이 길어진다 싶으면 매 끼니 카레만 먹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김제에 많이 심어져 있는 자색 깻잎도 좋다. 자소엽이라 한다.


25~55세 여성에게 많은 병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기(氣)가 약하기 때문이다. 감정적 스트레스는 사람 몸 안의 기를 뭉치게 한다. 기가 센 사람은 어지간한 스트레스로 기가 뭉치지 않는다. 친정아버님, 시아버님이면 ‘캔디’님의 남편에게도 부모님이다. 딸도 같은 딸이다. 그런데도 ‘캔디’님의 남편은 안 아프다. 뒷목 좀 뭉치고 말았다. 기운이 세서 그렇다.


요즘 거의 나아간다. 한의원 권유대로 운동을 시작했다. 엄마 배구팀에 개근 도장을 찍는다. 잠잘 시간도 확보했다. 아이들 컴퓨터 하느라 안 자는 데도 죄진 듯 앉아 있다 늦게 잠들던 생활을 청산했다. 샤워하고 때 되면 잔다. 음식도 먹고 싶은 것 당당하게 챙긴다. 몸이 안 아픈 것도 고맙지만, 진작 이렇게 살고 싶었다. 마음이 정말 편해져 간다.

/글 이재성(모현동 이재성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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