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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전도사 전형찬 씨, 국민훈장 수상
  • 김달
  • 등록 2014-05-06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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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딸 입양해 키우며 입양전도사로 10여 년 간 활동

 

 ▲    ⓒ익산투데이
▲입양전도사 전형찬 씨    ⓒ익산투데이

 

 

“입양은 우리 사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에요. 소중한 생명을 키워내는 일인데 더 말해 뭐하겠어요.”


익산 도심에서 삼기로 가는 하나로에 매년 봄 유채꽃을 심어 가꾸는 사람이 있다. 삼기농협에 근무하는 전형찬(58) 씨. 7년 째 시민에게 꽃향기를 선물하고 있지만 그가 진심으로 하고픈 말은 꽃 사이 팻말에 숨어있다. “가슴으로 낳은 사랑, 입양은 감동입니다.”


장성한 두 아들 밑으로 두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전 씨는 한국입양홍보회 전북지회 이사를 맡고 있는 ‘입양전도사’다. 10여 년 간 반편견입양교육과 입양홍보, 공개입양활성화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입양의 날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다.

 

 


 

 ▲    ⓒ익산투데이
▲전형찬씨 가족사진    ⓒ익산투데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전 씨와 부인 남명자(53) 씨가 입양을 결심하게 된 건 담임목사와 함께 보육원 봉사를 다니면서부터다. 2000년 큰 딸을 입양했고, 2007년 딸을 하나 더 입양해 네 아이의 아빠가 됐다. 중년의 나이였고, 이웃끼리 훤히 아는 시골 마을인지라 공개입양은 자연스러웠다. 딸을 입양하며 한국입양홍보회와도 인연을 맺게 됐다.


“입양가족들은 매달 한두 번 모임을 갖고 방학이면 캠프를 열어요.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국내 입양아들을 위해 영어도 가르치고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죠. 큰딸이 다른 입양아들과 교류하며 정서적으로도 안정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공개입양의 장점을 몸소 느낀 그는 한국입양홍보회 전북지부 결성에 앞장서며 사무국장과 이사직을 두루 맡아 일했다. 사비를 털어 유채꽃밭 가꾸는 것도 이런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어려움도 있었다. ‘있는 자식이나 잘 키우지’, ‘돈도 많이 들 텐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었고 갓난쟁이 키우느라 피로가 누적된 아내가 응급실에도 실려 가기도 했다. 친자식 아니라 소홀하단 말을 들을까봐 한 번 업어줄 거 두 번 세 번 업어주며 정성을 쏟았다. 그에게 육아는 한 마디로 ‘한풀이’다. “아들들 키울 때는 집도 차도 없고 먹고사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작지만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그러니 우리 애들한테 못 해줬던 거 딸들에게 다해주고 싶어요.”


전 씨는 밤늦게 학원마치고 돌아오는 중학생 딸을 데리러 가거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가 피아노를 치며 애교를 부리는 일상의 순간이 기쁨이고 활력소다. 아내 남 씨 역시 남들은 갱년기 겪을 나이라는데 갱년기의 ‘갱’자도 생각 못할 만큼 바쁘다며 뒤늦게 아이 키우는 재미를 풀어놓는다. 직장에 다니는 두 아들은 따로 살지만 집에 오면 영화도 보러 다니고 외식도 하며 어린 동생들을 살뜰히 챙긴다.


전 씨의 포부는 크다. 입양되지 못하고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을 위해 아담한 집을 짓고 이들이 하룻밤 쉬며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부모,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터를 마련하는 것.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을 사회가 감싸 안으면 그들이 또 받은 사랑을 배로 불려 세상에 갚지 않겠어요. 눈앞만 보지 말고, 두 서너 걸음 멀리 내다보면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습니다.”


형찬 씨는 입양 뿐 아니라 ‘한국컴패션’에 가입해 3년째 아이 한 명을 후원하고 있다. 입양이 가져다준 소중한 가족애를 꽃향기처럼 사방에 알리려는 노력이 가정의 달 5월 더 따스하게 느껴진다.
한편 5월 12일 개최예정이었던 ‘제9회 입양의날 행사’는 여객선 ‘세월호’ 사고로 취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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