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님은 서른두 살 때부터 더워서 고생했다. 겨울도 끝나지 않은 2월부터 남들과 달리 더웠다. 땀도 많아졌다. 뭘 해도 집중이 잘 안 되었다. 피곤했고 가슴이 자주 두근거렸다. 식욕이 댕겼다. 많이 먹어도 또 먹고 싶었다. 많이 먹어서 그랬는지 하루에 대변을 세 번씩 봤다. 짜증이 많아졌다. 화낼 일 아닌 데도 이미 화가 나 있는 일이 보통이었다. 화날 때만 떠는가 했던 손은 그냥 떨기도 했다. 눈이 불편해졌다. 눈동자가 잘 안 돌아갔고 눈물도 많아졌다. 여름 지나더니 체중이 10킬로 빠졌다.

내과에서 받은 진단은 그레이브스병이었다. 갑상선 기능이 과열되었는데, 원인은 자가면역이라고.. 내 몸의 면역계가 내 갑상선을 공격하여 갑상선이 멈추지 못하고 계속 과열된 상태에 있는 거란다.. 어떤 사람의 면역계가 그런 짓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다.

갑상선은 사람의 목 앞에 붙어 있는 기관이다. 밥을 에너지로 만드는 속도를 조절한다. 조절하는 방법은 호르몬이다. 갑상선에서 ‘에너지 만드세요!’ 하는 신호를 가진 물질을 핏속으로 흘려보낸다. 갑상선 호르몬이다. 그러면 핏속을 타고 다니면서 각 기관에 신호를 전달한다. 차로 말하면 엑셀이다. 근데 밟지도 않은 엑셀이 혼자서 엔진을 막 돌리는 게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다. 항진은 과열이란 말이다. 기름이 막 닳아지고 차가 과열되는 것처럼 사람도 더워지고 맥박이 빨라지고 늘 배가 고프다.

메티마졸이라는 양약을 처방받았다. 2주 지나니 고맙게도 더위가 가시기 시작했다. 좀 지나 피 검사를 하니 갑상선 기능 수치도 정상이 되었다. 2년 정도 먹었을 때 ‘관해’되었다 하시면서 약을 그만 먹자고 하셨다.

1년 못 되어 재발했다. 인터넷을 보니 한의원에서도 치료한다고 나와 있어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원 설명도 어렵지는 않았다. 면역 기능이 고장 나 갑상선 문제를 일으킨 경우 한의학에서 ‘기영(氣?)’이라 한다고. 기(氣)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갑상선 항진을 앓는 많은 여성들이 스트레스 받은 예가 많다. 영(?)은 갑상선이 커진 걸 말한다.

스트레스로 갑상선 기능이 막 올라갈 때 갑상선이 커지는 일도 흔하다. 안전백호탕이라는 처방을 받았다. 안전백호탕도 메티마졸과 치료되는 기분이 비슷했다. 2주 지나니 증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3개월 먹은 후 피검사 하니 정상이었다.

안전백호탕의 8가지 한약이 주요 한약은 칡(갈근)과 황금이다. 메티마졸과 작용 기전이 다르다. 메티마졸은 갑상선 호르몬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요오드가 달라붙지 못하도록 한다.

안전백호탕은 요오드가 달라붙을 단백질 자체를 생산하지 못하게 한다. 양약으로 치료 안 되는 경우도 안전백호탕은 치료되는 예가 많다. 기전이 달라서 그렇다.

안전백호탕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 받았을 때 1차로 처방하는 한약이다. 또한, 양약으로 치료 안 되어 다음 단계 치료로 넘어갈 때 꼭 쓰면 좋을 한약이다. 양약으로 치료 안 되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거나 수술을 한다. 방사성 요오드 쓰기 전에 꼭 한약 치료할 것을 권유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치료 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90% 이상에서 발생한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 또 기능 올리는 약을 먹어야 한다.

갑상선에 미역과 다시마가 좋다는 얘기가 퍼져 있다. 갑상선은 호르몬을 만들 때 요오드를 쓴다. 요오드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이 미역과 다시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졌을 때 필요하다. 체중 막 빠지는 항진 상태에는 피해야 한다. 사실은 한의학에서 갑상선 기능 항진 때에도 미역과 다시마를 썼다. 일반 한약으로 치료가 잘 안 될 때 많은 용량의 요오드를 주는 방법이었다. 요오드를 많이 먹으면 갑상선이 게을러진다. 그러면서 과열되었던 기능이 원래 위치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온 갑상선은 약간 파괴되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최근 한약 치료는 요오드 함유 한약의 용량 조절을 엄격히 한다. 미역과 다시마는 한의사 설명 듣고 쓰는 게 좋다.

/글 이재성(모현동 이재성 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