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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가려움증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07-01 1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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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여고 졸업 3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전북 사람 절반이 서울 살듯이 재경 동문이 절반이었다. 어쩔 수 없이 1박 2일 행사를 한다. 토요일 저녁, 기념식 끝나고 스파랜드로 옮겼다. 살아온 얘기들 얼추 지나가니 지금 사는 얘기를 한다. 밥 빼고 먹을 게 없던 시절에 태어나 한국 사회 변화를 온몸으로 다 겪은 65년 뱀띠가 벌써 오십, 폐경기다.


‘긁적’ 여사가 가려운 얘기를 한다. 생리는 작년에 갔는데 가렵기는 2년 되었단다. 온몸이 가렵다. 긁으면 낫는다. 하지만 세게 긁어야 한다. 피나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긁고 나면 나아지지만, 다음 날 또 도진다. 2년을 긁었더니 피부가 딱딱해졌다.


피부과 가니 갱년기 소양증이라 했다. 갱년기의 ‘갱’은 바뀐다는 소리다. 장년기에서 노년기로 바뀌는 것. 장년기에서 노년기로 바뀌는 증거는 생리가 완전히 끝나는 거다. 생리가 끝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노화가 진행된다. 소양증은 가려움증이다. 가려움증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노화 증상 중 하나다. 노화라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서로 등 긁어 주는 병이 나이 오십에 온다는 건가? 아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가려움증은 노년기 소양증이라고 따로 있다.


그럼 생리하고 피부가 무슨 상관인가? 직접 연관이 있다. 생리하게 하는 건 여성 호르몬의 역할이다. 근데 여성 호르몬은 생리만 하게 하는 게 아니다. 여자 어린이에서 여성으로 만들어 준다. 여성 호르몬을 받아서 활동하는 조직이 몸 안에 300곳 있다. 모두 세포 안에 여성 호르몬 받아들일 장치를 가지고 있다. 피부도 그중 하나다. 여성 호르몬을 받아 여자 어린이 피부가 촉촉 탱글한 여성 피부로 성숙해 간다.


여성 호르몬이 피부에서 하는 일은 피부에 기름기 주기와 탱탱하게 만들기, 그리고 습도 유지다. 그래서 갱년기 피부 노화 방지 3종 세트가 오일 바르기, 콜라겐 먹기, 수분 유지인 거다. 기름기 안 나오고 수분 유지 기능이 떨어지면 가려워진다. 온 몸이 하염없이 가려워진다.


한의학에서 여성 호르몬은 신정(腎精)이라 한다. 여자 꼬마를 여성님으로 만들어주는 장기가 신장이라 생각했다. 신장에서 정(精)이 분비되면 피가 기능을 수행한다. 만약 신정이 줄어들면 피 기능도 약해진다. ‘긁적’님의 갱년기 가려움증은 한의학에서 ‘혈허생풍’이라 한다. 혈허(血虛)는 피 기능이 떨어졌다는 것. 생풍(生風)은 풍이라는 가려움증이 생겼다는 말이다. 피를 보충하고 가려움 치료 한약이 복합 처방된다. 3개월 정도 복용하면 대부분 치료된다. 질 분비가 잘 안 되어 부부 관계 때 아프던 것도 같이 좋아진다.


‘박박’님이 얘기를 받았다. ‘친구는 피부 딱딱함으로 그침? 이 몸은 짓무르기도 한다네..’ 친구들의 시선이 모인다. 짓무르는 것도 갱년기 가려움인가? 그렇다. 평소 열이 있거나 갱년기쯤 열 많은 식생활을 하셨거나 열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가려운 데다가 짓무르기도 한다. 열 끄는 한약을 같이 처방한다.


‘발끈’님도 한 마디 거든다. ‘화낼 때만 가려운 거 아니었어?’ ‘발끈’님은 신경 예민하게 두어 달 보내고 나면 가렵단다. 많이 가렵단다. 갱년기 우울증 때문이었다. 남펴니의 철없음을 이십년간 참고 살았더니 생리 끊기면서 우울증이 왔다. 우울하면 얌전해지는 건 줄 알았는데 화도 많이 났다. ‘정지(情志) 동풍(動風)’ 이라 한다. 정지는 감정이고, 동풍은 가려움증을 심하게 발생시켰다는 말이다. 우울증 치료 한약을 같이 처방한다.


가려움, 짓무름, 우울증에 겸한 피부염 모두 한약으로 잘 낫는다. 3개월 정도 한약을 써야 하는 터라 비싼 단점이 있다.


갱년기 피부는 건조하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 안 된다. 땃땃 미지근한 물로 씻어야 한다. 비누 사용도 극히 제한해야 한다. 이태리타올 쓰지 말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목욕해야 한다. 연잎을 따서 말려 목욕물에 넣으면 좋다. 피부를 촉촉하게 해준다.


술 제한해야 한다. 갱년기 쯤 놀라운 주력 발휘하시는 분들 있다. 열 체질로 변하면 많이 가려울 수 있다.

/이재성(모현동 이재성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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