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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무릎 관절염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07-22 12: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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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배구’ 님은 운동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손들기를 좋아하는 2학년 아들이 어머니 배구단 모집에 덜컥 엄마를 등록하는 바람에 배구를 시작했다. 같은 학부모지만 이미 오래된 배구팀 언니들의 따뜻함이 좋았다. 모자란 실력이지만 큰 키에 힘입어 공격수가 되었다. 1년쯤 지나니 무릎이 아팠다. 운동하고 나면 더 아팠다. 텔레비전을 보니 똑같은 무릎이 나온다.


한의원을 찾아 퇴행성 아니냐고 물었다. ‘과사용 증후군’이라 한단다. 한의학에서는 힘줄·인대를 경근이라 하는 데 경근에 무리 가서 아픈 것이란다.


그럼 나의 선수 생활은? 치료받으면서 하면 된단다. 실제로 치료 효과는 좋았다. 일주일에 월·수·금 세 번 배구한다. 비는 날 화·목 이틀은 치료를 받는다. 치료받으면 바로바로 좋아진다.


과사용은 너무 많이 썼다는 말. 당연히 ‘배구’ 님은 배구 안 하면 치료 안 받아도 낫는다. 퇴행성이란 말은 거꾸로 간다는 뜻.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을 하더니 어느 시점부터 거꾸로 퇴화하더라는 거다. 건장해진 무릎이 노화의 내리막길을 가는 건 대개 45세 이후다. 여자가 근육량이 적어서 남자보다 훨씬 노화를 심하게 겪는다.


배구 많이 해서 아픈 무릎은 다친 거 아니면 연골과 뼈가 정상이다. 사진 찍으면 깨끗하다. 연골은 귀의 연골과 같다. 말랑말랑한 구조물이다. 무릎 안에 있다. 위·아래 뼈 사이에 샌드위치 되어 놓여 있다. 하는 일은 충격 흡수다. 연골이 닳아져 뼈끼리 부딪치면 엄청나게 아프다. 엑스레이 찍었을 때 연골이 닳아져 있고 뼈가 자라나 있는 게 퇴행성 무릎이다. 연골이 닳아지고, 근력 떨어지기 시작하면 위·아래 뼈가 보상작용을 시작한다. 뼈끝이 조금씩 자라나 약해진 무릎에 부목 역할을 해준다. 이런 노화과정을 겪으면 아무 일 안 해도 나이 든 죄만으로 아프다.


65세 ‘아픈’ 어머님이 퇴행성 무릎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무릎이 아픈 거다. 밤새 아파 잠을 설친다. 의자에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아프다. 계단 내려갈 때는 너무 아파서 한발씩 내려와야 한다. 걸어도 아프다. 무릎 굽히면 많이 아프다. 쭉 펴도 아프다. 움직이면 무릎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릎이 뻣뻣하다. 어떤 때는 무릎이 딱 걸려서 펴지도 굽히지도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무릎이 붓는다. 한약 먹으면 물이 없어지기는 하지만 1년 못 가서 또 물이 찬다.


아픈 것 때문에 안 되는 게 많다. 청소와 빨래를 무릎 굽히고 할 수가 없다. 차를 타고 내리는 것이 어려워 오래 걸린다. 모현동에서 가까운 중앙시장도 갈 때가 걸어간다. 올 때는 택시다. 양말과 스타킹 신는 일도 씨름을 해야 한다. 양반다리로 앉으면 아프다. 다리 뻗고 옆으로 앉아 고스톱 치는 자세가 한심해서 요새는 고스톱도 안 친다. 생활도 변했다. 평생 바닥에서 잠을 잤었는데 침대를 들였다. 모임에서 놀러 가면 늘 밥 부장이었는데 요즘은 놀러 가는 것도 피한다. 못 걷는데 가면 뭐할 것인가.


한의학에서는 ‘슬통(膝痛)’이라 한다. 관절과 힘줄·인대가 약해져 발생했다는 생각이 양의학과 똑같다. 양의학보다 조금 구체적으로 정리된 부분이 있다. 날구지다. 퇴행성 무릎은 날씨가 흐리거나 추우면 심해진다. 양의학에서는 기압과 외부 온도 변화에 못 맞춰서 그런다고 한다. 한의학도 같다. 하지만 한의학은 날씨 변화의 영향을 크게 본다. 날 궂은 날 손상을 받으면 날 좋은 날도 계속 통증이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날 궂은 날은 손상이 겹치는 것이고.. 한의학 용어로는 풍한습사(風寒濕邪)가 침범했다고 한다. 관절을 보충하는 한약과 통증 치료하는 한약을 합하여 처방한다. 두 달 정도 치료하면 거의 치료된다.


더 진행되면 무릎이 커진다. 무릎 위·아래는 근육이 줄어들어 마른다. 마치 날아다니는 학의 무릎처럼 된다. 한의학에서 학슬풍(鶴膝風)이라 한다. 걷기도 더 힘들어진다. 무릎 구부리는 동작은 거의 안 된다. 이 때도 한방 치료 지속하면 아픈 건 거의 치료된다.


예방법은 근력 강화다. 당장 65세 어머님들이 할 수 있는 누워서 다리 올리고 정지하기 방법을 소개한다. 편하게 누운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직각으로 구부린다. 다른 쪽 무릎은 편 채로 천천히 올려 바닥에서 10cm 정도에서 5~7초간 정지한다. 천천히 다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2초간 휴식한다. 이것을 한쪽 다리 당 20회씩 반복한다. <참고문헌: 장씨의통>

 

/글 이재성(모현동 이재성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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