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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혀둔 꿈을 찾아서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10-21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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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 추상적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꿈과 희망이 존재하는 곳은 마치 피터팬이 사는 네버랜드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분명히 그들에게도 하고 싶은 일(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가지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있었을 텐데 왜 가슴속 쾌쾌하고 곰팡이가 핀 어두운 방에 쓰레기마냥 널브러져 놓은 것일까?

 

아주 어린 시절 크면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풍선처럼 뻥하고 터져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걱정한 적이 있다.

 

할머니는 귀여운 걱정을 하는 손녀가 안타까우셨는지, 아니면 한심하셨는지는 몰라도 어린 내게 한마디 던지셨다. ‘나이 먹으면 힘들어서 하지도 못혀’ 꿈과 희망에 가슴이 부푼 어린아이가 그런 할머니의 사심 없는 충고(?)를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아니야. 할머니가 틀렸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야’하는 생각과 함께.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되면서 아는 것의 범위가 확장되었고, 그와 동시에 꿈과 희망도 점차 구체적이고 다양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한 것도 굉장한 꿈이었기에 꿈을 이루었다는 기쁨은 굉장했다. ‘거봐, 할머니가 틀렸어’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나를 얻으면 두 개를 얻고 싶고, 두 개를 얻으면 세 개를 얻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실패 없이 계속 커져만 가는 나의 꿈에도 상처가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꿈과 희망에 대해 생각할 때에도 막연하게 꿈꾸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현실’의 나를 먼저 떠올리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할머니 말씀도 틀리지 않았구나!’

 

그렇게 여러 해를 살아왔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었다. 꿈은 꿈으로서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헛된 망상이었어’라고 자신을 한탄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행복해지려고 꿈과 희망을 품는다. 비록 실패했다고 해서 그 꿈을 품고 기대와 행복 속에서 지낸 시간이 한순간에 폭탄 터지듯이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성적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습관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말하는 게 있다. ‘나는 망했어’ 그러나 생각을 바꿔보면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사람을 보고 꿈과 희망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질소 투성이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호흡기와 미약하게나마 뛰고 있는 심장이 있다면 그는 아직 완전히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낮은 곳에서 소소한 꿈을 꾸며 자신의 꿈을 성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자. 그동안 무수히 많은 꿈을 꾸었고, 그만큼 숱한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다. 하지만 모든 꿈의 개수가 실패의 개수와 같을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우리는 실패한 만큼의 성공을 하며 삶을 살아간다, 유달리 실패의 개수가 더 많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의 성공을 실패했을 때의 좌절만큼 가슴깊이 느끼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꿈의 성공을 실패했을 때 만큼만이라도 중요하게 생각해준다면 우리는 어린 시절의 형형색색 꿈들처럼 소중한 희망들을 품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글 최혜연(상산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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