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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만에 익산출신 프로바둑기사 탄생
  • 고훈
  • 등록 2014-11-11 14:52:00
  • 수정 2014-11-13 13: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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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진 초단 프로입단, 강훈 구단 이후 처음

 

 ▲    ⓒ익산투데이
▲이유진(21) 초단  ⓒ익산투데이

 

올해 한국 바둑계는 전국에서 12명만이 프로 입단이란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이들 가운데 익산 출신 이유진(21) 초단이 당당히 이름을 올려 익산과 전북 바둑계가 고무되었다. 이유진 초단은 강훈 사범 이후 41년간 끊어진 익산 출신 프로기사의 명맥을 잇는 쾌거도 함께 달성했다.

 

이유진 초단의 프로 입단이 확정된 것은 지난 9월에 치러진 제43회 여자 입단대회에서다. 전체 42명 출전자 중 상위 2명의 입단자를 뽑는 이 대회에서 이유진 초단은 아마 최강이라는 평을 증명하듯 연전연승의 가도를 달렸다. 이유진 초단은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진 이 대회 예선부터 본선4강전 첫 판까지 파죽의 11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본선4강 둘째판인 승자전에서 송혜령에게 아쉽게 패해 연승 기록이 깨졌다.

 

이후 치러진 부활전에서 승리한 이유진 초단은 도합 12승1패를 기록하며 수졸(守拙·초단의 별칭)에 올랐다. 이유진 초단의 입단으로 한국기원 소속 전체 프로기사는 295명(현재 296명), 여성 프로기사는 53명으로 늘어났다.
입단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유진 초단은 “홀가분하다. 끝까지 믿고 기다려 준 가족들과 어렸을 때부터 지도해주신 사범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연구생 때처럼 열심히 바둑을 둬서 시합에서 승수를 착실히 쌓아가는 프로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유진 초단이 지금의 영광을 맛보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익산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7살 때부터 일찍 바둑을 시작한 이유진 초단은 동북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흑백바둑학원(원장 김삼배)에서 홍성복 사범 지도 하에 바둑을 배웠다.

 

홍성복 사범은 “유진이는 애교와 귀염성이 많은 성격으로 똑똑하고 영특한 학생으로 기억한다”며 “학교서도 공부 잘하기로 유명했다. 입단이 약간 늦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돼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흑백바둑교실 김삼배 원장도 “어린 유진이가 기보정리를 깔끔하게 잘하던 게 아직까지도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다”며 “얼마 전 유진이가 흑백바둑교실 다닐 적에 썼던 기보 4권과 수상했던 트로피, 상패 등을 전달했다. 8년 넘게 고스란히 보관해오던 것들로 감회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이후 이유진 초단은 본격적으로 바둑에 정진코자 초등학교 6학년에 상경해 강동바둑도장, 양천대일바둑도장을 거쳐 장수영바둑도장에 몸담으며 8년 이상 매진했다. 그 결과 2012년 제14회 이창호배 시니어부 우승, 제30회 덕영배 아마대왕전 여성부 우승, 2013년 제31회 덕영배 아마대왕전 여성부 우승 등을 차지했다. 매번 여자입단대회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프로 입단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한 것도 십여 차례. 오뚝이처럼 매번 다시 일어난 도전 끝에 결국 프로 면장을 얻어낸 것이다. 

 

9일 이유진 초단은 고향 익산에 내려와 인화동 한 식당에서 입단축하연을 열었다. 전라북도바둑협회장, 익산시바둑협회장, 전북초등바둑연맹회장 등을 비롯한 지역 바둑계 주요 인사들 30여명과 이유진 초단이 수학한 흑백바둑교실 스승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북바둑협회장은 축하 인사말을 통해 “이유진 양의 입단은 전북 바둑계의 정말 큰 경사”라며 “바둑하면 전북이 메카이고 본류인데 이를 계기로 바둑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확산시켜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익산시바둑협회장도 “강훈 사범 입단 이후로 41년간 프로의 맥이 끊겼는데 이유진 양이 이어줘서 정말 고맙다”면서 “분위기 조성을 잘 해서 익산에서 프로기사 배출의 명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2의 이유진’ 다시 나올 수 있겠나


익산 주최 전국규모 바둑대회 올해 열리지 못해
시 체육예산 증액 및 관련 장학기금 지원 절실

 

 

익산서 유일하게 열리는 전국 규모의 바둑 대회가 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열리지 못했다. 최근 바둑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전국체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바둑팀을 창설한 근거가 마련된 상황에서 지역 바둑계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제2의 이유진이 나올 수 있는 토양 조성을 위해 지자체에서도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익산에서 열리는 비교적 큰 규모의 바둑대회는 익산서동배 전국바둑왕중왕전과 익산시장배 시민바둑대회이다. 이중 전국적으로 열리는 바둑대회는 익산서동배 전국바둑왕중왕전 뿐이다. 이 대회는 선수만 400여명이 참가하는 지역에서 가장 큰 바둑대회로 지난 2007년 처음 열린 후로 2013년까지 개최됐으나 익산시가 올해 추경예산편성에서 반영하지 않으면서 열리지 못하게 됐다.

 

 

올해 익산시가 예산을 지원한 바둑 대회는 익산시장배 시민바둑대회가 유일하다. 지역 시민들이 참여하는 익산시장배 시민바둑대회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익산시장배 시민바둑대회도 지난해 지원 예산과 비교해 소폭 삭감됐다.

 

 

익산시바둑협회 회장 임익문 씨는 “익산시가 서동배와 시장배 두 대회 모두 예산 지원이 어렵다면서 이번엔 시장배만 열리게 됐다. 서동배가 명맥이 끊긴 건 아니다. 익산시에 내년은 서동배만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로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대회에 지원되는 예산의 차이가 커서 서동배만 단일 개최하더라도 대회 예산이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임 씨에 따르면 서동배 개최에 필요한 최소 비용은 2천~2천5백만원 정도. 이 중 대부분을 시 지원 예산으로 치르고 있어 향후 시에서 열리는 바둑대회 규모 축소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반면 최근 바둑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가 줄줄이 개봉하는 한편, 드라마 ‘미생’ 등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고 전국체전에선 11년만에 시범종목으로 격상되는 등 바둑 진흥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바둑이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전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각 지역 교육청에 정식 바둑팀 창설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대학에 바둑팀이 창설되면 다른 체육종목처럼 바둑 종목에서도 체육특기자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 엘리트체육으로서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18년 전국체전 개최를 앞둔 익산시가 체육문화 활성화와 체육인 육성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제2의 이유진’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 바둑영재에 대한 장학기금 지원도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익산출신 바둑계의 유망주로 김기범, 박상준 군이 꼽힌다. 특히 김기범 군은 연구생들 가운데서도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 2~3년 내로 프로 등단을 예상하고 있는 인재다. 앞으로 이유진 초단과도 같은 프로를 익산에서 계속 길러내기 위해서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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