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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 문제점 노출
  • 고훈
  • 등록 2015-01-14 10:44:00
  • 수정 2015-01-16 11: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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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정업체 독식에 제품의 질에 대한 우려도

 

익산지역 16개교 시행, 11개 학교 부부운영 업체, 나머지는 K업체 낙찰
지나치게 낮은 상한가에 메이커사 입찰 불참, 합리적 가격 조정 필요

 

 

 


  

 


 

교복가격 안정화 방안으로 시행하고 있는 학교주관 교복구매 제도가 특정업체 독식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교복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교복 값 안정화 정책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교복 값 상한선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전북교육청은 전북지역 중고교 교복 상한가를 동복 163,959원, 하복 72,365원으로 정하고, 올해부터 국공립은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한편 사립은 권장 사항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바뀐 제도에 따라 익산지역은 전북기계공고, 이리공고, 이리고, 이리여고, 부천중, 어양중 등 국공립 중고등학교와 일부 사립학교 등 19개 학교가 학교주관 교복구매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교주관 교복구매는 각 학교가 공개입찰을 통해 교복 납품 사업자를 선정하고, 교사, 학부모 대표로 구성된 교복선정위원회가 재질, 바느질 상태, A/S 등을 검사하는 품질심사 등 2단계 경쟁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사업자가 결정되면 학교는 고지서를 통해 교복 값을 수납하게 된다.

 

조달청 확인 결과 교복 납품업체 선정을 마친 익산지역 학교는 12일 현재 16개 학교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낙찰업체 선정 결과로 특정업체가 독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익산지역 16개 학교 가운데 11개 학교는 R업체가, 나머지 5개 학교는 K업체가 선정됐다. R업체는 익산점과 군산점 두 곳에 사업장을 두고 각각 독립사업체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부부가 대표자로 있어 사실상 1개 업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K업체는 갈산동에서 원단가게를 운영하는 업체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업체의 낙찰 금액은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상한가(236,324원 동·하복 포함) 97%(11개교)에 이르는 액수이다. 이렇듯 투찰율이 높은 것은 전북교육청의 낮은 상한가 제시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경쟁자가 없던 것도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R업체는 6개 학교에서 다른 경쟁업체 없이 부부 명의 두 개 업체만이 입찰에 참여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투찰금액을 100원에서 800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해 낙찰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렇게 특정업체가 독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지나치게 낮은 상한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교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북교육청이 정한 상한가(236,324원)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표 참조)으로 동복 기준으로도 전국 평균보다 3만 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이른바 메이커 교복 판매점을 운영하는 모씨는 “전북교육청이 정한 상한가 236,324원은 메이커 업체로서는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 없는 낮은 금액이라 입찰에 도저히 참여할 수 없었다. 다른 메이커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며 “전북교육청이 상한가를 전국 평균으로 올려주면 충분히 입찰에 참여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메이커 업체의 사정이 이러하면서 이른바 비 메이커 업체들이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입찰자격이 간이사업자를 제외한 일반사업자로 한정되면서 그 자격을 가진 업체는 익산지역 두 곳에 불과하고, 전북지역을 통 틀어도 10여 개 업체에 불과해 이들 업체는 물을 만나게 된 셈이다.

 

비메이커 특정업체 독식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교복의 질과 디자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메이커 제품은 원단을 단순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원단 출하시 신축성, 경광, 항균작용, 스판을 위한 재가공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치수도 15개로 차별화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관계자는 “3월 교복이 출시되면 확인이 되겠지만 제품의 질은 분명히 차이가 날 것이다. 그리고 학생 개개인의 치수를 잰다고 하지만 납품 기일을 감안하면 일일이 치수대로 제작할 수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교복 값 안정을 위한 학교주관 교복구매 제도가 시행되면서 교복 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실제로 창인동 교복상가를 돌아본 결과 메이커 제품도 전년에 비해 상당부분 가격이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다양한 디자인 욕구를 충족하고, 제품의 질을 따지는 소비자들로서는 단순히 가격만 따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 김모 씨는 “지나치게 높은 교복 값도 안 되지만 ‘싼 게 비지떡’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합리적인 가격책정을 통해 업체의 경쟁이 유도되고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가 충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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