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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끝도 목적도 과정도 평화로 하라”
  • 김달
  • 등록 2015-06-24 10:26:00
  • 수정 2015-06-24 10: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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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화와 시민사회의 큰 어른 원불교 김현 교무 열반

 

 ▲ 김현 교무 장례식   ⓒ익산투데이
▲ 김현 교무 장례식   ⓒ익산투데이

 

 

 


익산참여연대 초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민주화와 평화통일에 헌신한 원불교 김현(세수 71 법랍 50) 교무가 지난 20일 열반했다. 김현 교무의 열반 소식에 전북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추모 현수막을 원불교 총부 앞 대로에 대거 내걸었다. 이와 함께 “故 김현 교무님 전북시민사회 추모위원회‘를 구성하고 추모식을 개최하며 고인의 삶을 기렸다.

 

고인의 추모식은 열반 다음날인 지난 21일 오후 5시 원불교 총부 향적당에서 엄숙히 개최됐다.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전 대표 사회로 진행된 추모식은 박창신 신부와 전병생 목사의 추모사와 정우식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원장의 조사, 안미남 교육문화중심 아이행복 이사의 자작시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 김현 교무   ⓒ익산투데이
▲ 김현 교무   ⓒ익산투데이

 

 

열반한 김현 교무는 전북 고창 태생으로 지난 1965년 출가했다. 이후 종교문제연구소장, 영산출장소 사무장, 원불교교육부장, 정산종사탄백기념사업회, 원광대교당 교감교무, 광주전남교구장, 중앙교구장, 정수위단원 등을 지냈다.

 

고인의 삶은 시민사회에서 더욱 빛난다. 지난 1980년 광주 미문화원 방화사건 주동자들이 군부에 쫓기자 이들을 보호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되어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고인은 생명의 소중함과 공동체의 평화를 강조하고 몸소 실천하였으며,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항상 노력한 종교 지도자이자 민주화와 지역 시민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지역의 어른이다.

 

이러한 고인의 삶은 이력에서 오롯하다. 익산참여연대 초대 대표, 반핵평화운동연합 공동의장,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의장,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공동의장,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연대회의 공동대표, 익산생활문화원 이사장, 민주개혁 국민연합 공동대표, 참여연대 자문위원,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남이랑북이랑 고문, 익산참여연대 고문 등을 역임하며 원불교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로 자리매김했다.

 

김현 교무의 열반에 20여개 익산시민사회단체는 원불교 총부 앞 대로에 추모 현수막을 대거 내걸었다. 익산참여연대는 추모 현수막과 함께 홈페이지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민주화와 평화통일에 헌신하신 김현 교무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추모의 뜻을 밝혔다. 익산여성의 전화는 “김현 교무님, 쉼 없이 걸어오신 생명, 평등, 평화의 삶은 저희들이 이어가겠습니다. 편히 영면하십시오”라고 추모했다.

 

이 외에도 익산시 농민회, 익산희망연대, 남이랑북이랑, 익산시국회의 등이 추모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익산 외 지역에서도 추모 현수막 대열에 동참해, 고인의 삶이 종교를 넘어 지역사회와 우리 시대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를 보여줬다.

 

한편 김현 교무의 발인은 지난 22일 오전 원불교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원불교 교당 연합장으로 봉행됐다.

 

-조 사-

 

 

 

당신은 생명의 실과(實果)셨고, 평화의 산(山)이셨습니다.

 

- 큰 스승 과산(果山) 김현 정사 열반에 부쳐 -

 

정우식
 
“평화란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삶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를  존중하고 아끼며 나누고 함께하는 삶이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에는 사회뿐 아니라, 우주 전체가   관련되어 있다.” 말씀하셨죠.

 

당신은 생명의 꽃 열매셨습니다.
“시작도 평화로, 끝도 평화로, 목적도 평화로, 과정도 평화로 하라. 그런 바보 같은 평화, 답답한 평화가 끝내 참 평화를 가져온다.” 말씀하셨죠.

 

당신은 평화의 산이셨습니다.
나라의 민주화와 민족 화해, 통일을 넘어 생명과 평화를 깨우쳐주셨죠.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을 실천하셨죠. 이웃종교 간 상생협력운동에 앞장서셨죠. 학교에서 쫓겨난 아이들을 누군가는 따뜻한 품으로 안아서 교육해야 한다며 영산 성지고를 대안학교의 참 모델로 끝내 지키셨죠. 당신의 말씀과 행함은 생명을 얻어 평화가 되고, 통일이 되고, 상생이 되고, 화합이 되고, 교육혁신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큰 스승이셨습니다.
“자기라는 울타리에 갇혀 이웃의 고통에 무심하고, 인종과 문화에 대한 편견으로 다른 사람을  멸시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더 많은 소유와 안일을 추구하는데 급급하여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겸허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소서.” 기도하셨죠.

“‘남’을 발음할 때는 입이 다물어지고, ‘나’를 발음할 때는 입이 열린다. 닫으면 ‘남’이 되고, 열면 ‘나’가 된다. 이렇듯 소통을 위해서는 따뜻한 마음,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며, 이런 마음을 갖게 되면 자아감이 확대되고, 남이 확대된다.”

설파하셨죠.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공정한 것이다.” 가르치셨죠.

 

당신은 오폐수 넘치고 풍랑 잦은 우리 삶에 큰 둑이고, 바람막이셨습니다.
“새벽이 오기 위해 더 깊은 어둠이 있듯 결코 절망해서는 안 된다.” 하신 그 말씀,

희망의 빛으로 삼겠습니다.

 

당신의 삶은 늘 치열함 속에 계셨지만, 언제나 자비로운 미소로만 기억됩니다.
언제 당신의 그 평온하신 말씀 다시 들을 수 있을까요?
언제 당신의 인자하신 미소 또 뵈올 수 있을까요?
언제 또다시 당신의 행함에서 우러난 그윽한 향기 속에 젖을 수 있을까요?

 

벌써 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열반 앞에 환희심은커녕 흐느껴 우는 속됨을 탓하지 마소서.
“태어나는 것은 누구나 태어나는 것이며, 참으로 태어나는 것은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그리  이르셨지만, 아직 깨우치지 못한 남은 자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소서.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2015년 6월 21일
시민사회와 함께 당신의 과분한 사랑을 받은 우식 합장하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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