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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散髮四河 익산
  • 탁이석
  • 등록 2016-03-10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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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풍수지리에 관심을 가지고 서적을 탐독하던 시절이 있었다. 최창조 서울대 교수의 ‘한국 풍수사상의 이해를 위하여’라는 저서에 단연 관심이 가는 대목은, “호남을 ’산발사하(散髮四河) 역세(逆勢)‘라고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산발사하는 여자가 머리를 풀고 있는 형세를 말한다. 호남지역 강(江)은 북쪽으로 금강, 서쪽으로 동진, 만경강, 서남쪽으로 영산강, 남쪽으로 탐진, 섬진강이 두루 풀어 헤쳐져 ‘마치 여자가 머리를 풀고 있는 것과 같다’는 논리이다. 이는 영남의 낙동강이 남쪽 다대포 쪽으로 줄곧 뻗은 것과 비교하면 호남은 형세상 역세라는 주장이다.


조선조 이익의 이런 주장에 대해 최창조는 프랑스 지형을 비교하며 전혀 다른 논리를 전개한다. 프랑스 형세는 호남과 같이 산발사하이지만 이를 통해 문물을 다양하게 받아들이고, 사고(思考) 또한 열려 있어 부와 문화융성을 이뤘다는 반론이다.


과거 농경사회에 있어 호남은 생산성 면에서 타 지역과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풍성했다. 이 중심에는 산발사하 강이 있었다. 그러나 영남은 대부분 산악지대로 삶의 활로를 정치에 두고 입신출세에 사활을 걸었다.


지금의 호남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또 다시 지식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영남에 한참 모자라는 처지가 되었다. 경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영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나는 이번 4월 13일 치러지는 익산지역 총선과 시장 재선거가 구태를 일소하고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열려 있는 사고와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대한민국 익산은 호남 내에서 산발사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과거 조운을 통해 물류가 움직이던 시절에는 강이 그 기능을 했지만, 지금은 도로와 철도가 이를 대신한다. 


과거 산발사하 지형이 호남의 풍요를 가져왔다면 지금 익산의 풍요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사통팔달(四通八達) 교통 조건이다. 호남지역에서 사통팔달의 여건을 갖춘 지역이 익산 말고 어느 도시가 있을까. 이 물음에 ‘아니다’고 부정하는 익산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익산시민들의 정서와 의식에도 사통팔달의 열려있는 자세가 있을까. 이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는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 정치인이 외부영입인사 출마와 관련 불편한 심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밝힌 것을 보았다. 익산에서 태어나지 않은 인사가 출마한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익산의 기존정치인들의 기득권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익산의 정치는 주군을 중심으로 한 ‘가방모찌’ ‘견마잡이’ 정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익산발전의 전제가 되는 정치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재정자립도는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할 수준에 이르고, 사람들은 먹고 살길을 찾아 고향을 등지고 있다.


이런 처지에서 사통팔달 도시 익산의 운명을 걸머질 정치지도자를 익산 사람만으로 한정 지을 수는 없다. 능력과 자질이 뛰어나다면 삼고초려 수입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 익산이다. 익산시민은 사통팔달의 사고로 익산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익산은 미래를 담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연줄을 과감히 버리고 역량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우선 유권자는 후보자의 살아온 길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고교 시절에서부터 대학교까지는 소년기와 청년기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력은 삶의 궤적이다. 이를 보면 선택지가 분명해 질 것이다. 또한 품성과 함께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갈 리더십이 있는지도 살펴 볼 일이다.


개미들이 만드는 신문 익산투데이가 창간 9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익산투데이는 익산의 미래 백년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독립 언론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밑바탕은 시민이다. 산발사하 호남의 사통팔달 익산이 호남의 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익산투데이는 배전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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