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8년 입던 옷 버렸더니 상표 바꿔 신상으로
  • 고훈
  • 등록 2016-03-22 16:57:00

기사수정

국민의당, 여론조사방식 경선 결국 조직력이 판세 갈라 이한수, 조배숙 본선행

“새정치호에 헌정치가 승선” 이미 익산시민 심판 받은 인물 활로 만들어 준 셈




신장개업한 국민의당이 시민이 버린 옷가지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통상 재활용품은 고물업자가 수거 제3국에 보내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익산에는 시민이 지난 8년간 입던 옷을 버렸더니, 국민의당이 이를 수거하여 상표를 바꿔 달고 익산 매장에 전시 판매에 들어갔다. 새정치를 공급하겠다던 국민의당이 정치소비자인 익산시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익산 두 개 지역구 경선이 마감되고 후보자가 확정됐다. 익산 갑은 이한수 전 시장, 익산 을은 조배숙 전 국회의원이 여유롭게 국민의당 브랜드의 후보자격을 취득했다. 이들 두 사람은 과거 이름만 바뀐 민주당 소속으로, 한 사람은 국회의원으로 또 한 사람은 익산시장으로 지난 8년간 익산을 호령했던 인물이다. 이들 두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어렵게 되자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겨 후보직을 거머쥐었다.


이한수 전 시장은 지난 2004년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도의원을 사퇴해 보궐선거를 유발한 전력이 있다. 이에 이 후보는 10% 감점을 받았지만 40%가 넘는 지지율로 낙승했다. 조배숙 전 국회의원 역시 전정희 현 의원과 접전이 예상됐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7%가 넘는 차이를 벌리면서 승리했다. 조배숙 전 의원은 여성에게 주는 가산점 10%를 받는 특혜도 누렸다.


국민의당 당내 후보자를 뽑는 경선에 익산시민은 많은 기대를 했다. 조직력과 인지도가 통하지 않고 능력과 자질, 품성 등이 중시되는 숙의선거인단이나 숙의배심원제를 선택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런 제도는 간 데 없고 여론조사로 결정됐다. 여론조사는 조직력과 인지도 면에서 월등한 이한수, 조배숙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이다.


여론조사 방침이 정해지자 익산을 지역구에 출마한 박기덕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조사가 시작되기 전 이미 보따리를 쌌다. 정치에 처음 도전하는 박 전 소장은 서울대,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 박사 등 학력과 경력에서 보기 드믄 후보였다. 그가 고향인 익산에 출마한 배경은 국민의당이 숙의배심원제를 실시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익산투데이와 대담에서 그는 “선거에서 이길 자신은 없지만 시켜주면 잘할 자신이 있다. 이번 국민의당 숙의배심원제가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을 선택할 좋은 제도로 보여 고향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경선 꼴찌를 한 그는 페이스북에 “익산에서는 ‘새 정치’ 호에 ‘헌 정치’가 승선했네요. 아무쪼록 ‘헌 정치인’들이 ‘새 정치’호에 잘 적응하여 ‘새 정치’하기 바란다”고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익산지역 두 개 지역구 총선에 있어 국민의당은 어떤 존재일까. 국민의당 익산은 더불어민주당의 낙점을 받지 못한 이들이 활로를 찾아 부나방처럼 몰려드는 곳이다. 


조배숙은 지난 19대 당내경선 사실상 경선불복과 해당행위로 당원자격정지를 받아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어렵게 됐다. 또한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를 황폐화시켰다는 지역사회의 지적과 함께, 익산지역 정치인 가운데 가장 많은 당적변경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 지난 총선에서 석고대죄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한수는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박경철에 패배했다. 패배 원인은 그의 재임기간 익산시에 수천억에 이르는 과도한 부채를 안겨주고, 시청 최고위 직인 국장이 구속 되는 등 부패문제도 심각하다는 시민의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익산시 부채는 3300억 원에 이른다. 이 부채는 이한수 재임 8년간 대부분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자 활로를 모색하던 중 국민의당이 창당하자 탈당을 결행하고 경선대열에 합류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당이 숙의배심원단 경선을 도입하게 되면 이들 두 사람은 경선대상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은 물론, 설사 경선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숙의배심원단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전망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철수’ 전문 안철수 신당은 조직력 싸움인 여론조사방식을 도입하면서 이들 두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익산시민이 그들의 8년을 냉철하게 판단하여 선택한 결정을 뒤집고 다시 기회를 준 것이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최소한 익산에서 만큼은 ‘새 정치’란 용어를 달수 없는 구태 정당이 되었다.


한편 선거가 21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의원 선거 익산갑은 새누리당 김영일,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국민의당 이한수, 민중연합당 전권희, 무소속 황세연 등 5파전이 확정됐다. 그리고 익산을은 새누리당 박종길,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국민의당 조배숙, 정의당 권태홍, 무소속 이석권 등 5명이 본선행을 확정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