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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익산선거 관전기
  • 탁이석
  • 등록 2016-04-20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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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달궜던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익산지역은 국회의원 선거와 시장 재선거, 도의원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면서 판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라 할 수 있었다.


더욱 흥미진진했던 것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양당 대결이었다. 수십 년간 지역을 독점했던 민주당에 국민의당 녹색바람이 불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전전긍긍했다. ‘이러다가 전부 넘어진다’는 위기감의 더불어민주당은 악전고투 끝에 절반을 건졌다. 시장을 국민의당에 넘겨줬지만 호남지역 3석에 그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인 ‘익산 대첩’이었다.


후보자들은 죽을 지경이었겠지만 유권자로서는 경선도 볼만했다. 이춘석, 한병도가 리턴매치를 벌인 더민주 익산갑은 이춘석이 3% 차이를 보이며 신승했다. 익산을은 전정희를 컷오프 했지만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다 결국 한병도를 익산을에 전략공천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돌려막기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새정치를 표방했지만 여론조사 경선으로 결정되면서 이한수, 조배숙은 예비후보에서 ‘예비’를 졸업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경선이었다. 짠한 인사는 전정희였다. 결과론이지만 전정희는 안철수를 따라나섰다면 재선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국민의당 바람과 현역의원이라는 프리미엄이 있기에 그렇다. 정치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지금 전정희에게 폐부를 찌를 것으로 보인다.


본선에서 맞붙은 이춘석과 이한수 두 후보자의 선거전은 정책도 공약도 없는 ‘선데이 서울’ 선거였다. 새누리당 후보자가 불륜설을 제기하고 이한수가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에 이춘석은 진땀을 뺐다. 이 과정에서 고발전이 벌어지는 등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자 유권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뭔 놈의 선거가 이 모양’이냐며 모 후보의 선거 전략은 오직 ‘불륜설’ 하나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익산갑의 ‘선데이 서울’ 선거는 선거 다음날 익산지역 기자 2명이 구속되면서 주인공이 바뀐 현재 진행형이 되고 있다.


익산을 선거는 ‘네 눈에 들보’ 선거였다. 돌려막기 공천으로 더민주 익산을 공천장을 거머쥐었지만 민심은 엄동설한이었다.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더민주당이 아직 정신을 덜 차렸다는 비판과 함께 싸늘한 눈길을 주었다. 더민주당은 한병도 전략공천이 일파만파하자 이러다가 ‘전부 넘어진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조배숙도 당당한 후보는 아니었다. 지난 19대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전정희에게 패하자 이에 불복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두 후보자 모두 ‘들보’ 하나씩을 눈에 넣고 방송 토론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니 유권자들은 헛웃음만 나왔다.


선거가 끝난 지금 이춘석과 조배숙의 승인은 무엇일까. 이춘석은 이한수가 조배숙은 한병도가 당선시켜 주는 역설이 벌어졌다. 국민의당 바람이 호남을 강타했지만 이춘석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한수 8년 시정운영에 비판적인 유권자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대단했지만 그렇다고 이한수를 선택할 수는 없는 유권자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조배숙의 19대 낙선 이후 지역구 관리는 처절하리만큼 치열했다. 그렇다고 조배숙에 대한 비판적인 유권자의 마음은 수그러들지 않은 형국이었다. 호재는 더민주당이 선사했다. 익산갑 경선에서 패한 한병도를 돌려막기 전략공천하자 민심은 “1반 반장선거에 지자 2반 반장 선거에 나서? 익산시민을 뭘로 보고”로 돌아섰다. 익산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조배숙은 국민의당 바람과 한병도 돌려막기에 힘입어 무난히 4선 고지에 올랐다.


익산시장 재선거는 행정전문가들의 대결의 장이었다. 나란히 중앙부처 국장을 지내는 등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후보자들에게 유권자들은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2년 전 지방선거에 나섰다가 실패한 후 재선거를 준비해 온 정헌율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강팔문은 시간이 문제였다. 인지도 면에서 월등한 정헌율을 상대하기에는 두 달이라는 기간은 너무나 짧았다. 


강팔문은 이를 의식한 듯 정헌율을 상대로 총공세를 펼쳤다. 방송토론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부채’ ‘파산’이었다. 정헌율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언급했던 두 단어를 두고 강팔문은 “어느 기업이 부채와 파산이 언급되는 도시에 들어오겠냐”며 공격했다. 2년 전 선거 전략이었던 두 단어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와 함께 정헌율은 방송토론에서 농민비하 발언 등 설화를 자초했지만 지난 2년간 갈아놓은 표밭을 소유한 정헌율에게 2개월 표밭 경작 경력은 역부족이었다.


익산지역 선거는 국회의원 3선과 4선의 중진의원 배출, 여기에 야권 2당의 분할 구도를 만들면서 양당 모두 소통의 교두보가 마련된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익산시 역시 시장은 국민의당이 차지하고 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과반을 점하는 견제구도가 마련됐다. 과거 단체장부터 의회까지 일당 독점구도 속 짬짜미는 통하지 않는 구조이다. 


시장에 취임한 정헌율은 낙마한 박경철을 반면교사로 삼아 소통에 나서야 한다. 소통은 의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민의 눈과 귀가 되는 언론과의 소통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 원활한 시정을 펼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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