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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의 국화 -백남기 선생님 영전에 부쳐-
  • 익산투데이
  • 등록 2016-11-09 1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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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작가회의 시인 조석구


2016년 가을

하얗게 하얗게 천상의 국화로 무리지어 피어난 백남기 선생님 영전,

이 나라의 상황을 두고 편히 가시라 말씀조차 여쭙지 못하는 날에,

일평생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농민을 위해, 경찰의 차벽까지 무너뜨린 선생님의 밧줄은 이제 보니 선생님의 힘줄을 뽑아 꼬아 만든 것이었습니다, 아니, 선생님의 생명줄로 꼬아진 것이었습니다.

앞서 나가 우리 앞의 거친 길을 터주고 무너지신 선생님은 사랑이었습니다. 너희는 피차 사랑의 빚 밖에는 지지 말라는 성서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신 사랑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작년 이맘 때 얼기 시작하는 서걱거리는 날에 부당한 국가권력에 맨몸으로 맞서 싸우시다 고압 물대포를 맞았지요, 국가권력 최 일선의 경찰을 향해 “민중을 향하는 몽둥이들아!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 돌아 오거라!” 소리치셨겠지요. 가냘픈 몸 내어 주셨지요.

물대포에 쓰러져 바닥에 떠밀려가면서 의식을 잃어가면서 사랑의 바통을 우리에게 넘겨주셨지요. 일 년 내내 방방곡곡에서 촛불로 타오르셨지요. 시작부터 조작된 레지던트의 사망진단서를 들고 와 부검영장을 들이미는 그들에게 끝끝내 부검을 허락지 않고 승리하셨지요.

내가 백남기다! 우리 모두가 백남기다! 횃불의 씨불이 되셨지요!

이제 우리 선생님을 보내드려야 하는데 물대포로 인해 돌아가신 게 아니라는 저들, 그들이 어디 하나라도 인정하는 게 있었던가요?

무당정권의 허수아비일 뿐인 황교안 총리, 김기춘 전대통령실장, 이정현 대표가 몰랐다,몰랐다,몰랐다! 무능을 고하고 있는 데도 말이지요.

일국의 총리를 사임시키며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는, 예의는커녕 예자조차 모르는 대통령은 오늘도 영혼 없는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황교안 총리는 이즈음 수십 만 노동자에게 행해지는 문자메시지 해고 통보를 받아 봤으니 그게 얼마나 무렴하고 얼척없는 일인지 눈물로 곱씹고 있겠지요?

이제 우리가 나설 때, 선생님께서 못 다 하고 가셨으나 길 일러 주신 일,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때맞춰 온 세계에 무당정치 굿판으로 남우세스러움을 보인 박근혜 정권을 반드시 하야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는 우상화의 표상인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광화문에 세우겠대서 세우기만 해봐라 끌어 내리겠다 했습니다!

이제 경찰관들에게도 선생님이 못 다 물으신 물음을 던집니다!

이런데도 무당의 굿판을 위해 채증하고, 체포해 조사하고, 벌금을 물리겠습니까? 경찰관 여러분! 여러분이야말로 지금 ‘가만히 있어야 할 때’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 준엄합니다! 주권자의 명을 따르시겠습니까? 아니면 무당의 굿을 따르겠습니까?

분노의 화염에서 멀찍이 비켜서십시오!

5,18 군부의 학살에 등 돌린 광주의 경찰을 기억하십시오!

질서유지, 민생치안으로 돌아와 시위대를 지켜 주십시오!

민중의 결기를 보십시오! 궐기하는 저 음성을 들으십시오!

내가 백남기다! 내가 전봉준이다! 피 토하는 저 함성을 들으십시오!

아직까지 푸른 곰팡이집에 머물러 있는 아직은 대통령께 묻습니다!

공주수첩에 ‘참 나쁜 사람이더라!’ 적혀 눈물 쏟고 떠난 사람이 참사람 아니었습니까? 무고한 사람 쫒아내고 허수아비 환관들 세워놓고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 그 정치가 정치입니까? 쫒아낸 이들 데려다 놓고 하루 바삐 물러나십시오! 물러나 벌 청하십시오! 아직은 예우할 때, 하야가 정답입니다!

국화 향 그윽 머금은 백남기 선생님!

떨어지지 않는 발길일지언정 뒤돌아보며 천천히 옮겨 놓으십시오!

선생님 가시는 길에 단풍잎 융단을 깔아 드리라고 바람에게 말 일러두었습니다! 아픔 없는 곳에서 평안하소서!

2016,11,04. 전북작가회의 시인 조석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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