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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건국절
  • 익산투데이
  • 등록 2016-12-20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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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건국절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알았다지요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국무위원들을 만난 자리였다지요
탄핵 의결서 사본 수령하기 전
그러니까 직무수행이 정지되기 직전
민정수석 교체로 알박기도 끝냈다지요
차분하고 담담하게 대처하겠다더니
피눈물 얘기를 왜 했을까요
2014,04,16
곤두박질 친 세월호에서
304명이 가라앉을 때
생손톱 닳아빠지도록 선실 벽을 긁어댈 때
선생님과 아이들이 자기 몫의 구명복을 벗어
다른 사람들을 살려내고 있을 때
살아 나왔다가 도로 들어가
몇몇의 생명을 더 지켜주고 나오지 못했을 때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주기는커녕
안쓰럽게 보이려 곱게 손질한 올림머리를
흐트러뜨리는 연출을 하고 일곱 시간이나 뒤늦게
노랗게 차려입은 민방위 복장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와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 발견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요
던진 그 한 마디에 천지는 더 노래져 분노로 애끓는데 
그때도 흘리지 않았던 대통령의 피눈물을 본 우리는
정녕 역사의 증인이 된 셈인데요
자신의 탄핵 가결을 밝힌 소회였다지요
피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어떤 말인지
이제야 알겠다며 눈물 글썽였다는 그녀였지요

우리도 이제야 알았지요
세상에 어떤 에미는
자식이 바다에 수장되었단 소릴 듣고도
맨발로 달려가기는커녕
태연하게 머리를 매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어떤 에미는 급박한 자식의 생사 앞에
미쳐 산발로 뛰쳐나오기는커녕
에먼 일에 일곱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그녀를 보면서 알았지요
피눈물 색깔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세월호 유가족의 피눈물을 보며 알았지요
한때는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말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쓰여
치도곤을 당한 이가 부지기수였지요
국민을 모독하는 대통령의 피눈물 망언은
이미 촛불로 치도곤을 내린 것이라고
사장된 법조문을 꺼내 물볼기 내리치며 
마음속으로 벌 줘 보기도 했지요

모양 갖추어 예우하려던 국민을
기어코 겨울 광장에 불러낸 그녀의 말이
낙상한 정유라 대신 헌재로 기수를 바꿔
갈기를 휘날리며 들어옵니다
추호도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말
국정 농단 아니라는 말
국민을 위해 가족도 버렸다는 말
기업이 나라를 위해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는 말
문고리 권력은 찌라시라는 말
말들이 먼지를 날리며 달려오는데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국민의 말이 일착으로 들어옵니다

세월호 참사 진실을 인양하라
대통령의 일곱 시간을 드러내라
국정교과서 폐기하라
위안부 한일협정 폐기하라
한일군사협정 페기하라
한반도 사드배치 당장 철회하라
남북 교류의 교두보 개성공단 개방하라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끊지 말고 잇대라
비정규직을 폐기하라
최저임금 시급 일만 원을 관철시켜라
촛불에 함의된 민의를 수렴하라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촛불
산 너머 능선에 봉홧불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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