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일천번제(壹阡燔祭)
  • 익산투데이
  • 등록 2017-01-13 13:38:00
  • 수정 2017-01-13 13:43:04

기사수정




일천번제(壹阡燔祭)

이보다 더,
간절한 기도가 있을까
수천만 명이 하나가 된 기도
촛불과 풍선과 노란종이배와 기억쪽지와 추모공연과
삼보일배가 지나온 이만사천 뜬눈의 기록이
온몸에 삼공사성 별자리를 이루고 있다
김관홍 잠수사, 김동수 의인, 강교감 선생이
살리고자 애타게 불렀던 이름을
일천 번씩 일천 번 넘게 온 나라가 불러온 이름을
다시 부르고 불러도 귀가하지 못한 이름을
일천 일 아침 호명해본다

고창석, 권재근, 권혁규,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이영숙, 조은화, 허다윤,
이름과 이름 사이
눈물의 거센 소용돌이가 인다
못다 부른 295인을 호명하려면
만조가 되기까지 속절없이 기다려야한다

사람은 다 수습하지도 못했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수습되었다
부레 없는 사람의 폐에 플랑크톤을 배양하던 그 말
관계자가 분향소에 재생시켜 들여보냈다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 아니니 가만히 있으라
대통령의 7시간 묻지도 말고 가만히 있으라
항상 있는 교통사고 같은 것이니 가만히 있으라
자식 팔아 돈 장사 말고 가만히 있으라

무엇을 덮고자함인가
생생하게 살아나는데 어찌 생으로 잊으라하는가
발뺌으로 달아나는 책임자들의 발에
착고를 채울 걸 그랬나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가 발족했을 때
인양되었어야 할 진실은
은폐하고자 하는 자들에 의해 해체되고
숭숭 구멍 뚫려 해저로 가라앉은 줄 알았지만
그렇게 가라앉으면 진실이 어디 진실이겠나
416기억저장소 기억교실 기억전시관
무수한 증거들 살아남았지
탄핵정국 특검의 세월호 7시간
박근혜는 내려오고 진실은 올라올 기록과
일천 일 하루도 거르지 않은 기도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