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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외도하면 때려도 되나요?
  • 익산투데이
  • 등록 2017-02-16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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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숙 익산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장






며칠 전 출근 무렵  티브이 뉴스 한 꼭지가 눈을 붙들었다.


수도권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남편의 폭력으로 아내가 살해된 사건을 다룬 것이었다. 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룬 것은 남편이 아내를 학대한 이유였다.


남편의 주장은 아내의 외도해서라고 증언했고 아내의 지인은 남편이 정신적 문제가 있고 도박을 자주 했으며 돈을 요구 했는데 주지 않아서라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뉴스화면에는 ‘남편의 아내 외도 증언vs 아내 지인의 증언’ 이라고 자막으로 보여주며 두 사람의 증언이 상반됨을 강조했다.


‘아내의 외도를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가 무얼까?’
‘아내 살해의 이유가 그렇게 중요한가?’
‘외도한 아내는 때려도 된다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폭력의 이유를 찾는 것은 피해자에게 잘못을 전가시키기 위한 경우가 많다. 우리사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면 그 이유를 살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폭력의 원인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 때문이었다.


피해자가 남편 혹은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했거나,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했거나, ‘그 곳에 갔기’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다고 ‘이해’했다.


실상 여성에 대한 폭력 자체에 이유란 건 없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렇게 해도 되기’ 때문이다. 아내를 때리든 애인을 학대하든 가해자 신상에 별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한 여성은 최소 186명이다. 이틀에 한 명꼴 살해됐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했다는 의미다.


이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성폭력의 실태가 이렇게 심각함에도 우리사회는 여전히 문제의 이유를  여성에게서 찾는다. 바람을 피워서 이든, 자녀양육을 제대로 못 해서이든, 살림을 엉망으로 해서이든, 돈을 헤프게 써서이든, 폭행당한 여성에게 그 이유를 찾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폭력은 피해자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도 되는 개인이 있고 아내 학대를 문제 삼지 않고 수용해주는 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뉴스의 아내 살해의 원인은 외도가 아니라 가해자인 남편 때문이다.


이토록 쉽고 간명한 사실을 왜 이렇게 어렵게 말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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