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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합니다”
  • 고 훈 기자
  • 등록 2017-03-08 17:28:00
  • 수정 2017-03-09 15: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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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망청소년복지재단

익산청소년일시쉼터 서길례 소장



갈 곳 없는 청소년 위한 ‘희망둥지’…상담/식사/잠자리/샤워/세탁/의료까지
청소년 쉼터시설 지역 유일 단 1곳뿐…가출 예방활동 위한 ‘차량 지원 절실’



“가출 초기가 가장 중요해요. 누구를 만나느냐 따라서 아이 인생을 좌우할 수가 있어요. 대부분 아이들이 욱하는 마음에 나오는데 이게 지속 반복이 되면 큰 문제가 되는 거죠”


“초등학교 아이가 자기는 긴 머리가 좋은데 엄마가 단발로 잘라버린 거예요. 그게 화가 나서 집을 나오려고 검색을 해보니까 청소년 쉼터가 나오더래요. 인터넷으로 길 찾기 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서 제가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고 부모님도 칭찬해줬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문제해결력을 가진 친구가 별로 없다고요. 그래서 몇 시간 놀다 갔거든요. 이 공간이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남중동 익산시청 옆에는 지역 유일의 청소년 쉼터가 있다. 잠시 길을 잃은 청소년들이 지친 날개를 접고 학교와 가정에서 잠시 벗어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바로 지난 2013년에 설립된 ‘희망둥지’. 익산투데이가 서길례 소장을 만나 희망둥지와 지역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쉼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주신다면
-청소년 쉼터는 가출청소년에 대한 신속한 가정복귀와 사회진출을 지원하는 청소년복지시설입니다. 보호기간에 따라 일시쉼터(24시간~7일이내 일시보호), 단기쉼터(3개월 이내, 3개월씩 2회 연장 가능. 최장9개월), 중장기쉼터(3년이내 중장기보호. 1회 1년 연장가능. 최장4년)로 구분됩니다.


이러한 쉼터는 전국 119곳 도내는 익산 포함 5곳이 있습니다. 군산 1곳, 전주 3곳, 익산 1곳인데요. 군산꽃동산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임마누엘청소년쉼터, 전주시단기청소년쉼터, 전주청소년한울안쉼터, 그리고 익산청소년일시쉼터 등이죠. 익산에서 유일한 청소년 쉼터가 바로 이곳입니다.



▲가출청소년들에게 어떤 활동을 지원해주고 있나
-위기청소년을 위해 일시적으로 ▶야간보호 ▶식사 및 잠자리 지원 ▶샤워/세탁/응급생활지원 등 ▶고민상담(진로, 친구, 가출) ▶휴식처로서 간식제공, 인터넷, 보드게임, 도서실 운영 ▶현장 거리상담, 긴급지원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가출청소년들의 범죄 및 비행예방, 생활보호(의식주), 정서적 지지 및 심리상담, 의료지원, 학업복귀, 취업지원 등 맞춤형 자립지원서비스 제공을 하고 있어요. 특히 전문적인 상담서비스와 함께 단기청소년 쉼터 등 타 기관과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쉼터에 들어가려면?
-먼저 쉼터 이용 대상은 9~24세 이하 가출 및 위기청소년(남녀 무관)입니다. 전문기관에서의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 청소년관련 기관(경찰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서 의뢰한 청소년 등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입소는 전화 상담(838-1091)을 거쳐 결정하게 됩니다.



▲청소년 가출의 주원인과 해결책은
-가정문제가 주원인으로 가정회복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부모와의 갈등으로 가출하고 찾아와요. 대부분 그 부모들도 보면 학대를 받았다거나 치유도 안 된 상태에서 자식을 기르다보니까 문제가 되풀이 되는 거죠. 청소년들에게는 일시쉼터도 결국 잠깐 스쳐지나가는 거잖아요. 그게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쉼터에서는 가정회복을 위한 부모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정부 정책에 대한 생각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지도자가 절실할 정도로 부족한 형편입니다. 학교 밖을 경험하지 않은 ‘모범 어른’들이 이들 청소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정책과 현실이 함께 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종종 발생하죠. 대부분 선생님들 보면 모범생들이잖아요. 이러한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도 그렇고요. 좀 더 전문적인 지도자 양성이 필요합니다.



“그 아이들도 물어봐요. 우리엄마가 뭐라고 그래요? 우리아빠가 뭐라고 그래요? 나 집에 안갈래요 하면서도 기대하는 건 있는 거죠. 나를 잡아줬으면 하고”



▲가출팸 음성화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데

-청소년들이 가출팸을 이루는 이유 중 하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초기 가출한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요. 부모님과 아이들 사이에서 저희가 잘 절충하면 문제가 해결돼서 귀가하는데.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친구들은 살기 위해서 집을 ‘탈출’한 경우거든요. 그러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보니 생계를 위해 비행이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거예요.


따라서 그들이 건전하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요. 건전한 청소년 아르바이트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보호자 동의가 필요해서 못 하는 경우도 많아요.


또한 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정해져있어요. 오토바이 배달, 서빙, 설거지 등. 그런데 아이들도 재능이 있단 말이에요. 재능을 일자리로 연결 짓는 사회적 창출활동도 지원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배달, 서빙 알바를 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어른들과 사회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학생은 성매매로 돈을 벌기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이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는 없어요. 당장 살아야 하니까 하는 거지. 결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요.



▲쉼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방안은
-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자존감 회복이 먼저라고 봅니다. 본인들도 자신들의 모범생이 아니라 일탈학생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도 자기 삶에 대한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면 어디서 생활하든 문제가 되겠어요.


사람들에게는 이곳 청소년 쉼터가 몸과 마음이 지친 아이들이 잠깐 쉬어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어른들도 힘들면 가끔 휴가 가잖아요? 아이들도 학교생활, 가정생활이 힘들면 잠깐 휴가 나오는 식으로 쉼터를 이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들도 여기 오면 안심하고 하루 이틀 쉬고 와라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운영상 어려운 점이 있다면
-움직이려면 차량이 필수인데 승합차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익산청소년일시쉼터는 외부활동을 통해서도 직접 청소년 보호활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에요. 가출청소년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만 않고 가출 예방을 위한 길거리상담, 패트롤 아웃리치 등을 통해 거리의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데요. 주 5회 이상 실시하고 있어요.


새벽에도 가출한 아이들이 있을만한 곳으로 월 2회 이상 돌아요. 특히 모현동, 송학동, 익산역 앞 등을 나갑니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 가서도 가출예방활동을 펼치고 있죠.


이러한 활동에 필요한 물품, 인력을 운반한 승합차량이 꼭 필요한 상황이죠. 현재는 쉼터협의회에서 임대해서 차량을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협의회 측에서 4월초에 이 차량을 매각하겠다고 해서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에요. 쉼터협의회에서는 중고매매가에 10% 할인을 해주겠다고도 제안하는데도 저희 형편에서는 어렵죠.
아울러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물품과 금전 후원도 받고 있습니다.


농협 351-0627-3983-33 (사)희망청소년복지재단.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도 운영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작지만 소중한 관심이 지역청소년들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일반시민들이 지역청소년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려면
-한 자원봉사자에게 봉사 이유를 물으니 “이 아이들이 혹여 잘못 되어 그 피해를 내 아이가 입을 수도 있지 않을까”해서 이 자리에 함께한다고 대답해요. 극히 개인주의적인 생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 아이와 함께 세상을 살아갈 주위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보일 것입니다.



▲지금은 청소년들에게 나서서 말하는 어른이 없는데
-맞아요. 옛날에는 어른들이 있었잖아요. ‘애들아 너 그렇게 하면 안 돼’하는 어른들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없어요. 언론에서 청소년들을 무섭게 다뤄온 것도 한몫하죠.
며칠 전에도 저희가 아웃리치를 나갔는데, 롯데마트와 농협 사이에 보면 공간이 있어요.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고요. 누구도 그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요. 저희가 지나가면서 “애들아 너희 혹시 배 안 고프니?”하고 물어보니까 “배고파요!” 이러더라고요. “빵이라도 먹을래?” “네!”하더라고요.


요즘 아이들도 순진한 구석이 있거든요.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대게 밥을 못 먹었거나 배고픈 아이들이에요.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시면, 아이들이 “저런 어른도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관심도 필요 없고 “네가 요즘 좀 힘든가보구나”라고 말 한마디면 충분해요. “내가 힘든 걸 알아봐주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아이들이 느끼게끔. 그러면 세상이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마음먹고 가출하면 익산에 있겠어요? 10명 중에 6명은 타지 아이들이에요. 돌다 돌다 오는 거죠. 익산에서 오는 학생들은 귀가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은 거죠. 부모님들도 쉼터 입소를 큰일났다고 생각하지만 마시고 저희들 믿고 선생님들이 아이들 다독거려줘서 잘 돌아왔으면 좋겠다라고 해주셨으면 해요”



▲질풍노도의 사춘기 학생을 둔 학부모에게 한 말씀하신다면
-저도 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다른 학부모들한테는 “참고 이해해주셔야 돼요”라고 하는데 제 자식일 때는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제가 그 과정을 겪으면서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생각해보니, ‘인내’라는 깨달음이 왔어요. 부모가 자녀를 끝까지 인내해주기만 하면 그 아이는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어있어요. ‘나를 잡아주는 끈이 있다’는 믿음.


그런데 부모가 믿음을 놔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여기 찾아온 친구 중에 나중에 집에 찾아가려고 했으나 모르는 사이에 집이 이사가버린 경우도 있었어요. 갈 곳이 없는 거죠.


물론 부모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생활이 어렵고 본인 문제도 감당이 안 되다 보면, 인내할 수 있는 힘이 없는 거죠. 그래도 주위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죠.



▲익산시 청소년 행정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청소년 담당 전문 인력 배치로 청소년사업이 보다 더 효율적으로 진행됐으면 합니다. 현재는 인사이동이 너무 빈번합니다. 또한 담당공무원의 청소년 행정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인데요. 공무원들이 너무 행정적으로만 청소년사업을 바라보지 말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언론에서 청소년 이슈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청소년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도 많이 실어주셨으면 합니다. 꿈을 찾아서 열심히 사는 친구들도 많고요. 여학생들이 전부 성매매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가출해서 인생을 전부 망치는 것도 아니거든요. 절박하게 살기 위해서 나오는 친구들도 많아요.


시선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요즘 아이들 중에서도 반듯하게 사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청소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기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지역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씀
-살다보면 집을 뛰쳐나오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출을 하게 되면 비행이나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어요. 집을 나와 방황하지 말고 쉼터로 오세요. 쉼터에서 몸과 마음을 충전하여 안전한 귀가를 할 수 있도록 저희가 돕겠습니다. 여러분들의 고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hope1091
■위  치: 익산시 인북로 32길 17, 4층
■연락처: 063-838-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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