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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016-2017
  • 익산투데이
  • 등록 2017-03-15 22:36:00
  • 수정 2017-03-15 22: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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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석구




촛불 2016-2017


그것은 또 다른 민중항쟁이었다

국가권력 곳곳에 박혀 있던 적폐를 맨몸으로 걷어내고 

국민주권을 되찾아 온 지극히 상식적인 행위예술이었다

한 자루, 두 자루, 일천 육백만 자루의 촛불이

방방곡곡 반만 년 역사 현장마다 채화되었고

불의한 곳마다 밝히 밝히 밝혀 들어갔다

서슬 푸른 그집에선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쳐댔으나

기실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정상의 비정상화였다

견디다 못한 2016년 늦가을 

민심은 변곡점을 맞았다

그들은 피할 곳을 잃었고

우리는 주말과 저녁이 있는 삶을 반납했다

그가 출입기자들을 불러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거나

엮어도 너무 엮었다 식은 말을 해댈 때

고사리손까지 빌린 광장의 민중들은

광화문, 헌재, 청와대 앞까지

발 동동 구르며 영하의 나라를 녹여 들어갔다

국민이 준 하야꾸러미를 걷어차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지켜보던 그녀가

피눈물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정해준대로 한다던 약속을 

검찰조사도 수용하겠다던 약속을 집어던졌다 

국회청문조사와 특별검사 조사요청을 거부하고

극우대리인단을 꾸려 막말을 일삼기 시작했다

탄기국이라는 반대세력을 끌어모아 

바람으로 꺼뜨리겠다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댔다

허나 그들의 바람대로 촛불은 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바람 눈보라에도 강했고 그들에게는 더더욱 강했다 

잘한다, 특검! 힘내라, 특검!

구속자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던 민중들은

특검 기간 연장되어 국정농단 깊이보기를 원했으나 

게 편이 된 가재에게서 수락을 얻어내지 못했다


지은대로 가는 것을

제비는 제비대로 간다고 한다

2017년 3월10일 11시21분

피 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위대한 촛불혁명은 승리했고

철학과 소신을 갖고 쭉 일했다던 그녀가 제 꾀에 빠져 

아비의 망령까지 또르르 걷어나가게 된 축제의 날

헌재 앞 은행나무 밑둥치를 감싼 꽃다발이

이른 아침부터 숭어리숭어리 봄을 몰고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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