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막내
  • 익산투데이
  • 등록 2017-03-22 20:28:00
  • 수정 2017-03-22 20:32:03

기사수정



시인 조석구





막내

내 아비 궬띠*에 바투잡힌 용가리 어미가
1964년 1월23일
사흘 굶고 토해낸 불덩이는
미끄덩한 사내아이였는데요
회목에 낙죽을 맞은 산파의 손에서 퍼런 불꽃이 일고
“너 먹을 것이나 챙겨 나오지 그랬어, 이놈아!”
울지 않는 핏덩이 엉덩짝을 철썩!
앵이고 있었다는데요

옴팡집 조생원의 열두 번째 아이
고추로는 여덟 번째였다는데요
이 집의 푸대접을 본 삼신할미가 닭 울기 전
후산을 길라잡이 삼아 내려왔다는데요
벌건 산파의 손자국을 당신 옷고름으로 스윽 문지르자
그놈 궁뎅이 시퍼렇게 멍이 드러나더라는데요
쓰개치마 깊숙이 두르고 닭울음소리에 홀홀 나설 때
앞뒷집 개들만이 장독대를 돌아 나와
캄캄한 질문을 사립문짝으로 쏘아붙였다던데요
빈 쌀독 앞에서 서성대던 삼신할미가
산파의 말에 무어라 고개를 주억대긴 했었나 봐요
당신의 두루마기를 벗어 무엇을 꺼내 놓기는 했던지
잘 보냈느니 잘못 보냈느니 집 안의 아무도
따져 묻지 못했다던데요
대보름 지나 그믐으로 이울어져 가던 달이
급하게 뛰어가다 미끄러뜨린 흰 고무신 한 짝
굴뚝모퉁이에서 더 하얗게 얼고 있더래요 글쎄!
 

*궬띠: 헝겊으로 만든 허리끈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