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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왔다
  • 익산투데이
  • 등록 2017-03-29 15:59:00
  • 수정 2017-03-29 16: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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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삼년 만에 세월호가 올라왔다
환호할 수 없는 슬픔이 올라왔다
죽어서도 비정규직의 차별이
캄캄하게 숨기고 삭제했던 것들이
정의가 되어 낱낱이 밝히러 올라왔다
2014년4월16일 오전 10시 넘어
살아 있던, 살고 싶었던 죽음이 올라왔다
그만하자는 아구리에
뱃속 가득 머금은 뻘을 뱉어주러 올라왔다
사십사 미터 정경유착의 날카로운
아가리를 찢어발기고서야 올라왔다
보상배상 들먹이며 시신장사 운운하는 자들에게
형체조자 가늠할 길 없는 시신을 보여주러 올라왔다
유가족 조롱하며 배 두들겨 먹고 놀던 자들에게
304인의 심장을 받아내러 올라왔다
붉은 눈, 오목가슴까지 눈물로 평형수 채우고
팽목항에 떠 있던 유가족 눈물 닦아주러 올라왔다
유골을 보고도 기뻐해 마지않을
미수습자 가족 그들의 뼈를 수습하러 올라왔다
국가책임 아닌 정무적 판단 내려야 한다고
오판하던 자들에게 책임 추궁하러 올라왔다
이 나라 최고 지도자의 신뢰가
유실되었음을 증명하러 올라왔다
생명권 경시하고 가담한 국정농단 불성실로
파면되어 파국을 맞은 전직 대통령에게
육백 여덟 손목을 거두어 박수치러 올라왔다
에먼소리 하는 몸뚱어리에 구멍을 뚫어
가득 찬 독수를 빼내고 진실을 들여다보러 올라왔다

걱정 말아요
봄꽃 피어난 통점마다
노랑나비 되어 앉아 있을께요
이리 좀 와 보세요
내 갈비뼈에서 자라난 수초들이 키워낸
푸른 물고기들을 보여줄께요
인양선을 따라가는 눈 없는 물고기
지느러미 녹아 배때아리 길게 누운
세월호가 올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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