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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자격
  • 익산투데이
  • 등록 2017-05-04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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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일! 너그럽게 이해할 가벼운 문제인가-







하춘자(익산여성의전화 대표)





‘카톡~~ 카톡~~카톡’
‘카톡카톡카톡’


“아 시끄러워 무음으로 해 좀! 책보는 데 방해되잖아 ”


가끔씩 우리 애들에게서 듣는 핀잔이다.


10여년 전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자간의 대화가 온라인상으로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이 카톡이든 문자든 밴드든 간에.


한 대학에서 재학생인 8명의 남학생들이 지난 1년에 걸쳐 SNS 단체채팅방에서 언어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고발하는 학내 대자보를 통해 알려졌다. 피해자대책위원회에 따르면, 700여 쪽에 달하는 채팅내용 입수 자료 원문 대부분이 언어 성폭력으로, 해당 가해자들은 수많은 동기와 선후배에 대해 외모지적을 비롯한 성적 모욕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남성 집단에서 여성을 소재 삼아 자행되는 성희롱, 성폭력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비하는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더욱이 그런 일을 자행하고도 그것은 농담이니 너그럽게 이해하라고 한다. 이에 대해 불쾌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예민한 개인 혹은 여성들의 과도한 반응으로 일축 시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005년 출판한 자서전에서 자신의 대학생 시절에 성폭력 범죄 모의에 가담한 사실을 고백하였고, 이것이 최근 대선후보검증 과정에서 세간에 알려졌다. 알려진 이후 이에 대해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으로 이제 그만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있어서는 항상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홍준표 후보는 피해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비판하는 여론에 맞서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 성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홍 후보 캠프에서는 혈기왕성한 대학교 1학년 때 벌어진 일로 너그럽게 감안해 줄 수 있는 가벼운 일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건이 벌어졌던 1970년대나 지금이나 각종 성폭력 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들의 일상은 불안하기만 하다. 각종 범죄로 이어지는 여성혐오 발언들이 농담으로 치부되고, 단톡방에서는 성적 대상화된 여성들이 희롱당하며,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매일 밤 실제 강간모의가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이란 어떤 자리인가?


이러한 젠더폭력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야만 하는 자리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공적 조직 전체가 젠더감수성을 높여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정책을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민감하지 못한  감수성의 수준은 성희롱, 성폭력을 재생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후보의 “젠더감수성”은 매우 중요 것이다.


홍준표 후보의 과거 행위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것으로 명백하고도 심각한 범죄행위이다.범죄행위를 젊은 시절의 치기이자 추억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자서전에 무용담처럼 기록한 그의 “젠더감수성”이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지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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