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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로맨티스트?
  • 익산투데이
  • 등록 2017-05-08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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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숙 (익산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장)



 

홍준표 대선후보가  쓴 자서전 <</span>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꿈꾸는 로맨티스트’의 장에 성폭력 범죄에 모의 했다는 내용을 적은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내용을 보면 홍 후보는 대학 1학년 때 고려대 앞 하숙집에서의 일이라며 서술한다. 하숙집 친구가 짝사랑하는 가정과 여학생이 친구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던 모양이라며 "곧 가정과와 인천 월미도에 야유회를 가는데 이번에 꼭 그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것이다.” 이런 친구의 부탁에 하숙집 동료들이 돼지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했다는 이야기이다.  


하숙집 친구가 말한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말속에는 남자가 자신의 성적 주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성을 성적 객체화하려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여성의 성적 객체화를 남성 동료들끼리 서로 승인함으로써 그들은 더욱 끈끈하게 친분을 쌓기도 한다. 홍 후보의 하숙집 동료들은 여성에 대한 성범죄 모의를 통해


그 친분이 더욱 두터워 졌을 것이다. 이런 예로는 전쟁 시 강간이나 윤간이 있다. 이는 성적 욕구를 해결하려는 목적보다 남성 동료간의 연대감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목적이라는 연구결과로도 알 수 있다.


  홍 후보의 친구가 말한 ‘자기 사람’ 즉 ‘자기 여자’라는 표현은 한 여성을 자기  지배하에 두는 것이다. ‘자기 마누라 하나 휘어잡지 못하는 남자가 무슨 남자냐’라는 생각들은 아직도 여전하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결코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여성의 객체화, 타자화, 여성멸시를 여성혐오라고 한다.


  홍 후보가 여성을 동등한 동료 시민으로 인정한다면 로맨스를 가장해 성폭력을 휘두르는 일에 가담할 수 없고, 무용담이라고 떠들어 댈 수도 없으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트집 잡지 말라고 반발할 수 없다. 혈기왕성한 남성은 여성을 성폭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발상이 성폭력을 남성성의 발현이라고  여기고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호감 있는 여성에게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애정표시로 둔갑하고, 여성은 빌미를 줬다는 의심과 비난에 시달리게 만드는 현실이 여성이 성적 주체가 아닌 객체로 각인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서전 내용이 문제화 되었을 때 홍준표 후보는 관련자 실명을 공개하지 못하는 게 45년 전 일어난 이 일에 동참한 S대 상대생들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 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이들의 성가치관이 어떠한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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