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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장애
  • 익산투데이
  • 등록 2017-05-31 1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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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배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하여-



이재성(이재성 한의원장)




누구에게나 새로운 환경은 낯설다. 근데 환경에 적응하려다 고통 받는 사람도 있다. 우울하기도 하고, 불안할 수도 있다. 심하면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이를 적응장애라고 한다. 적응하고 싶은 데 못 이기고 좌초한 거다. 증세는 환경 바뀌고 3개월 안에 온다. 중간 정도 심할 때는 주인 몰래 물건을 훔친다. 품행장애라는 증상이다. 아주 심하면 주인 볼 때 물건을 가져간다. 당사자는 자연스레 짜증이 많아진다. 당연 친구들과 다툼도 잦다. 80% 이상은 6개월 안에 다시 회복하고 원래 성격으로 돌아온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적응장애에서 회복되기 힘들다. 정신 성장이 다 안 되어 불안이 큰 게 원인 중 하나다. ‘부모님은 나를 볼 때 얼마나 실망하실까’ 등등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요즘 고등학생들은 수학이 어마어마하게 어렵다. 학교에서 교과서 성실히 배우면 중간 등급 나온다. 그러니 학생들은 고등학교 수학 모의고사 때마다 스트레스 대박이다.


2학년 올라가면 누구나 어려워한다는 기하벡터까지 나와 사람을 쥐구멍으로 몬다.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회복이 안 되는 수가 있다.


적응장애를 넘어서 우울증, 불안 장애로 고착된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려운 수학이 필요하다면 가르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아니면 수포자들에게 공부 잘하는 사촌형을 한 명씩 선물해주든가. 안 배운 문제 앞에 땀 흘린 충격은 적응장애의 직접 원인이다.


한의학에서는 정신적 충격이 왔을 때 ‘간이 푼다’고 한다. 간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서 적응장애가 온 거라 한다. 간이 약하거나 충격이 너무 크면 적응 기전이 무너진다. 기분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한의학에서는 증상 따라 단방약이 있다. 눈물 흐르고 우울하면 감초 두 달 달여 마시기. 두 달 이상 먹으려면 한의원 와서 간 상담 받고 가면 된다.


가슴 뛰고 불안하면 숙지황 달여 마시기. 물건 훔치는 건 멘탈이 붕괴되어 그런 거라고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낫는 죄’임을 알려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가슴에 뭉친 응어리 푸는 약으로 향부자가 있다. 젖꼭지 가운데를 전중이라고 하는데 손으로 꾹꾹 누르는 방법도 좋다.


여기서 잠깐 퀴즈. 명절증후군은 적응장애일까? 답은 ‘아니오’다. 명절증후군은 남편 술 마실 때 부엌데기 해야 하는 아내에게 온다. 아내들은 명절 다가오면 머리부터 아파진다. 부당해도 말 못하고 참아야 하는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가 만든 화병이다. 적응장애는 이렇게 부당한 데 쓰는 개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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