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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유산 ‘나루토여관’ 철거 위기
  • 정용하
  • 등록 2017-06-01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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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즉각 철거 중단하고, 실측 통해 기록으로 남겨야

일제가 남긴 근대문화유산은 착취의 역사, 후세 교육의 현장

 

 


 

익산역 앞 문화예술의 거리(구 영정통 거리)에 100년 가까이 된 것으로 판단되는 일제시대 근대문화유산 ‘나루토여관’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에 익산시도시재생주민협의체 장경호 회장과 각계 전문가들이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장경호 회장은 익산시 행정에서는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나루토여관’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은 사람이다.


나루토여관(鳴門旅館)은 일제시대 주소로는 사카에초(榮町)에 있었고 전화번호는 236번이었다. 나루토는 일본 시코쿠(四國)의 도쿠시마현(德島縣)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이곳 출신이 이리에 와서 여관을 열었기 때문에 이러한 여관명을 붙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채는 일본식 목조 건축물로서 평면은 ‘ㄱ’자형이며 2층 규모이고, 2층에는 다다미방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도코노마와 붙박이 벽장(오시이레)도 그대로다.


이리좌 극장에 온 일본의 유명 인사는 이 여관에서 투숙했을 것이다. 나루토여관은 당시 최고로 번화한 곳인 이리좌 극장 앞에 있었다.


이리좌 극장에서는 일본의 유명 기업가의 강연, 일본의 전통극인 가부키와 조루리 공연, 동경소녀가극단공연이 있었다. 또 한국인이 수해복구 시민대회를 개최하거나 소작문제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이리유치원 아동의 추석 음악회나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순회단의 합창음악회 등이 개최됐다. 이리좌는 이리 문화의 센터와 같은 역할을 한 곳이다.


나루토여관(명문여관)은 이후 순천여관, 홍도여관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이 됐고, 최근까지는 주거지로 사용됐다.


일본의 후쿠치야마공립대학에서 14년간 교수로 근무했고, 인천, 대구, 부산 등의 근대유산보존에 관한 활동에도 참가했으며, 현재 인천대학교에 재직중인 이정희 교수는 화교정착역사와 남부시장 주단포목거리 조사를 위해 지난 5월 27일 익산을 방문했다가 근대문화유산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정희 교수는 “대구, 인천, 부산의 도시는 구도심의 쇠퇴를 이러한 근대건축물과 스토리텔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 인구가 증가하고 상권도 조금씩 회복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소중한 근대문화유산이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며 “이리의 근대문화유산이 잘 보존된다면 고대문화와 잘 조화되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고, 나루터여관을 잘 보수하여 게스트하우스와 근대자료관으로 활용한다면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도 올 것이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일제가 남긴 근대문화유산은 그들이 한국인에 가한 착취와 악랄한 통치의 상징이다. 이러한 유산이 있어야 후세에게 교육할 수 있으며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루토여관’이 평화동주거환경개선사업 예정지구에 포함이 되어 LH에서 보상이 완료되어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익산시는 ‘나루토여관’ 활용을 바라는 시민들과 임형택 의원의 요청에 의해 2017년 2월 원광대학교 건축학 교수에 의뢰하여 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의견서를 작성했다.


원광대 건축학 교수는 “나루토여관은 실측 및 사진촬영 등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된다”며 “기록으로 남겨놓을 경우 필요하다면 다시 복원할 수도 있고, 관련 자료들을 문화예술의 거리에 조성되는 익산근대 박물관에 전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는 검토 의견서를 내놓았다.


임형택 의원은 “익산시가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복원하고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사전에 대응하지 못해 아쉽다”며 “현재 문화재청에서도 근대문화재 보호 등을 위해 제도개선, 예산확보를 추진중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근대문화유산 활용을 공약한 만큼 지역의 보배와 같은 유산을 쉽게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LH가 실측조사를 하여 자료와 활용가능한 자재를 보관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하면서 “익산시 역사문화재과, 주택과는 즉시 철거를 중단하고 실측조사가 될 수 있도록 대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익산시도시재생주민협의체 장경호 회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지역의 보배와 같은 소중한 유산이 폐기되지 않도록 즉시 철거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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