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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선이 (조석구)
  • 편집국
  • 등록 2017-06-19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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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 조석구 / 전북작가회의   ⓒ익산투데이
▲ 시인 조석구 / 전북작가회의   ⓒ익산투데이

 

선이 남편은 정통부 직원이랬다
뇌경색으로 일터를 벗어나 구부러졌다고 했다
뇌세포 지워나간 시간이 일 년 반이랄 때
지우개똥 군데군데 떨어뜨려 놓고
이승을 전출했단 소식 들려왔다
마흔일곱 과부에게
초등 2년 딸과 유치원생 아들과
잔고 없는 통장과 해지한 보험증서와
빛 아닌 빚은
보금자리도 넘겨주어야 했고
친구를 떼어내게 했고
애경사마다 금줄을 놓아 사람노릇을 가로막았다
천덕꾸러기로 돌면 어쩌나
노심초사한 어미의 길은 늘 뇌곤해서
비몽사몽 지난한 십삼 년을 흘려보냈다고 했다
스스로 짐 되어 친정 피붙이 창고에 놓이자
밀어두었던 한기가 뭉치고 몽치고
동통으로 돌아 숫제 약으로 산다는 그녀
일 더 해야 산다는 그녀가
물어물어 내 일터에 다녀가던 날
비둘기 한 마리 유리창에 부딪고 떨어져
선이 남편에게 이쪽 소식 전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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