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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졸업생
  • 편집국
  • 등록 2017-07-03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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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춘 자(익산여성의전화 대표)

“부안여고를 도와주세요” “후배들이 고통 받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박 모 교사가 여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한 졸업생의 트위터에는 "제보를 기다립니다.

부안여고 박 모 교사의 성추행 및 인권침해에 대해 알리기 위한 계정입니다.

부안여고와 박 모 교사로 인한 피해를 입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명확한 조사와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 부안여고를 도와주세요."라고 표기됐다.


청소시간에 갑자기 저의 허리 양쪽을 잡더니 안아 들어 올리고 ‘가볍네’ 라는 말을 하였다. 생활기록부에 나쁜 말만 쭉 나열해 써서 저를 부르더니 ‘네가 보기엔 어때? 맘에 들어?’ 라는 말을 했다. 저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저에게 ‘요즘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자신을 보러 교무실도 잘 안 찾아와서 얘기하고 싶어 이렇게 나쁘게 적었다’. 매일 밤 12시에 공부하는지 안하는지 확인한다며 전화했고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나 좋아하니? 라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현1학년과 3학년 학생들에게는 뽀뽀까지 했고 사귀자는 둥 교제하자는 둥 문자를 하기도 했다. 라는 사실을  말하면서 “처벌 받게 해 주세요" 라는 학생이 스승의 처벌을 원하는 제보의 글이다.


이러한 학교 내 사제간 성추행의 사건은 종종 회자되었지만 부안여고처럼 졸업생들까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사례는 거의 없다.

 

졸업생까지 나서는데 대한 의미는 무엇인가. 졸업생들은 “지금껏 수차례 경찰이 수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교의 태도에 대해서도 “박 모 교사 사람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를 숨기기에 급급한 학교 역시 문제이다.”라며 고장의 명예를, 학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자들의 행동을 질타하면서 공론화한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하면서, 나는 3년만 눈 꼭 감고 버티자 그리고  졸업을 했는데, 후한의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유야무야되는 경우는 많다. 어느  졸업생의 고백처럼 자신만 참고 넘기자는 생각, 괜히 문제를 일으켜 나에 대한 불이익 그리고 나로 인한 학교의 명예실추에 대한 주위의 질타 등등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우리학교 내지는 지역에 오명을 남기기 때문에 애교심이나 애향심이 발휘하는 것이다.


2006년 밀양여중생 성폭행사건, 얼마나 어마어마한 사건인데도 이런 사건이 밀양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 하면서 문제를 제기한 식자들의 말을 들었다.

 

2000년 중반 익산에서도 이런 여중생 성폭력 사건이 생겼을 때 익산여성의전화도 함께 했다. 이때도 주위의 많은 질타를 받아야했다. 익산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로 말이다.


고장이나 학교의 명예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 해 보고 싶다. 추한 부분을 덮고 눈을 감아 아무 일도 없이 깨끗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곪아 터진 것, 아니면 그것을 둘 추어 시정하여 깨끗하게 하여 더 이상 이런 추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 어느 것이 명예를 지키는 것인지.


지금 작은 농촌지역 학교 내 성추행사건을 그 고을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지극히 걱정 되었으나  졸업생들의 활동을 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그 고을의 명예를 위해서 덮고자하는 여론이 난무하지는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명예를 위해 발벗고 나선 졸업생들에게 용감한 상을 주고 싶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은 어떤 명예보다 앞선다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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