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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전화 (조석구-전북 작가회의)
  • 편집국
  • 등록 2017-07-04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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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을 앞둔 누이의 전화가 왔다
수태 전부터 귀가 어두워진 누이다
듣는 게 캄캄하니 언제나 그렇듯
당신 얘기를 한 말가웃이나 쏟아내는데

 

콩 한 줌 가져가라
상추 몇 잎 뜯어놓았다
마늘 몇 대가리 까서 장아찌 담았다
깻잎 대파 감자 고구마 가지 등속을
오늘 와서 가져가라 그런다

오늘 말고요 제가 틈 봐서 한가한 날 갈께요
그러거나 말거나
커피 두유 계란 두부 라면을 사오란다
점심 때 오냐 저녁 때 오냐 재차 묻는데
아니요 지금 못 간다니깐, 그러면
얘가 지금 뭐라냐? 점심 때 온다고?
알았다 밥 해 놓고 기다릴게 같이 밥 먹자


넘겨짚고 점심시간 당도하기도 전부터
고개 쭉 늘인 해오라비 되어 전화를 돌려대는
누이는 자동차로 반시간 거리 솔내골에 산다

 

자형 가시고 일 년여
사람이 그리운 그녀의 전화가 또 울어대기 전에
열 일 제쳐두고 자동차 시동을 걸어야 한다
가깝게 다가가 얘기하면 작은 소리도 다 알아듣는
찾아오게 하는 방법을 터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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