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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 편집국
  • 등록 2017-08-23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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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채은 (익산여성의전화 회원)

 

3년 전 직접 경험한 일이다.

노트북 전원을 켜고 잠깐 물을 떠온 사이, 내장스피커를 통해 게임 중계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서 지인에게 물어봤다.

웹캠 해킹일 수도 있으니 우선, 노트북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 놓으라고 했다.


카메라를 가리라는 말에 섬뜩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카메라를 통해 나를 보고 있었다면?

노트북을 열어 놓은 채로 옷을 갈아입은 적은 없었나?

찍혔다면 언제부터? 혼자만 봤을까?


불안감에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경찰관은 나에게 이런 일은 흔하다며, 금전적 손해가 없으니 노트북을 초기화 시키면 된다고만 답했다.

포맷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답변에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허무했다.


그날 이후 나는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핸드폰을 한 쪽으로 치우거나, 카메라 부분을 천이나 물건으로 덮었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자였다면, 불안해하지 않고 대수롭게 넘길 수 있지 않았을까?


피해자의 98%가 여성이다.

몰카 촬영 범죄는 최근 급증하는 대표적인 사이버 성폭력 또는 디지털 성폭력이다.

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보호권을 침해하는 악질 범죄다.


휴가철을 맞아 천장 없는 노천탕이나 해수욕장 샤워실 위를 날아다니는 최신형 ‘드론 몰카’를 봤다는 피서객의 목격담이 SNS에 돌기도 한다.


친밀한 관계도 범죄 표적이 된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사례로는 자택 화장실 칫솔통에 몰카를 설치해 딸 친구를 촬영한 목사, 교실 분필 바구니 안에 몰카를 담아 여학생 제자들을 촬영한 남자 담임교사가 적발됐다.


문제점은

첫째, 인터넷상에서 누구나 너무 쉽게 초소형(2mm) 몰래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다.

정부는 기계장치를 몰수하거나, 아무나 사고 팔수 없도록 유통과정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둘째, 누구나 쉽게 불법 영상들을 볼 수 있다.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방치하는 사이트를 폐쇄해야한다.

 

셋째, 몰래카메라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매우 낮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분들이니까, 그 카메라로 가해자 얼굴을 찍어 공개를 했으면 좋겠다.


범죄영상을 기호의 성향으로 취급하고 이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소비하는 사람들, 그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도덕심을 갖추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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