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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마음이 판소리로 전하는 사랑의 편지 1
  • 편집국
  • 등록 2017-08-30 09:46:00
  • 수정 2017-08-30 09: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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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령은 춘향이를 사랑했고 변학도는 춘향이를 좋아했다

 

                                       김광심 / 익산 판소리보존회 사무장

 

안녕하세요? 

<판소리로 전하는 사랑의 편지>로 인사 올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조석으로 부는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더욱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뜻하신 바를 원만하게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단전호흡과 소주천 호흡으로 목소리성형. 낭독 스피치, 공기 반 소리 반으로 익산 시민 모두 판소리 한 대목 부를 때까지 <판소리&amp;스피치학교 * 9월 11일 개강 매주 1,2,4,5주 월요일 오후 7시 무료 교육>과 세계 시민이 추임새를 하며 판소리를 즐길 때까지 <판소리 천일야화 * 매월 3주 월요일 판소리 다섯 바탕 연창공연)>으로 익산 시민과 소통의 장을 펼치고 있는데, 좀 더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도록 글 자리를 내어 주신 [익산투데이[에 감사 인사 올리며 춘향이가 이몽룡을 사랑했던 그 마음을 담아 <판소리로 전하는 사랑의 편지>를 올리겠사오니 누구라도 이몽룡 마음으로 받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런 저런 인사말을 써 놓고 고민하는데 여기에도 저기에도 양념처럼 들어 간 사랑이란 단어가 거슬린다.

 

그러면서도 사랑이란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참여연대 소식지에 올렸던 <판소리로 전하는 마음의 편지>를 익산투데이로 옮겨오면서 <판소리로 전하는 사랑의 편지>로 바꾸어 사랑이란 단어를 한 번 더 사용하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나는 요즘 내가 좋아했던 모든 것들을 사랑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팔청춘 이몽룡은 그네 위에서 펄럭이는 춘향이의 연분홍 치맛자락에 넋을 잃고, 그 날 밤 춘향 집을 찾아가 사랑을 확인한다.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 6시간 30분 춘향가 소리 중에 10분 정도 되는 짧고도 짧은 사랑가를 끝으로 춘향이가 길고 긴 이별가를 부르며 이몽룡을 기다릴 적에, 춘향의 미모만 전해 듣고 사랑이 아니라 무조건 춘향만을 좋아하여 탐욕에 찌든 신관 사또 변학도가 내려와 다른 기생들 다 마다하고 기어이 춘향의 사랑을 재단하려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랑 이야기 하나!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 중 아이를 잃어버린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가 서로 자기 아이라 싸우자 솔로몬 왕은 아이를 반으로 나눠 나누어 주리는 판결을 내린다.

 

진짜 어머니는 통곡을 하며 아이의 손을 슬그머니 놓고, 가짜 어머니는 의기양양하게 아이의 손을 꽉 붙들고 놓아 주지 않는다.


초등종합 학원을 30여 년간 운영하다 염증성 근육염이라는 희귀난치성 초기 진단을 받고, 의식이 가물거릴 때 나를 좋아한 사람들과 사랑해 준 사람들,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선명하게 나누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반죽음 상태에서 딸내미가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그 때만 정신이 돌아 왔다.

나를 살린 판소리! 오늘 날 판소리가 내 삶의 전부가 되는 사랑의 씨앗을 잉태한 시점이다.

 

그 후 북채와 함께 10여년 세월을 보낸 후 판소리 독립투사가 되어 기적처럼 맞이한 오늘!

언제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도 가물거리는 사랑과 좋아함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으스스한 문장, <고양이는 쥐를  좋아하는가? 사랑하는가?> 

 

고양이가 쥐를 좋아하듯 춘향을 좋아하여 탐욕 하던 변학도가 아니었으면 이 도령과 춘향의 사랑이 진짜 사랑인 줄 어떻게 알았으며, 포악하기 이를 때 없이 아이를 빼앗으려 했던 가짜 엄마가 없었더라면 통 울음을 참고 꽉 잡았던 아이의 손을 놓은 차선책이 최선의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으며, 춘향가 발표를 앞둔 딸을 위해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어 실의에 빠진 내가 고 춘전 성우향선생님(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보유자) 댁에서 베란다를 정리하던 중 베란다 바닥에 말라비틀어진 강아지 똥을 치우다 무심코 무릎을 꿇고(?)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한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던 선생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사랑이 될 줄 어찌 알았을까?


내 사랑은 늘 아팠다.

긴 머리 소녀였던 내가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얼마 전 까지 나는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다.

 

런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던 날.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좋아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고통스러워했던 날들을 보냈지만 이제는 아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

나는 지금도 사랑하고 존경하는데 나를 견제하고 미워하는 사람들.

내가 미워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열 발을 양보해서라도 사랑으로, 수년을 기다려서라도 사랑으로, 긴 호흡으로 함께 가고 싶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그저 사는 것이 힘들어서 기댈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판소리 보존회의 풍류방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위로가 될 판소리 한 대목을 들려드리고 싶다.

 

그래선 언젠가는 우리 모두 긴 호흡으로 판소리와 소통하게 될 건강한 만남의 날이 오리라 믿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며 기다릴 것이다. 많이 힘들지만 이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판소리는 우리민족의 얼이 담긴 노래이니 호불호를 따지지 말고 미륵사지 석탑을 소중히 보존하고 관리하듯 무조건 사랑해야한다. 라고 수년 간 만나는 사람마다 소리(?)를 하고 다녔더니 귀 밝은 참여연대에서, 이제는 익산 시민의 마음과 연하고 있는 [익산투데이]에서 글 자리를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맙고 고맙다.

판소리와 호흡에 대한 내 사랑이 바다 같이 깊고 넓은 사랑으로, 가을 하늘처럼 높고 맑은 사랑으로 피어올라 익산투데이 독자 모두의 마음에 사랑으로 피어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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