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할머니 이 뉴스 좀 봐
  • 편집국
  • 등록 2017-09-06 09:41:00

기사수정

  

                                              하춘자 (익산여성의전화 대표)

 

“할머니 이 뉴스 좀 봐.

할머니는 여성운동가잖아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
초등학생인 손녀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T.V를 가리켰다. 

텔레비전에서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해임을 요구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보도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게시판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글이 지난 28일 게재됐고, 30일 현재 이 글에는 5,800여건의 동의(同意) 댓글이 달리면서 `베스트 청원`으로 분류됐다’는 뉴스가 방영되었다. 


 탁현민 행정관 해임 건의는 그의 저서 등에서 나타난 왜곡된 여성관 때문이다. 그가 쓴 책 한 면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여학생과 첫 성관계를 가졌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짓을 해도 별 상관이 없었다.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다.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 이렇게 비뚤어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을  넘어 임산부에 대한 변태적 시각으로 모성을 모독한 글도 있다. 


 청원 댓글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해임하라고 댓글을 쓴 분들에게 묻고 싶다.

업무능력만 탁월하면  비도덕적인 비윤리적 행동을 해도 다 용서가 되는 것인지, 현 정부의 인사 정책을 무조건 옹호하고자 하는 것인지, 여성에 대한 사고가 탁현민 행정관과 같아서 여성을 비하하며 성적 대상화하고 싶은 것인지?


 조직이나 단체 국가의 수준은 그 구성원 개개인의 수준에 의해서 결정된다. 지난 촛불 집회 때 사실에 귀를 막고 태극기를 휘둘려 대던 ‘친박’단체를 보면서 어떻게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할까 매우 안타까웠지만 우리 국민의 수준이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었기 때문에 부조리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 


 정현백 장관을 해임해야한다는 글에 반박하는 댓글이 있어 옮겨 본다. ‘국민의 수준이 나라를 망친다, 어떻게 탁을 내치면 다음은 문이라고 하는가?


탁은 여러 차례 여성을 비하하는 등 그자신의 인간성을 잘 드러내는 글을 써왔으며 그런 글 속에 자신의 사상이 배어 있으니 그가 행정관의 일을 하면서도 은연중에 여성을 비하하고 좋지 않은 성향의 일을 할까 우려되어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건데 뭐가 잘못됐나? 과거의 잘못은 오늘의 권세로 모든 게 정리되나? 친일도 그런가?’


 나는 손녀에게 말했다.

‘여성, 남성 그리고  권력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사람으로는 평등한 것이다. 너는 외모가 미운 아이는 친구로 여기지 않니? 그렇지 않잖아 다 같은 친구잖아.’


이런 수준인 사람을 국가의 지도자로 놓아두면 우리나라 수준도 그렇게 밖에 되지 않을까 봐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여성부장관을 해임하라고 한 사람들은 태극기로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려 했던 ‘친박’ 단체처럼 자신의 생각에만 몰입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