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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같은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의 경험은 다르다.

기사 등록 : 2017-09-27 10:22:00

편집국 iksan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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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필원 / 익산여성의전화 활동가

“저기,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남자는 그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술집에서부터 따라왔다고 말했다.

중간에 말을 걸 틈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제가 마음에 안 드세요?”
남자가 말했다.

그녀의 집은 십오층이었고, 이제 겨우 오층이었다.

그녀는 숨이 막혔다.

남자는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운동을 많이 한 사람처럼 팔뚝이 무척 굵었다.

단단해 보였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말했다.

남자가 씨익, 웃으며 들고 있던 핸드폰에 숫자를 입력했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금 뜨는 번호가 제 번호예요.”
남자가 말했다.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멍청한 여자들에 대해 들어왔다.

마음을 함부로 주는 여자들, 쉽게 승낙하는 여자들,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여자들.

그녀는 위험한 남자들보다 멍청한 여자들에 대한 경고를 더 많이 들어왔다.

쉽게 보이면 안 돼.

그건 네 값을 떨어뜨리는 일이야.

이제 십삼층이었다.

그녀는 남자에게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남자가 말했다.
“정말 친절하시네요.” - 강화길 「호수-다른사람」 중에서 -


입장: 어떤 관점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 테두리의 생각
느낌: 어떤 대상이나 상태, 생각 등에 대한 반응이나 지각으로 마음속에 일어나는 기분이나 감정
시선: 어떤 대상에 대한 주의와 관심
경험 : 객관적 대상에 대한 감각, 지각, 내성작용 전체를 이르는 말
받아들이다 : 여기거나 이해하다
차이 : 서로 어긋나거나 다름


사람의 입장, 느낌, 시선, 경험, 받아들임에는 ‘차이’가 있다.

인권을 말할 때,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폭력예방교육의 내용으로 차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예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늦은 밤, 한 여성을 쫓는 발걸음이 있다.

여성은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이 좋아서 쫓아 왔다고 한다.

연락처를 요구하는 남성은 당당하지만 밀폐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요구를 받는 여성은 무섭다.

거절을 하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
소설 속 이야기라 치부하기엔 현실에서 여성이 겪는 일상과 너무 가깝다.

많은 여성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택시 안에서 무례하게 말을 거는 운전자를 만나기도 하고, 친구들과 모임에서 옆 테이블의 나이 지긋한 아버지뻘 남성들의 추근거림을 받기도 한다.


같은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의 경험은 다르다.

남성은 단지 한 눈에 반해서 따라왔고, 손님이 심심할까봐 말을 걸었고, 생기 있고 예뻐서 합석을 요구했다고 말 할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거절하거나 무시했을 때 발생할 일들을 알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처럼 모든 탓이 여성에게 돌아올 것을 안다.

힘의 논리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여성은 안다. 아니 남성도 알 것이다.


여성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원하지 않는 친절을 베풀게 된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여성이 겪는 경험을 남성이 이해하길 바란다.

평등은 서로의 입장, 느낌, 시선, 경험, 받아들임이 같을 때 이뤄진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는 받아들임이 필요하다.

자신의 행동이 여성에게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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