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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말고, 당장 나와라.
  • 편집국
  • 등록 2017-11-08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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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숙 (익산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장)


추석을 앞두고 가정폭력피해생존자 미진(가명)과 수영(가명)을 만났다.


이들은 남편의 학대를 피해서 내가 일하고 있는 <익산여성의전화>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미진은 남편에게 5년간 학대를 당하며 살다가 폭력 후 남편이 나간 틈을 타서 경찰에 신고했고 우리지역의 가정법률상담소를 통해 여성의전화를 알게 되었다.


수영은 자녀의 신고로 1366에 안내되었다. 처음에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지난번 보다 조금 더 강도가 세었을 뿐이지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을 만나고 나서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한다.


남편의 폭력을 벗어나기위해 집을 나오기 까지 무엇이 힘들었을까? 미진은 집을 나와서 살 곳, 일할 곳이 없는 점이 큰 걱정이었다.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내가 편하자고 아이들을 고생시키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이 컸다.


수영은  남편에게 ‘고집세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남편의 말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면 남편은 고집 세다고 표현 했다.


자신이 정말 고집이 센 사람인가 이상한 것인가 고민하기도 했다.


피해자 생활시설에 있을 때 남편이 집에 들어오라며  “당신이 아이들 생각안하고 고집피우고 집을 나간거잖아. 당신 때문에 애들이 뭔 고생이야.” 이런 말들이 가시처럼 걸렸단다.


미진은 친정가족은 어떻게 생각할까? 잘사는 모습보이고 싶은데 하는 마음, 남들에게 서로 사이 안 좋 다는게 들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했다.


이혼결심은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미진은  남편이 변한모습을 보였으면 이혼을 안했을거라고 한다.


피해자 생활시설에서 지내다가 일 년 후에 본 남편은 ‘내가 틀렸다’며 여전히 뻔뻔한 모습이었단다. 가망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혼을 생각했을 때  길거리에서 마주치거나, 친정에 해코지할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결혼 이후에도 늘 일을 하고 있었기에 남편이 없으면 내가 일을 해서 먹고 살텐데, 남편이 없으면 더 삶이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아들도 풍요롭지 않을까? 이런 저런 엄청난 고민을 했다.


무엇보다 친정가족을 해코지 할것이 두려웠다.  “내가 사위에게 죽더라도 네 탓이 아니다.”며 자신의 편이 되어준 부모님, 그게 그렇게 힘이 되었다.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난 지금, 언제가 스스로에게 뿌듯할까? 수영은 집에 있을 때 보다 몸이 힘들다고 말한다.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현재 농산물 가공업체에서 육체노동을 한다. 종일서서 말린 채소를 가위질 할 때는 손목이 아프다. 이럴 때는 남편이 더 원망스럽다.


폭력만 사용하지 않았으면 그냥 살았을 텐데, 몸이 아플 때 서럽기도 하다. 하지만  집에서 가만히 혼자 있을 때 그때가 참 좋다.


남편과 지낼 때는 통금시간이 있었다. 친구를 만나도 늘 불안했다.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친구와 만나도 느긋하게 있을 수 있고 커피를 마셔도 편안히 할 수 있다.


지금은 내가 나인 채로 살아가는 것 같다고 한다. 그게 참 좋단다.


폭력피해를 당하고 있는 여성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두 사람은 힘주어 말한다.


“당장나와라! 참지 말고. 나는 참고 살았다. 폭력당하는 여성이 내 앞에서 있다면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으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나와라. 나는 계속해서 못나왔다. 나올 생각까지 결심했을 때는 무섭고 결정을 못 내렸다. 하지만 그 안 에서는 어떤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일단 나와야 한다.”


폭력피해를 당한 당사자는 폭력피해여성을 지원하는 기획자라면 어떤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물어 보았다.


미진은 생활시설과 연계된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설에 있더라도  ‘일자리를 알선해 준다면 내가 벌어서 내가 먹고 살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했다.


부업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루 서너 시간이라도 시설 동료들과 일할 수 있다면 경제적 불안함도 적어지고 과 함께 정신적으로도 편한 할 것 라고 한다.


수영은 생활시설에서 나온이후 독립된공간에서 살수 있는 주거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혼을 준비할 때 불안하고 힘들어하던 수영을 처음 만났다. 


이년이 지난 지금 편하게 웃는 수영의 얼굴에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당당함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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